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이게 뭐지" 구로동에 나타난 6층짜리 나무 소쿠리 빌딩

뉴스 심영규 건축PD
입력 2017.08.07 06:45

실내 마감재로 어떤 나무를 쓰면 좋을까. 벽돌은 어떻게 쌓아야 더 효과적으로 연출할 수 있을까. 집짓기나 리모델링, 인테리어에 관심은 많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려면 막막한 게 현실입니다. 조선일보 땅집고(realty.chosun.com)는 건축출판사 감씨(garmSSI)와 함께 나무, 벽돌, 콘크리트 등을 독창적 방법으로 사용한 건축가를 만나 그들의 작업에 담긴 건축 재료 응용법을 소개합니다.

[심영규의 建築재료 이야기] ① 나무로 직조한 빌딩 ‘서편재’(㯕編齋)

서울 구로구 구로시장을 지나다 보면 목재를 직조해 짠 지상 6층 규모 건물이 눈에 띈다. 높이 19m 적삼목이 촘촘하게 건물 입면을 두르고 있다. 말 그대로 거대한 소쿠리다. 이곳은 1970년대 편직물 시장이 있던 자리로 서편재는 ‘작은 나무 서(㯕)’, ‘엮을 편(編)’을 써 ‘나무가 엮어진 집’이라는 뜻이다. 이름대로 적삼을 12㎜로 얇게 켜냈는데 부러지지 않고 자연스러운 굴곡을 만든다.

이재성 건축가는 평소에도 건축을 수공예적으로 접근하며 재료의 특성을 살린 구조와 입면을 실험해왔다. 전작인 서우재도 전동 목재 루버를 사용해 도시에 재미를 더한다. 그의 사무실인 서우재에서 서편재에 관한 이야기를 물었다.

서편재는 나무가 엮어진 집이라는 뜻이다. 서울 구로동에 지상 6층 규모로 지어졌다. /사진=신경섭 작가


-서편재는 무슨 뜻인가.
“서편재 초입에 있는 시장은 1970년대 편직물 시장이었다. 섬유를 엮으면 편직물이 된다. 섬유는 2D이지만 사람이 입으면 3D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동네가 서편재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2D인 나무를 사용했지만 3D인 소쿠리가 된 것 아닌가. 나는 건축을 수공예 작업으로 생각한다. 마치 영국의 미술공예운동(Art and Craft Movement)처럼 말이다. 나의 건축은 기능적인 것, 미적인 것, 실험적인 것 등 다양성을 추구한다. 그러다 보니 재료를 사용하는 것도 매번 실험이자 모험이다.”

-입면이 독특하다. 외부 루버를 어떻게 구성했나.
“서편재 외피는 소쿠리처럼 나무를 휘어 직조해 짠 형식이다.(루버는 목재나 금속, 플라스틱 등의 얇고 긴 평판을 일정한 간격을 두고 평행하게 늘어놓은 것을 말한다) 한 개의 루버 높이는 250㎜, 두께 12㎜, 길이 3m로 루버와 루버 사이에 빈 공간은 170㎜다. 이 루버 5개를 연결하면 총 19m의 나무가 연속적으로 구성된다. 참고로 적삼목은 얇게 켜내도 부러지지 않는다. 건물 뒤편에서 볼 때는 목재를 연결했기에 끊겨 보이지만 전면에서는 연속성을 가지며 굴곡진 모습이 된다.

구조도 독특하다. 이렇게 건물 외부를 루버로 사용하는 건축가가 많은데, 그렇게 하려면 굉장히 무거운 철골구조에 루버를 장식처럼 매달아야 한다. 그러나 서편재는 다르다. 입면을 위한 별도의 구조가 필요하지 않고, 구조 자체가 입면의 요소가 된다. 나는 이런 방식이 완성도가 더 높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경제성과 시공성 또한 함께 들어맞아야 한다. 향후 관리와 보수 차원에서 누구든지 루버를 분리하고 고정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목재는 어디에서 구매했나.
“루버(목재)를 구매할 당시, 경제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재료를 갖출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성인데 내가 생각한 재료비 기준에서 벗어났다. 적삼목을 구매하기 위해 조사해보니 국내에서는 비용이 많이 들었다. 일본 업체 목-키포인트(木-keypoint)를 소개받았다. 이 업체는 아이치현 나고야 근처로 산과 물이 좋다. 이곳에 나무 재배와 가공을 같이 하는 협동조합이 있었다.

목재를 얇게 가공해야 했는데, 한국에선 20㎜가 최소였지만 일본은 12㎜까지 가능했다. 국내에서는 비용과 기술, 노하우 문제 때문에 목재 구매부터 가공 작업까지 모두 일본에서 진행했다. 덕분에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는데 국내 업체에서는 예상비용을 1억원까지 책정했지만 일본에서는 마무리까지 3650만원에 맞출 수 있었다.”

