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마감재로 어떤 나무를 쓰면 좋을까. 벽돌은 어떻게 쌓아야 더 효과적으로 연출할 수 있을까. 집짓기나 리모델링, 인테리어에 관심은 많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려면 막막한 게 현실입니다. 조선일보 땅집고(realty.chosun.com)는 건축전문출판사 감씨(garmSSI)와 함께 나무, 벽돌, 콘크리트 등을 독창적 방법으로 사용한 건축가를 만나 그들의 작업에 담긴 건축 재료 응용법을 소개합니다.
[심영규의 建築재료 이야기] ⑪ 순수한 질감으로 콘크리트를 직조하다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있는 HWN 사옥(2016년)은 단독주택과 다세대건물이 밀집된 조용한 주택가에 개성 있는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있다. 이 사옥은 OBBA가 설계한 지상 5층 건물로 3개의 다른 질감으로 마감했다. 마치 서로 다른 무늬의 노출콘크리트 상자 3개를 쌓은 것처럼 보이는데 지상 1~2층은 OSB합판무늬, 3~4층은 깎아낸 콘크리트의 거친 면이 그대로 살아 있다. 5층은 일반적인 노출콘크리트다. 현장에서 OBBA의 곽상준·이소정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신당동 근린생활시설(HWN 사옥) 건축개요
설계: 곽상준, 이소정
위치: 서울특별시 중구 신당동
대지면적: 435㎡
연면적: 1,458.16㎡
규모: 지상 5층, 지하 2층
구조: 철근콘크리트
마감: 노출콘크리트
완공: 2016년 12월
사진: 김재윤
-신당동 HWN사옥은 5층 건물에 세 가지 다른 질감의 노출콘크리트를 사용했다.
“건축주는 청바지 도매업을 하는 사업가다. 신당동은 단독주택이나 다세대건물이 빽빽하게 모인 도심의 전형적 주거지다. 하지만 동대문상가와 가까워 1인 기업이나 쇼핑몰, 오피스가 주거지 사이사이에 들어서 있다. 건축주는 사업을 확장하면서 쇼룸과 창고 공간이 필요했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공간을 한데 모으고자 했다. 처음엔 사옥과 임대를 위한 주거가 혼합된 프로그램을 계획했다. 이후 임대용 주거 공간은 없어지고 다른 사무실의 임대 공간으로 바뀌었다. 지하는 창고, 1~2층은 쇼룸 겸 메인 사무실 공간이고 3층은 임대 공간, 4층은 서브 브랜드 사무실, 5층과 옥상은 사진 스튜디오다.”
-외장마감으로 노출콘크리트를 선택한 이유는.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주변에 서로 다른 재료, 다른 높이와 입면의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여기에 또 다른 복잡한 재료와 입면의 건물이 들어서기보다 복잡함을 중화할 수 있는 건물이 들어서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콘크리트는 중성적인 재료다. 무채색의 색감과 고유의 질감때문에 마치 화장기 없는 민얼굴이 주는 것과 같은 밋밋한 아름다움이 있다. 차분한 느낌의 콘크리트가 들떠있는 주변을 가라앉힐 수 있기를 바랐다.”
-노출콘크리트에 변화를 주기 위해 색감 혹은 후처리 방법을 쓰는데, 질감만으로 표현한 이유가 있나?
“노출콘크리트로 결정한 후에는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했다. 우리는 건물의 중요한 모티브인 청바지 이미지를 건물에 담고 싶었다. 청바지는 같은 원단을 쓰더라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수많은 색감과 질감으로 달라진다. 하나의 재료가 가공을 통해 다양한 표정이 나오는 청바지처럼, 콘크리트를 다른 방식으로 처리해 다른 모습을 만들었다. 건물의 입면은 복잡한 요철로 표정이 드러나기보다 차분한 표정으로 주변에 녹아들기 바랐다. 그래서 재료의 순수한 질감을 드러내는 것으로 3가지 방법을 택했다.
가장 아랫부분은 너무 매끈하기보다 나무의 결이 주는 감성을 전달하고 싶었다. 너무 거칠면 사람이 만졌을 때 내구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처음엔 청바지의 특성을 콘크리트에 적용하려고 했다. 청바지 원단의 질감, 조직을 눌렀을 때 생기는 주름을 담아보고 싶었다. 청바지 원단으로 거푸집을 짜는 방법도 고민했지만 제약이 많았다. 직물을 거푸집으로 썼을 때, 콘크리트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리는 등 많은 문제점이 있었고, 주변 건물과 좁은 도로로 둘러싸여 작업하기도 어려운 환경이었다. 결국 섬유의 질감 대신 목재인 OSB합판으로 결정했다.”
-목재 중 특별히 OSB합판을 쓴 이유는?
