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현금 안 나오면 수백억 부동산도 짐만 된다"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17.03.01 07:00

[원포인트레슨] 부동산 투자는 심리다(중)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월세 시대에 새판을 짜야 한다"고 말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박원갑의 부동산 투자 원칙’에서 “나이가 들수록 부동산 투자에서 스톡(stock·저량) 자산보다 플로(flow·유량) 자산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유행어를 낳은 월세 로망이 신드롬으로 번지는 가장 큰 이유는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노후 불안과 저금리 기조가 겹쳤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에서만 존재하는 보편적인 임대차방식인 전세가 빠른 속도로 월세로 넘어가면서 이런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월세를 통한 현금흐름은 집값 상승으로 인한 자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일수록 소중한 가치가 된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현금 흐름”

박 위원은 수백억원대의 지방 임야를 보유하고 있어도 현금흐름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세금과 관리부담에 오히려 짐이 될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금흐름을 충실히 따르는 부동산은 나이가 들수록 마음 든든한 자산이 된다는 것이다.

박 위원은 “전세를 잘 받는 부동산보다는 월세를 잘 받는 부동산으로 새판을 짜라”며 “첫째도 현금흐름, 둘째도 현금흐름, 셋째도 현금흐름”이라고 했다.

월세가 잘 나오는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입지 경쟁력을 갖춘 곳이다. 예컨대 지하철 역세권에 있어 교통 인프라가 우수하거나 교육 여건이 좋은 곳이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작은 집 등이 월세가 잘 나가는 부동산이다. 박 위원은 “전세보다 주거비가 비싸기 때문에 월세 매물은 늘 넘친다. 요컨대 월세가 잘 나가려면 입지, 상품 등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어야 가능하다”며 “투자처를 고를 때 월세가 상승하는 지역이 어딘지 항상 눈여겨보는 것이 저성장·고령화시대에 실패하지 않은 부동산 투자법”이라고 말했다.

요즘 같은 ‘전세 소멸 시대’에 전세는 산꼭대기 오두막집이라도 세입자를 쉽게 구할 수 있다. 같은 임대라도 전세가 잘 나간다고 무턱대고 이런 집을 선택하면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세는 임대수익이 아니라 사(私) 금융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집 살 돈이 모자라 개인적으로 세입자로부터 무이자로 꾸는 자금 정도로 봐야한다는 얘기다.

박원갑 위원은 "월세가 잘 나오는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입지 경쟁력을 갖춘 곳"이라면서 역세권 등을 꼽았다.


전세는 수급(需給)에 따라 가격 변동성도 크다. 주택 입주 물량이 급증하면 전세 소멸 시대에도 단기적으로 전세금이 곤두박질 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세는 오로지 현재의 수급만을 반영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 위원은 “소액 자본으로 전세를 안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gap) 투자’는 위험한 투기 행위로, 가격의 우상향이 무너지면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나이들면 임대수익, 젊다면 토지 가치가 우선”

투자수익률은 자본수익률과 임대수익률을 합친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본수익률은 땅, 임대수익률은 건물이 각각 결정한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꿩(임대 수익)먹고 알(시세 차익)먹는 부동산을 투자하는 것이지만 두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부동산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선택을 할 때에는 자신의 처지에 따라 어느 한쪽에 비중을 둬야 한다.

지하철 9호선 개통을 앞두고 있을 당시 서울 강남구 봉은사사거리 일대. 은퇴한 사람은 역세권 요지의 임대수익형 부동산을 사야 한다고 박 위원은 강조한다.

박 위원은 “나이가 많을수록 미래 시세차익보다는 당장의 현금흐름이 소중하기 때문에 임대수익률에 좀 더 비중을 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은퇴한 사람으로 이렇다할 소득이 없다면 임대수익률이 높은 지방 대도시의 역세권이나 교통 요지 부동산을 사는 것도 무난하다고 말했다.

현역인 고소득 샐러리맨이나 자영업자에게는 월세 소득이 적절치 않을 수 있다. 세금 부담 때문이다. 고소득 자영업자와 샐러리맨은 입지 여건이 같다면 건물은 낡고 층수도 낮아 월세 수입은 고만고만하지만 토지 가치가 높은 곳을 매입하는 게 낫다. 퇴직 이전까지는 임대료보다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토지 경쟁력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박 위원은 세금 복병을 고려하지 않는 무조건적인 월세 중심의 자산 설계는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월세소득이 급여소득과 합산돼 세금 부담이 무거운 고소득 샐러리맨의 경우 은퇴 이전에는 임대보증금 혹은 전세 비중을 높이고 은퇴 이후 이를 월세로 전환하는 방법이 좋다”면서 “거듭 강조하지만 은퇴 이전에는 월급이 월세보다 월급이 소중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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