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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5년 침체 탈출] 강남 재건축發 매수세, 수도권 거쳐 지방 혁신도시까지

뉴스 홍원상 기자
입력 2014.02.14 01:56

[집값 24주 연속 상승세… 규제 풀리면서 수요 살아나]

他 지역보다 하락폭 컸던 용인·분당 등 수요 몰려
공공기관 오는 혁신도시, 분양가에 웃돈 붙기도

경기도 용인에 있는 A아파트는 최근 한 달 동안 10여가구가 새로 이사 왔다. 지난 4~5년간 매매가 사라졌던 이 단지에 내 집을 장만하려는 수요가 갑자기 늘어난 것이다. 단지 인근의 H부동산중개소 직원은 "작년 가을 시세보다 1000만~2000만원을 낮춰도 냉담하던 소비자들이 요즘은 하루에 2~3통씩 문의 전화를 걸어온다"며 "'이제는 집을 사야 할 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 시작된 주택 매수세가 수도권을 거쳐 전국으로 퍼져가고 있다. 전국의 아파트 가격이 24주 연속 상승하면서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리던 경기도 신도시 아파트가 속속 팔리고 있다. 지방 혁신도시에서는 아파트 분양권에 프리미엄(웃돈)까지 붙고 있다. 한국감정원 박기정 연구위원은 "주택 시장의 온기(溫氣)가 서울 강남권에서 경기 용인·분당·안양 등지로 확산되고 있다"며 "최근 부동산 핵심 규제가 풀리고 구매력을 가진 실수요자들이 내 집 장만에 나서면서 시장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수도권, 미분양 줄고 낙찰가 올라

지난 6일 수원지방법원에서는 경기 용인시 기흥구 S아파트(85㎡)가 경매에 부쳐지자 응찰자 20여명이 한꺼번에 몰렸다. 낙찰 가격은 2억7900만원. 한두 달 전만 해도 두 번 정도 유찰되는 게 보통이었던 풍경과 달리 이 아파트는 감정가(2억7800만원)보다 더 비싸게 팔렸다.

지난 9일 서울 금천구 독산동 ‘롯데캐슬 골드파크’ 모델하우스가 관람객으로 가득 차 있다. 지난 7일부터 사흘간 모델하우스에는 5만5000명이 찾았다. /뉴스1

'부동산태인' 정대홍 팀장은 "집값 하락기에 다른 곳보다 더 많이 내린 수도권 아파트들이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됐다"며 "생활 편의시설도 잘 갖추고 있어 가격 회복이 빠른 편"이라고 말했다.

침체된 주택 시장에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던 수도권 아파트 상황이 달라졌다. 쌓여만 가던 미분양 물량이 대거 소진되고 주택 거래량도 늘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경기·인천 주택 거래량은 2만5648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8457건)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주택 매매 가격도 전달보다 0.20% 올라 작년 12월 상승률(0.06%)에 비해 큰 폭으로 올랐다. 최근 성남시 분당구 쌍용아파트(전용 84㎡)는 작년 9월보다 2000만원가량 오른 5억원에 팔렸고, 군포시 세종아파트(58㎡) 가격은 같은 기간 2억3000만원에서 2억4000만원으로 상승했다. 그 여파로 경기도 미분양 주택은 2만4760가구(작년 12월 기준)로 한 달 전보다 6.3%(1653가구) 감소했다.

국민은행 박원갑 전문위원은 "전세난이 장기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하고 출퇴근이 편리한 수도권에 내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급증했다"며 "수직 증축 리모델링이 4월부터 허용되면서 중층 아파트가 밀집한 분당·평촌신도시 아파트 값이 강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지방 혁신도시 아파트에 웃돈 붙기도

지방 주택 시장 역시 공공 기관이 들어서는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들썩이고 있다. 정부 부처 이전과 산업단지 조성 등 각종 개발 호재가 잇따르는 데다 주택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지난달 대구(1.15%)·경북(0.49%)·충남(0.35%) 위주로 집값이 크게 올랐다. 경북 김천, 전북 전주 등 전국 10개 지역에 조성된 혁신도시에는 올해부터 115개 공공 기관, 3만8000명의 직원이 본격적인 이주에 들어갈 예정이다.

공공 기관 이전과 기반 시설 설치에 따른 수요 증가로 일부 아파트에는 웃돈이 붙고 미분양 물량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작년 말 전북 전주혁신도시에서 입주를 시작한 '호반베르디움'은 분양가보다 2000만원가량 오른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대구에서 올해 처음 분양한 '대구월성 협성휴포레' 아파트는 13대1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에서 청약을 모두 마감했다. 지방에 남아 있는 미분양 주택(2만7899가구)도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1607가구가 줄었다. '부동산써브' 정태희 팀장은 "상대적으로 고가(高價) 아파트가 많은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중소형 저가(低價) 주택 위주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지원 늘리고 세금 줄여야

올 들어 주택 시장이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활기를 띠는 주된 요인은 작년 말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책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투자 심리가 다소 살아났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강한 의지를 보인 것도 실수요자들이 주택 구매에 나서는 데 힘을 보탰다.

최근 집값 상승의 진원지(震源地)로 꼽히는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가 연말로 예정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유예 종료를 앞두고 조합을 설립하는 등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주택 시장이 완연한 회복세로 돌아서지는 않은 만큼 금융 지원과 거래·보유세 부담 경감 등 추가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남희용 주택산업연구원장은 "1000조원대에 이르는 가계 부채와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등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주택 시장이 안정적인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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