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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에 미친 마크테토, "中·日과 차원 달라"

뉴스 김리영 인턴기자
입력 2017.11.19 06:50
서울 북촌의 한옥 '평행재'에 사는 마크테토. /김연정 객원기자


‘비정상회담’ 등에 출연해 유명세를 탄 방송인 마크 테토(Mark Tetto). 그는 미국 프린스턴대와 와튼스쿨을 졸업한 후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에서 일했다. 이후 삼성전자에 스카우트돼 한국으로 온 그는 현재 TCK인베스트먼트에서 인수합병 전문가 겸 벤처 투자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 온 지 7년이 다 됐고 2년 전 한옥의 아름다움에 빠져 지금까지 서울 종로구 가회동 한옥집에서 살고 있다. 그가 최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17 라이프쇼’에서 외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했다.

■“첫눈에 반한 한옥”

그는 한옥 생활을 통해 한국의 전통미(美)에 푹 빠지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서울 삼성동의 한 오피스텔에 살았다. 그런데 우연히 친구를 따라 북촌 한옥마을 찾았고, 그곳에서 빈집이던 ‘평행재’를 보고 눈이 번쩍 띄였다는 것. 결국 오피스텔을 처분하고 평행재로 이사했다.

“처음에는 집에 반했어요. 2년 전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있는 한옥을 우연히 본 순간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그래서 한옥을 구했고요. 그 다음에는 가구에 반했습니다.”

평행재에 머물면서 그에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그는 “평행재로 이사한 후 한국 건축물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고, 전통 문양이 새겨진 고가구와 도자기도 찾아나섰다. 심지어 거문고까지 배웠다”며 “전통에 관한 모든 것은 섭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꼭 한옥에 살아야만 한국 전통의 미(美)를 깨달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국적인 아름다움은 도처(到處)에 퍼져 있었고, 그에게는 그 출발점이 ‘한옥’이었다.

마크 테토는 "한옥에는 숨겨진 공간이 많아 물을 열면 또 다른 공간이 펼쳐지는 일보일경의 미가 있다"고 했다. /tvN '내 방의 품격' 캡쳐


■“미니멀리즘? 한국엔 여백의 美가 있다”

그는 이사 후 가구를 장만하기 위해 서울 논현동 가구거리를 찾았다. 하지만 평행재에 어울리는 가구는 한 점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오피스텔에서 가져온 쇼파만 덩그러니 놓았는데 놀러온 한 지인이 “지금 이 상태가 가장 아름답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인테리어를 시작도 안했는데 이게 완성이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면서 “한옥에는 여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 때 처음 알게 됐다”고 했다. 마음도 편해졌다. 이런 저런 가구를 장만하지 않아도 되니 저렴하게 인테리어를 끝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한옥에 머물면서 그는 점점 여백의 아름다움을 알게 됐고, 여백이 많을수록 더 예쁜 집이 된다는 것도 깨달았다고 한다. 여백의 미를 나타내는 컬러가 꼭 흰색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다. 한옥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집에 쓰인 나무 색깔, 기와의 회색, 한지의 색깔 모두가 여백을 보여준다는 걸 알았다. 이런 색깔은 한국인의 정서와 잘 어울리고 요즘 유행하는 컬러와도 맞는다는 것이다. 여백의 컬러란 단순하면서도 자연의 경치와 여유를 느낄 수 있는 모든 컬러를 아우른다.

평행재는 대문을 열면 집이 보이지 않고 돌담과 계단이 먼저 나타난다. /tvN '내 방의 품격' 캡쳐


■일보일경(一步一景)을 담다

오피스텔에 앉아있으면 집안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하지만 한옥은 공간이 꽁꽁 숨어 있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의 어느 집을 가봐도 문을 열고 들어서면 집 전체 공간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평행재에서는 문을 열고 들어가야만 새로운 공간이 나온다”고 했다. 그는 “나중에 이런 걸 ‘일보일경(一步一景)’이라고 표현하더라. 한걸음 걸을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는 의미다. 이 말이 한옥의 매력을 잘 설명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의 집은 대문에 들어서면 길다란 정원만 눈에 들어온다. 소파에 앉으면 주방과 안방은 보이지 않는다. 주방이나 서재도 마찬가지. 그래서 한 곳, 한 곳에 집중할 수 있다.

“전통 산수화에서도 일보일경의 이치가 있어요. 산수화를 보면 굽이굽이 펼쳐진 길과 그 길을 올라가는 사람이 반드시 발견됩니다. 올라가는 사람이 한 쪽의 나무를 보고 한 걸음 더 가면 또 다르게 펼쳐지는 산 아래 경치를 감상하죠. 선인들이 자연을 대하는 방법 자체가 일보일경이었던 겁니다.”

■사람들을 이어주는 집

‘평행재’란 집 이름은 ‘한 집에 여러 사람의 인생이 평행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머무는 이들의 인생뿐만 아니라 집에 놓인 가구와 소품에 담긴 정성도 잇기 시작했다.

평행재에 어울리는 가구와 그릇을 놓기 위해 직접 사람들을 찾아나섰다. 그러다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한옥 스타일의 가구를 만들어줄 작가를 만났다. 소장하고 싶은 가구의 디자인을 직접 의뢰했다. 함께 디자인 상담을 진행하며 수제작한 팔각형 커피테이블과 다이닝 테이블, 의자 등을 평행재에 들여놓았다.

마트에서 아무 그릇이나 박스째 사서 쓰던 예전과 달리 수제 도기에 대한 로망도 생겼다. “거리를 걷다가 어떤 물병을 보고 감동을 받았어요. 살면서 주방 오브제에 반한 것은 처음이었죠”라고 말한 그는 수제 그릇을 만드는 한 작가를 찾는다. 작가들과 어울리며 마음이 담긴 손길로 완성된 그릇을 사용하게 됐다.

그는 “그동안 가구와 그릇을 사용할 때 그 물건에는 아무런 추억도 관계도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정성이 담긴 그릇을 사용하니 커피를 마실 때마다, 밥을 먹을 때마다 함께 했던 추억이 떠오른다”고 했다.

마크 테토는 한옥의 아름다움을 잘 살리기 위해 가구와 소품까지도 직접 주문 제작했다. /tvN '내 방의 품격' 캡쳐


■한옥의 절제된 아름다움

그가 한국적인 아름다움의 특징으로 꼽은 것은 ‘불완전함’이었다. 한옥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중국의 가옥과 비슷하다’는 댓글이 꼭 하나씩은 올라온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직접 중국의 궁(宮)을 확인하러 떠났다. 그는 “중국의 가옥은 웅장하고 화려하다면, 한국은 단순하고 담백하다”고 표현했다.

한국과 일본의 전통 가옥이 유사하다는 말을 듣고 일본도 찾아가 봤다. 그는 그 차이점을 설명했다.

한국의 소나무를 예로 들었다.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느라 곧게 자란 외국과 달리 구불구불해졌지만 그 자체가 아름다운 모습이다. 어려운 경험을 겪으며 버티는 과정에서 힘이 나오기도 한다. 힘든 과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아름답게 바라봐 줄 수 있는 마음을 배웠다”.

그러면서 구불구불한 나무를 그대로 잘라 만든 한옥도 아름답다고 했다.

“우리 집에 놓인 대들보는 나뭇결을 그대로 살려 선의 흐름이 일정하지 않은데, 일본 집들은 대개 선이 곧게 뻗어있다. 기술적으로 한국이 나무를 곧게 만들 수 없어서 이렇게 지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구불구불한 한국 나무의 형태를 있는 그대로 차용하고 더 손 대지 않는 것, 절제하는 것이 한국의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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