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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튈까? '토지보상금 20조+α'

뉴스 박성호 조선경제i 기자
입력 2010.04.16 03:11

부재 지주 토지·비사업용지… 양도세 중과 올해까지 유예… 토지 재투자 가능성 높아…

서울 우면동에 사는 김모(54)씨는 최근 자신이 운영하던 화훼농장이 보금자리주택지구에 편입되면서 토지보상금으로 30여억원을 받았다. 갑작스럽게 거금이 생긴 김씨는 여러 투자처를 물색하다가“그래도 부동산”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부동산 투자자문회사를 찾았다. 김씨는 상담사로부터 상가,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할 것을 권유받았다. 하지만 그는“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면서“시장 상황을 조금 더 지켜 보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가 받은 30억원은 현재 모 시중은행의 고금리 토지보상예금 계좌에 잠들어 있다.

지난해 7월부터 토지보상이 시작된 위례신도시. 총 1조5000억원가량의 보상금이 풀렸지만, 아직까지 어디로 튈지 그 향방을 가늠할 수 없는 가운데 시중을 떠돌고 있는 상황이다. / 조선일보 DB

◆수도권 곳곳에서 보상금 대거 풀려

부동산업계에서는 올해 전국적으로 토지보상금으로만 '20조원+α'가 풀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올해 토지 보상이 예정된 곳은 하남 미사(5조1000여억원), 인천 검단(4조1000여억원), 평택 고덕국제도시(3조6000여억원), 파주 운정(3조5000여억원) 등 총 20조원 규모로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 있다. 여기에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을 감안하면 보상금 규모는 30조원이 넘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올해 전국적으로 신도시와 택지 개발을 위한 토지보상금 명목으로 20조원의 예산을 책정해 놓은 상태다.

이에 따라 이 뭉칫돈이 어디로 움직일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아직은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이 커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개인 머니마켓펀드(MMF) 잔액만 26조원에 육박할 만큼 시중 단기 유동성이 계속 늘어나 조만간 어딘가로 이동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한다.

◆토지보상금 어디로 튈까?

전문가들은 하반기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면 토지보상금이 다시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PB팀장은 "아파트이든 상가이든 앞으로 6개월 정도는 기다려야 자금이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며 "아직은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대기자금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처럼 아파트로만 보상금이 흘러가는 패턴은 바뀔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아파트시장이 최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데다 예전처럼 고수익을 보장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이사는 "(보상금이) 예전에는 대부분 아파트에 투자됐다"며 "하지만 최근 임대수익이 보장된 오피스텔이나 강남 상가로 투자 대상이 옮겨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최근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아파트 대안으로 각광받는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으로 보상금이 몰릴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기회복돼야 토지시장도 활기

'토지보상금은 다시 토지로 재투자 된다'는 말처럼 전문가들은 일부 개발 재료나 교통 호재가 있는 토지로 재투자될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다. 강공석 투모컨설팅 대표는 "개발 호재가 중첩된 지역, 도로·철도 등이 개통되는 지역이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특히 올해는 토지시장에 대한 매력이 큰 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부재 지주 토지와 비사업용지에 대한 양도세 중과(60%) 유예 조치가 올해까지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풀린 지역의 땅을 매입할 때 적용됐던 '해당 시·군·구에서 전 가족이 1년 이상 거주' '토지이용계획서 제출' 등의 족쇄에서 벗어난 것도 올해 토지 거래가 활발해질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전국 땅값은 부동산시장 침체기에도 꾸준히 올랐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2월 전국 땅값은 1월보다 평균 0.23% 올랐다. 상승 폭은 전월(0.25%)보다 줄었지만, 지난해 4월부터 11개월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50·60대 중장년층은 물론 20·30대까지 토지시장 투자를 고려하는 모습이다. 강 대표는 "최근 토지투자 설명회 등을 개최하면 20·30대 젊은이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동산시장 전반의 위축된 투자 심리가 풀리지 않는다면 토지시장에 대한 영향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토지시장은 가격 상승을 촉발시킬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며 "정부의 규제 완화나 경기회복 조짐이 동반된다면 활기를 띨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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