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마감재로 어떤 나무를 쓰면 좋을까. 벽돌은 어떻게 쌓아야 더 효과적으로 연출할 수 있을까. 집짓기나 리모델링, 인테리어에 관심은 많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려면 막막한 게 현실입니다. 조선일보 땅집고(realty.chosun.com)는 건축전문출판사 감씨(garmSSI)와 함께 나무, 벽돌, 콘크리트 등을 독창적 방법으로 사용한 건축가를 만나 그들의 작업에 담긴 건축 재료 응용법을 소개합니다.
[심영규의 建築재료 이야기] ④단순함의 축조, 축조의 단순함
벽돌집은 친숙하다. 인류 주거사를 살펴보면 벽돌의 역사는 수공예의 역사다. 흙과 불만 있으면 구워낼 수 있는 벽돌은 무겁고 거친 돌보다 다루기 쉬워 대중적인 소재로 꼽혔다. 벽돌이 요즘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건축가들은 벽돌의 ‘시간성’과 ‘응용 가능성’에 주목했다. 장영철 와이즈건축사사무소 대표는 “노출콘크리트 건축물은 20여 년이 지나니 외관이 지저분해졌다. 금속 패널도 얼룩지는건 마찬가지다. 그런데 대학로의 옛 벽돌 건물은 여전하다”며 “재료의 생애주기를 따졌을 때 벽돌은 나이를 먹어도 주름살이 예쁘게 지는 재료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뮤엠사옥 건축개요
설계: 장영철, 전숙희
위치: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대지면적: 990.8㎡
연면적: 2547.6㎡
규모: 지상 4층, 지하 1층
구조: 철근콘크리트
마감: 전벽돌, 백토벽돌타일
공사기간: 2014년 9월 ~ 2015년 11월
사진: 노경
-와이즈건축은 벽돌 하면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벽돌의 매력은 무엇인가?
“한국에서 최초의 벽돌건축은 신라시대 634년 분황사 모전석탑으로 시작해 근대에 괄목할 만한 역작으로는 수원 화성을 꼽을 수 있다. 서울시내엔 명동성당과 약현성당이 가장 오래된 벽돌 건물 중 하나다. 한국 현대건축사에 큰 획을 그은 건축가 김수근도 벽돌을 즐겨 썼다. 대학로 마로니에 일대의 붉은 벽돌 건축과 어우러지는 샘터 사옥, 원서동의 공간 사옥, 장충동의 경동교회 등 여전히 수작으로 꼽히는 벽돌 건축물이 모두 1970~1980년대에 완공됐다. 그 붐의 시작은 건축가 박길룡의 경성제국대학 본관(1930년)이었다. 대학로에 있는 한국석유공사 건물도 아름답다. 건축가 김기석의 벽돌건축 연작도 예로 들 수 있다.
벽돌은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고급 재료였다. 그리고 1990년대 벽돌은 좁은 골목의 안쪽에 있는 작은 집들을 지을 때 쉽게 운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현대건축의 새로운 유행이 등장하고 외장 재료가 바뀌면서 콘크리트, 금속 패널, 유리가 대세가 되고, 벽돌 사용은 하향세를 겪게 된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노출콘크리트 열풍이 불었다. 2000년대에 다시 맞은 벽돌의 전성기는 건축가 최욱의 초창기 작품 중 벽돌을 사용한 4층짜리 푸른나무 출판사 사옥(2001)에서부터다. 건축 전반에 대한 깊이와 이해를 더하고 손으로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았던 그와 더불어, 벽돌을 즐겨 사용하는 건축가로는 황두진이 있다. 그는 서촌, 동숭동 등에서 공성 건축으로 전벽돌을 많이 사용했다.”
-벽돌의 역사에 대해 상세히 알고 있다. 벽돌에 원래 관심이 있었나?
“우리가 벽돌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작업은 2012년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로 진행했던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이다. 1960년대 지어진 원래 집은 과거 전벽돌을 사용했기에 리모델링 과정에서도 같은 재료를 사용해 열연강판과 함께 건식으로 쌓았다. 이후에 건축가 황두진의 북촌 주택을 참고해 2013년 서울 강남의 ABC 사옥에서도 벽돌을 활용했다.
두 번째 작업의 특징은 벽돌이 갖고 있는 디테일을 감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디테일이 가져야 하는 덕목으로는 ‘어떻게 하면 외부의 물길을 끊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비바람을 막을까, 재료와 재료가 만났을 때 어떻게 처리할까, 그러면서 어떻게 예쁘게 만들 수 있을까’이다. ABC 사옥에서는 이러한 요소를 안으로 감추지 않고 외부에 드러내도록 작업했다. 이후 2014년 성벽돌 주택에서도 벽돌을 사용했다. 대지 앞에 서울성곽이 있었는데, 오래된 조적의 맥락을 활용해 벽돌을 재료로 선택했고 박공지붕까지 벽돌로 덮었다. 파주의 운중동 ‘ㄱㅁ주택’도 노란색 고령토벽돌을 사용해 줄눈 없이 철에 끼우는 형식인 ‘마구리쌓기’ 시공법으로 작업했다.
