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업체들 이자 비용만 매달 수백억
하루1곳 부도… 주택공급기반도 위험
지방의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인해 건설업체들의 경영난도 가중되고 있다. 올 상반기 대한건설협회와 주택산업연구원 등이 공동으로 참가한 주택규제개혁협의회에 따르면, 건설업체들이 지방을 포함한 미분양 물량으로 회수하지 못한 누적자금은 총 22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금융권의 대출도 중단되고 있어 중견 건설업체들의 연쇄부도 위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통계에 잡히지 않은 물량까지 감안하면 현재 미분양 주택 시장에 묶여 있는 돈이 40조원을 넘을 것이란 추산도 나온다.
협의회는 "미분양 사태가 길어질수록 업체들의 금융비용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수익성 악화로 인한 연쇄부도 사태는 물론 장기적으로 주택공급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하루에 한 개 업체꼴로 부도가 나고 있는 실정이다.
중견 건설사들은 미분양 아파트에 하루하루 고비를 넘겨 가며 힘겨운 생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주택전문업체로 이름을 떨친 A건설사의 경우, 이번 달 금융기관에 갚아야 할 200억원을 마련하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회사 경영진이 직접 나서서 동분서주하고 있는 B사의 경우 이달에만 막아야 하는 금융 관련 비용이 300억원에 이른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올 들어 대부분의 중견 건설사들이 매달 평균 400억~500억원의 금융 이자를 갚는 데 전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건설사들은 자금부족으로 자재를 구하지 못해 공사를 중단하기도 했다.
건설업체들은 "아파트가 팔리기 위해서는 과도한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완화돼야 하고, 지방에서의 한시적 1가구 2주택자 양도소득세 면제기간 연장 등의 조치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종균 부회장은 "양도세 완화 등 최근에 나온 정부의 부동산 대책들은 수도권에만 혜택이 돌아가고 지방에서는 오히려 악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건설사가 분양가 인하 등 자구책을 마련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은 만큼 제도적 지원은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뿐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