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경기(景氣)는 추운데 강남 집값은 '후끈'

뉴스 홍원상 기자
입력 2009.04.23 03:16

개발 호재·규제 완화 발표 묻지마 투자로 집값 급등
실물경제 침체는 여전 일부선 버블 가능성 우려

"정부나 부동산 전문가들이 뭘 알겠어요? 집값이 어디로 움직일지는 강남 부자들이나 저희가 제일 잘 압니다."

22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B부동산중개업소. 재건축이 추진 중인 개포 주공아파트 단지에서 10년 넘게 중개업을 해왔다는 이모(52) 대표는 "부동산 경기는 이미 '바닥'(최저점)을 찍었다"며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당장 집을 사야 한다"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올 들어 주택 가격이 강하게 반등한 데 대해 '경기 침체의 여파로 다시 조정받을 것'이라는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대표뿐만이 아니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과 투자자들도 강남 아파트 시장에 대해 낙관론 일색이다.

강남의 주택 거래 시장에는 아직도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금융 위기와 경기 침체에 대한 경고음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와 초고층 개발 허용 등 각종 개발 호재에만 묻혀 호가(呼價)는 계속 오르고 투자를 부추기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강남 아파트는 별개의 부동산 시장"

서초구 반포동에 전셋집을 구하는 이모(여·36)씨는 최근 부동산중개업소로부터 새로운 제안을 받았다. "최근 전세금도 급등한 만큼 차라리 집을 사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반포의 K부동산중개업소 김모(48) 대표는 "계속 고민만 하다가는 또다시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며 "강남 부동산 시장은 다른 지역과 달리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 침체가 당분간 지속되더라도 의사·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이나 현금 자산이 많은 사업가들의 강남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끊이지 않는다는 논리를 폈다. 1990년대 말 IMF(국제통화기금) 경제 위기를 겪은 뒤 집값이 급등했던 경험을 예로 들며 "강남 집값은 경기 침체에는 별 영향을 받지 않고 회복기에는 걷잡을 수 없이 오를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주말, 오는 7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 분양사무실에는 주택 구입을 문의하려는 투자자들로 북적거렸다.

반포의 아파트 분양회사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거의 팔리지 않던 아파트가 요즘은 하루에도 10여채씩 나가고 있다"며 "1~2월에 집값이 크게 오르는 걸 보고 투자를 서두르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대표적 재건축단지인 은마아파트 주변 부동산중개사무소. 업소 앞에는 ‘재건축 상담’이라는 간판이 큼지막하게 걸려 있다.

◆규제 완화·개발 호재 이유로 호가 급등

투자자들이 강남 아파트 매입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주된 이유는 최근 정부의 각종 규제 완화와 서울시의 초고층 개발 허용에 집값이 크게 출렁였기 때문이다. 회사원 이모(42)씨는 최근 서초구 잠원동의 아파트 시세를 보고 깜짝 놀랐다. 올 들어 투자를 망설였던 아파트(116㎡) 가격이 20여일 만에 1억원 이상 오른 것이다. 이씨는 "작년 말에 집값이 급락하면서 집을 사기로 결심했었는데 이제는 다시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허탈해했다.

더욱이 각종 호재에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매수 문의가 늘어나자 일부 집주인들이 호가를 크게 높이면서 아파트 시세는 주택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던 지난 2006년 하반기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112㎡) 시세는 최근 11억5000만원까지 호가하면서 최고 시세 수준(12억원대)을 거의 회복했고 잠실 주공5단지(112㎡)는 정부의 제2롯데월드 건축 허용에 힘입어 작년 말보다 3억원 이상 오른 11억1000만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집값 급등이 또 다른 버블 부를 수 있어"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와 개발호재, 풍부한 유동성만을 근거로 낙관론으로 일관하는 강남 주택 시장에 대해 "또 다른 버블(거품)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부동산 경기를 제외한 국내외 경제 상황은 여전히 불안하다. 고용·소비·기업투자 등 실물경제를 보여주는 각종 경기 지표는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내수경기도 꽁꽁 얼어붙은 상태. 더욱이 해외 수출 의존도(73.5%·2007년 기준)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미국·유럽 등 해외경기가 조기에 회복되지 않는다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수석연구원은 "실물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지표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유동성 과잉과 경기 개선의 기대감으로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이 일시적으로 오른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기업 구조조정과 부실채권 정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부동산 경기도 다시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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