가장 최근에 작업한 파주 뮤엠 사옥은 벽돌이 진성 재료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타일을 외벽에 붙이지 않고 철재로 틀을 만들어 쌓았다. 이는 벽돌을 말아서 쌓아올려 곡면으로 조적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벽돌의 종류로는, 전벽돌과 백토벽돌을 섞어 사용하여 벽돌이 가진 격자 모양을 깨려는 시도를 했다.”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건축개요
설계: 장영철, 전숙희
위치: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대지면적: 345.5㎡
연면적: 308.24㎡
규모: 지상 2층, 지하 1층
구조: 연와조
마감: 전벽돌
공사기간: 2012년 1월 ~ 2012년 5월
사진: 김두호
■ABC사옥 건축개요
설계: 장영철, 전숙희
위치: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대지면적: 285㎡
연면적: 779㎡
규모: 지상 5층, 지하 1층
구조: 철근콘크리트
마감: 전벽돌, Filobe 커튼월 시스템
완공: 2012년 11월
사진: 진효숙
-박공지붕까지 벽돌로 쌓은 성벽돌집은 방수가 문제되지 않을까?
“성벽돌집은 방수에 특히 신경 썼다. 우레탄보다 강하고, 스프레이로 도포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폴리우레아라는 물질을 사용했다. 정화조에 방수처리하는 방식이다. 마감으로 콘크리트를 도포하고 그 위에 배수판을 깔아 벽돌을 쌓았다. 이곳엔 파벽돌을 다듬은 잘라낸 벽돌을 사용해 세월의 흔적을 드러내면서도 깔끔하게 디자인했다.”
-벽돌의 물성 중에서 무엇에 매력을 느끼는가?
“시간이 지나도 괜찮은, 타임리스(timeless)가 매력이다. 그리고 질감이 좋다. 개인적으로 1970년대 이후 만들어진 벽돌건물 중에서는 경동교회가 좋다. 실제로 가까이에서 보면 날카롭지만 멀리서 보면 부드럽게 보이는 양면성은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인상이다. 최근 벽돌건축이 인기 있는 이유는, 벽돌이 에너지 정책으로 면적의 최소화와 외단열이 가능한 재료이기 때문이다. 외단열을 하기 위한 옵션은 벽돌과 드라이비트, 금속 패널이다. 한때 유행했던 노출콘크리트는 퇴조를 보이고 있는데 정부가 외단열을 강조하는 것은 그에 해당하는 재료의 사용을 장려하는 것과 같다. 물론 내단열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생기지만 내부 면적이 감소된다는 데에서 건축주의 이해가 필요하다.”
-국내 벽돌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한국에는 이형벽돌이 많아져야 한다. 이형벽돌이 매우 다양한 영국은 벽돌천국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수공으로 생산되는데 색이 자연스러워 그 색이 주는 느낌이 좋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벽돌 생산이 공장에서 기계로 자동화돼 그 모양과 색의 표준화가 매우 강하다. 영국에서는 문화재 보존 측면에서 이형벽돌의 생산과 수요가 있지만 국내에서는 시장성이 낮다. 그리고 수공으로 벽돌을 생산하면 가격대가 매우 높아지는 단점이 있지만 단지 저렴하다는 가격 경쟁력으로만 판단해 건축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벽돌집 건축개요
설계: 장영철, 전숙희
위치: 서울시 중구 신당동
대지면적: 1,132.6㎡
연면적: 650.54㎡
규모: 지상 2층
구조: 철근콘크리트
마감: 면절단 파벽돌
완공: 2013년 11월
사진: 노경
-조적 방식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 있나?
“벽돌은 원래 구조재였기에 쌓기 자체가 기본이다. 하지만 최근 내진설계 문제로 조적 자체가 불가능해지면서 치장재로의 사용이 높아지고 있다. 벽돌 사용에 대한 대안은 안정적인 구조인 아치라고 본다. 아치를 교차해 만드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크로스볼트는 가장 안정적이다. 아치 구조를 모형으로 만들어 테스트했더니 인장력이 있어 실제로 매우 안정적이었다. 그런 면에서 벽돌의 패턴은 큰 의미가 없다. 지금 상태에서는 물량을 비롯한 여러 면에서 아치 구조를 하는 것이 비효율적이지만 국내에서 장려하는 외단열에 매우 적절하고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재료라는 점에서 벽돌은 여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장영철 와이즈건축 공동대표는 홍익대를 졸업하고, U.C.버클리에서 수학했다. 이로재, 스티븐 홀 아키텍츠, 라파엘 비놀리 아키텍츠 등 국내외 유명 건축사무소에서 실무를 익혔다. 전숙희 건축가와 함께 와이즈건축을 이끌고 있다. 2008년 뉴욕 사무소, 2010년 서울사무소를 열어 ‘건축 놀이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심영규 프로젝트데이 건축PD는 한양대 건축공학과를 나와 건축전문지 공간(SPACE)에서 기자로 일했다. 현재 ‘건축재료 처방전’ 감(GARM)의 편집장이며 전시와 출판뿐 아니라 비즈니스플랫폼도 기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