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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억 낮춰도 안팔려요"…몰락한 종로, 빌딩가격도 추락

    입력 : 2021.10.15 07:06 | 수정 : 2021.10.15 10:16

    [땅집고] 서울 종로구 종각역 4번 출구 앞. 4내부가 텅빈 지상 4층 건물이 보였다. 종로의 대표적인 약속 장소로 유명했던 ‘빠이롯트’ 빌딩이다./손희문 기자
     
    [땅집고] 종로1가 대로변 상가 일대. 3~4곳 걸러 한 곳 꼴로 빌딩 1층이 비어있었다. 건물 내외부는 썰렁한 모습을 풍기고 있다./손희문 기자

    [땅집고] 지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철동. 지하철 1호선 종각역 4번 출구에서 나오자마자, 내부가 텅빈 지상 4층 건물이 보였다. 종로의 대표적인 약속 장소로 유명했던 ‘빠이롯트’ 빌딩이다. 이 건물을 시작으로 종로3가 사거리까지 약 1km에 달하는 대로변에는 3~4곳 걸러 한 곳 꼴로 빌딩 1층이 비어있었다. 1층 공실 건물만 10곳을 훌쩍 넘는다. 건물 내외부에는 ‘임대 문의’를 써붙인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경기 불황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종각역 일대 빈 건물이 늘어나는 가운데 그동안 꿈쩍않던 빌딩 매매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해 주목된다. 대형 빌딩일수록 낙폭이 더욱 큰 상황이다. 중고서점이 들어선 종로구 관철동의 6층짜리 상가 빌딩은 지난달 3일 240억원에 매물로 나왔다. 감정가격 270억원보다 30억원 낮은데도 매수자 입질이 없다. 이 건물을 중개하는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종각 일대에서 감정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빌딩을 파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인데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땅집고] '홍○○ 중고서점'이 들어선 것으로 유명한 종로구 관철동의 6층짜리 상가 빌딩. 지난달 3일 240억원에 매물로 나왔다./손희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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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각역 일대에는 이 건물 외에도 중대형 상가빌딩 10여곳이 매물로 나와있다. 젊음의거리 중심부에 위치한 연면적 1757㎡, 7층짜리 건물 '해덕빌딩'은 최근 275억원에 매수인을 찾고 있다. 이 건물은 2018년 235억원에 실거래됐다. 관철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연초만 해도 예상 매매가격이 3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 대폭 하락한 셈”이라며 “매수자가 없으면 가격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시세 100억원 이하 중소형 빌딩도 호가를 낮추는 분위기다. 종로2가 버스정류장 바로 앞 대로변 5층짜리 건물은 최근 호가를 70억원에서 60억원 초반대로 10억원 정도 낮췄다.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건물주 상대로 1개월 넘게 협의와 컨설팅을 한 결과”라면서 “내년 3월 이내로 잔금처리까지 가능하다면 1억~2억원 정도 추가적인 조정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 빌딩 바로 뒷편에 나온 매물도 가격을 낮췄다. 연면적 427㎡, 5층 규모인 이 상가 건물은 70억원대 후반에서 70억원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우정국로와 청계천 사이에 있는 한 빌딩(연면적 282㎡)은 현재 30억원에 매물로 나와있지만, 건물주는 20억원 중반대까지 낮춰서 팔 생각이 있다.

    [땅집고] 젊음의거리 중심부에 위치한 연면적 1757㎡, 7층짜리 건물 '해덕빌딩'은 최근 275억원에 매수인을 찾고 있다./손희문 기자


    ■ “종로 하락세 오래갈 것…빌딩 시장 옥석가리기 본격화”

    통상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내리면 빌딩 매매가격까지 떨어진다고 생각해 공실로 남겨두더라도 임대료와 매매가격을 낮추지 않는다. 그런데 저금리 기조와 주택 시장 규제가 겹치면서 빌딩 시장에 투자 자금이 대거 몰려 최근 계속된 공실에도 불구하고 매매가격이 치솟는 기현상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종로 일대 빌딩 가격 하락은 결국 상권 침체가 지속되면 빌딩 가격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박호섭 아나하빌딩중개법인 이사는 “1~2년이면 몰라도 2~3년씩 세입자 없이 텅 빈 건물을 감당하기는 어렵다”면서 “중소형 빌딩은 아직 가격 하락세가 뚜렷하지 않지만, 대형 빌딩 가격이 하락하면 결국 전체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종로의 경우 강남·명동·홍대 등 전통 상권 가운데 침체가 가장 길고 심각해 매매가격 하락세가 오래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는 “종로 상권은 소매업종 비중이 높아 전자상거래 발달로 인한 타격이 상대적으로 크고, 식당·주점·카페 등 식음료 매장도 다른 지역보다 특색이 부족하다”면서 “한마디로 현재 상권 시장 트렌드와 동떨어진 지역이어서 과거 명성을 회복하려면 10년 이상 긴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했다.

    권강수 상가의신 대표는 “빌딩 시장에서 한동안 투자 실패 사례가 거의 없었지만 앞으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는 “향후 빌딩 투자를 고려한다면 전철역 접근성 등 기본적인 입지 조건은 물론 주변 지역이 깔끔하게 정비되는지, 20~30대 젊은층 유동인구 유인력이 있는지, 소매점 매출은 증가하는지 여부 등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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