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규제 완화] 해제 후에도 남아있던 '개발 족쇄' 대폭 풀어
도심 인근·개발 수요 있는 곳…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 허용
김해공항 주변엔 대형 쇼핑단지, 창원 사파지구엔 아파트 유력
전국 땅값 급등 등 투기 우려도
김해공항 옆 마을인 부산 강서구 대저2동에 있는 공항마을은 1970년대부터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었다. 낙동강 옆에 있는 이 마을 주변은 온통 논과 밭, 비닐하우스뿐이다. 이 지역은 지난 2002년 12월 그린벨트에서 해제됐다. 당시만 하더라도 주민들은 "김해공항의 배후 지역으로 성장해 아파트가 들어서고, 상가 건물이 죽죽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11년이 넘도록 이 마을 모습은 바뀐 것이 없다. 1~2층짜리 주택 570여채가 예전처럼 듬성듬성 자리 잡고 있을 뿐, 아파트와 상가는 찾아볼 수 없다. 그린벨트에서 해제됐지만, 이 마을은 '주거지역'으로 묶여서 4~5층짜리 건물밖에 못 지었다. 그러나 앞으로 이 마을엔 대형 쇼핑몰과 호텔도 들어설 수 있게 됐다. 정부가 12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대한 규제를 과감하게 풀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대형 아웃렛, 고층 아파트, 병원 들어선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그린벨트 규제 합리화 대책은 그린벨트를 더 풀겠다는 정책은 아니다. 대책의 핵심은, 그린벨트에서 해제됐지만 여전히 각종 규제에 묶여 개발이 힘들었던 지역의 규제를 더 풀겠다는 것이다.
이번에 나온 대책의 핵심은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된 '집단 취락' 지역에 대한 규제 완화다. 집단 취락 지역이란 과거 그린벨트로 묶여 있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마을이 들어서 있던 곳으로 전국에 106㎢나 된다. 이런 지역은 그린벨트에서 해제된 이후에도 '주거지역'으로 묶여 있어 용적률(대지 면적에 대한 건물 연면적 비율)도 최고 250% 이하이고, 건물 높이도 4~5층으로만 제한돼 있다. 이 때문에 민간 사업자들이 투자해야 할 이유도 없고, 개발 사업도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정부는 이런 지역 중 인근에 도심이 있고, 개발 수요가 있다면 기존 '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이나 준공업지역, 근린상업지역으로도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 땅의 용도가 이렇게 바뀌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경기도 여주와 파주의 아웃렛 매장처럼 초대형 쇼핑 시설이 들어설 수 있고, 대형 병원과 호텔, 공장이 들어설 수 있게 된다. 남희용 주택산업연구원장은 "시·도에서 허가만 난다면 용적률도 최대 900%까지 올라가 4~5층짜리 건물만 지을 수 있던 지역에 30층 안팎 고층 아파트도 들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그린벨트 해제 지역이 많은 경기도 구리, 하남, 남양주, 김포시 등이 최대 수혜 지역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지역은 서울과 가까워 개인 투자자는 물론 개발 사업자도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임대 아파트 지구 6개월간 안 팔리면 분양 아파트 지구로 바꿀 수 있다
경남 창원 사파지구는 2011년 12월 그린벨트에서 해제돼 도시개발 사업으로 주택 단지를 조성하려 했지만 아직도 허허벌판과 야산으로 남아 있다.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아파트 단지를 지으려면 현재는 임대주택을 35% 이상 건설해야 한다는 규정에 묶여 땅을 사려는 사업자가 없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그린벨트 해제 뒤 2년 이상 착공이 되지 않고 있는 사업장이 전국에 17곳 있다. 정부는 이번에 이런 규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그린벨트에서 해제될 때 아파트 단지 지역 용도로 해제된 곳에 대해 임대주택 건설 용지가 공급 공고일 이후 6개월간 팔리지 않으면 이를 분양 주택(국민주택 규모 이하) 건설 용지로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정부가 지역 개발이라는 목표에만 치우쳐 녹지를 훼손하고, 땅값 급등 등 부작용도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전문위원은 "전국의 그린벨트 해제 지역 땅값이 급등해 투기 바람이 불 가능성이 크고, 그린벨트 해제 지역이 과도하게 개발되면 인근의 미해제 지역 녹지가 훼손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