나무를 직물처럼 짠 형식의 서편재는 1970년대 편직물 시장이었던 주변의 모습을 닮았다. /사진=신경섭 작가


-나무로 외피를 만들 때 직조 방식을 택한 이유는.
“도심에서 건축할 때 스킨과 외피는 굉장히 중요한 숙제다. 스킨은 프라이버시와 건물의 온도, 미적으로 중요한 요소다. 나무를 사용하려던 초기에도 휘어서 붙인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나무를 2D로 고정하는 것이었지만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 예쁘지 않았다. 그러나 나무의 휘는 물성 자체를 염두해 보니 입체적으로 휘는게 가능했고 직조하는 방식으로 목재를 사용하게 됐다. 이후 시뮬레이션을 다시 돌리자 서편재는 앞에서 빛을 받으면 반대편으로 반사되고 비치면서 다양한 빛을 만들어냈다. 나무를 휘게 해 직물처럼 짰기에 한 방향으로만 빛을 받아도 같은 면에서 다른 빛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빛이 가장 드라마틱한 시간대는.
“야간이 가장 드라마틱하다. 실내에 조명이 들어왔을 때 건물 자체가 마치 거대한 조명이 되는 것 같다. 서편재가 위치한 동네는 개발이 덜돼 야간에 어둡다. 서편재가 길목에서 사각의 ‘큰 소쿠리 조명’ 역할을 하게 됐다. 그리고 여름 해가 뜨는 오전 10시 동남쪽에서 비치는 햇빛도 건물을 예쁘게 만들어준다. 태양의 고도가 낮은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는 더욱 도드라지는 듯하다.”

-목재를 외장재에 쓰면 변색 우려는 없나.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옹이나 변형이 없는 목재를 찾는다. 업체에서도 화학처리를 해 목재가 변하지 않도록 하는데, 적삼목은 어떤가.
“바니쉬를 바르지 않고 오일스테인만 발라 최소한의 인공처리만 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고 있다. 바니쉬는 자연목에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완전히 봉해서 보호하는 것이다. 그런데 바니쉬가 벗겨지는 과정이 예쁘지 않다. 이러한 경험들로 인해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재료가 변화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건축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것이다.”

건물의 외피는 한쪽에서 빛을 받으면 반대편으로 반사되고 비치면서 다양한 빛을 만들어낸다. /사진=신경섭 작가


-전작인 서우재의 경우, 외부에 사용한 적삼목의 유지보수를 위해 특별한 처리가 필요했나.
“나무를 외부에 사용해도 부패하지 않을 정도의 방부 처리만 했다. 목재 내에 수분은 놔두고 고압으로 약품을 주입하는 방식이었다. 이 작업 또한 국내와 일본의 비용 차이가 컸다.”

-건축 재료로서 나무가 주는 가치는 무엇인가.
“우리나라 전통건축은 돌을 그대로 갖다놓고, 재단하고 휜 나무를 보로 사용하는데 이것이 자연스러우며 강한 힘을 가진다. 요즘은 채소도 성장 지역별로 분류해 유통한다. 이처럼 목재 구매도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콘크리트, 스틸처럼 공장화된 재료는 분명 한계가 있다. 몇백 년 된 건물이 멋있는 것은 시간성을 지니고 있어서다. 나무는 자연 재료로 그 시간성이 더 잘 나타난다. 외부의 에너지나 힘에 의해 변화하는 것이 나무의 물성이다. 그 고유의 정체성을 잘 살리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내가 나무를 사용하는 이유다.”

■‘서편재’ 건축개요
설계: 이재성, 김남수
위치: 서울시 구로구 구로동
대지면적: 330㎡
연면적: 999.45㎡
규모: 지상 6층, 지하 1층
구조: 철근콘크리트, 철골
완공: 2017년 3월
사진: 신경섭

이재성 건축가

이재성 지음재 아키텍츠 대표는 미국 국가공인 건축사다. 서울예술고와 홍익대에서 회화를 전공했고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학에서 건축학 석사를 받았다. 저디파트너십에서 건축 실무를 익혔다. 2014년 ‘서우재’로 서울시 건축상을 받았고, ‘서편재’로 2015년 김수근프리뷰상을 수상했다.

심영규 프로젝트데이 건축PD

심영규 프로젝트데이 건축PD는 한양대 건축공학과를 나와 건축전문지 공간(SPACE)에서 기자로 일했다. 현재 ‘건축재료 처방전’ 감(GARM)의 편집장이며 전시와 출판뿐 아니라 비즈니스플랫폼도 기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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