“송판노출은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방법이지만 하나하나의 결이 마치 얇은 쪽처럼 느껴진다. 반면OSB는 덩어리감이 느껴진다. 패턴에 의해 잘게 쪼개져 보이기보다 하나의 덩어리로 읽혔으면 했다. 이 OSB는 중간의 거칠기를 표현했고 좀 더 거친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큰 골재를 사용하는 것도 생각했지만, 콘크리트 본래 재료는 바꾸지 않으면서 가공만 통해 표현하려고 깎아내기(chipping)를 사용했다. 면삭기를 사용하고 싶었지만 포크레인을 움직일 수 없는 높이였고, 주변 소음과 분진 등의 문제로 수압을 사용했다. 수압은 보통 오염물질을 제거하는데 사용되는 방식인데, 수압의 강도에 따라 치핑의 느낌도 낼 수 있었다. 수압은 사례가 없어 어떤 느낌으로 나올지 예상하기가 어려웠다. 수압으로 분사하는 경우 거리, 강도, 시차, 노즐 크기, 거푸집에서 떼어낸 후 양생 기간에 따라 질감이 조금씩 달라진다. 지하층 주차장 벽에 시험 삼아 몇 가지 테스트한 후 원하는 결과가 나온 방법으로 시공했다.”
◆가평 단독주택 건축개요
설계: 곽상준, 이소정
위치: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대지면적: 876㎡
연면적: 330.14㎡
규모: 지상 1층, 지하 1층
구조: 철근콘크리트
마감: 노출콘크리트
완공: 2016년 12월
사진: 신경섭
-다른 프로젝트에서 콘크리트의 물성이나 시공법을 연구한 사례를 소개해달라.
“최근에 진행한 경기도 가평 단독주택(2016년)의 경우, 1층과 2층의 노출을 다르게 했는데, 2층은 각목을 이용해 루버(louver·폭이 좁은 판을 비스듬히 일정 간격을 두고 수평으로 배열한 것) 모양으로 콘크리트의 패턴을 만들었다. 요철과 골이 만들어내는 입체감이 드러난다. 가평 주택은 2층 규모로 아래는 송판노출콘크리트, 위는 각목으로 거푸집을 만들어 루버 같은 표현을 했다.”
-콘크리트의 매력은 무엇인가?
“원하는 모든 형태로 성형할 수 있다는 점과 콘크리트 고유의 색감을 들 수 있다. 특히 노출콘크리트의 색감은 주변의 배경이 되면서 캔버스와 같은 역할을 한다. 주변의 그림자가 가장 잘 녹아든다. 이 도심지에서 모든 건물이 “나 좀 바라봐” 하면서 튀는 모습인데, 노출콘크리트는 무뚝뚝하지만, 존재감을 드러내는 묘한 느낌이다. 최근엔 건축뿐 아니라 내부의 소품이나 가구도 콘크리트로 만든다. 구조와 마감에서 그리고 내부의 소품까지, 모든 것을 콘크리트만으로 구성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역설적으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 매력적이다. 보통 마감 단계에서 한 번 더 수정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데 콘크리트는 구조재가 바로 마감이 되므로 수정하기 어렵다.
거푸집을 뜯기 전에는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없다. 도자기를 예로 들자면, 가마에 들어가기 전까지 계속 주의를 기울여 관리해도 가마에 들어가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 가마에 들어가 있는 중에도 가슴을 졸인다. 콘크리트도 같은 느낌이다. 거푸집을 뗄 때까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는 결과를 기다리는 두근거림이 있다.”
-콘크리트 작업에서 어려운 부분과 아쉬운 점이 있을 것이다.
“노출콘크리트로 작업해보니 현장 상황까지 철저하게 고려해 설계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현장에서 레미콘 공장의 위치가 적합한지, 작업 공구를 펼칠 공간이 없는 도심지에서 작업 공간이 충분한지 등 많은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도심에선 여의치 않은 부분이 많았다. 레미콘 차가 끊이지 않고 들어와야 하는데, 차가 막히거나 주차 공간이 없어 제때 못 온다면 낭패가 될 수 있다.
컬러 콘크리트를 쓰는 경우도 어려움이 많다. 시료를 받을 때와 실제 현장에서 컨디션이 같게 유지되기 쉽지 않다. 그리고 레미콘 공장에서 하나의 색으로 진행하려고 하면, 그 색에 맞춰 모든 공정을 다시 짜야 해 비용이 급격히 증가한다. 레미콘 공장에 여러 유형이 있다면 다양한 시도를 해보겠지만, 유형도 한정돼 있다. 다른 방법을 시도하면 비용으로 직결된다. 그리고 노출콘크리트 건물의 경우 콘크리트를 구조체로만 쓰는 일반적인 건물의 거푸집과 다르다.”
곽상준(OBBA 공동대표)은 연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스페이스 연과 매스스터디스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이소정과 함께 OBBA를 설립했다. 현재 홍익대에 출강 중이다. 이소정(OBBA 공동대표)은 이화여대 환경디자인과와 펜실베이니아대 건축대학원을 졸업했다. 네덜란드 OMA를 거쳐 매스스터디스에서 실무를 쌓았다. 현재 연세대에 출강 중이다.
심영규 프로젝트데이 건축PD는 한양대 건축공학과를 나와 건축전문지 공간(SPACE)에서 기자로 일했다. 현재 ‘건축재료 처방전’ 감(GARM)의 편집장이며 전시와 출판뿐 아니라 비즈니스플랫폼도 기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