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9.06 03:07 | 수정 : 2008.09.08 11:06
지방 경제 위협하는 아파트 미분양사태
분양된 집은 전세 안 나가 잔금 '막막'
단지주변 상가마저 절반은 텅텅 비어
지난 2일 대구시 달서구 성당동의 한 수퍼마켓. 저녁식사를 준비해야 할 오후 5시인데도 반찬거리를 사러 나온 주민은 볼 수 없었다. 대신 학원을 마친 초등학생들이 더위를 식히려 아이스크림을 사먹는 게 고작. 밤 9~10시쯤 호프집에서도 손님 찾기는 쉽지 않았다. 테이블 10여 개 가운데 손님이 찬 테이블은 하나뿐이었다. 지난 4월 달성군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다 이곳으로 자리를 옮긴 정모(56)씨는 "3000만원을 투자했는데 주위에 주민은 없고 기름값만 올라 수입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허탈해했다.
그러다 보니, 전체 7000여 가구나 되는 '미니 신도시'인데도 부동산중개소와 피아노·태권도 학원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상가 건물은 텅 비어 있었다. 상점 주인 조모(41)씨는 "주변 상가 절반 정도는 빈집으로 남아있고 이마저도 대부분 부동산중개소로 채워졌다"고 말했다.
대량 미분양 사태가 지속·심화되면서 장기적으로는 지방 경제를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누적된 공급 과잉으로 기존의 지방 집값이 하락하거나 연관 산업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전체 7000여 가구나 되는 '미니 신도시'인데도 부동산중개소와 피아노·태권도 학원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상가 건물은 텅 비어 있었다. 상점 주인 조모(41)씨는 "주변 상가 절반 정도는 빈집으로 남아있고 이마저도 대부분 부동산중개소로 채워졌다"고 말했다.
대량 미분양 사태가 지속·심화되면서 장기적으로는 지방 경제를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누적된 공급 과잉으로 기존의 지방 집값이 하락하거나 연관 산업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분양·집값 하락에 얼어붙은 경기
대구 성당동 대형 아파트 단지 주변 상권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절반도 채우지 못한 입주율(40%) 때문. 지난 10월에 입주를 시작한 A아파트의 경우, 총 1500가구 가운데 50%가 빈집으로 남아 있고 B아파트는 3400가구 중 30%가 입주민을 구하지 못했다.
입주 후 미분양은 집값 하락으로 이어져 이를 분양 받은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3년 전 분양가 2억2000만원이었던 112㎡형은 1억9000만~2억원에, 3억7500만원에 분양됐던 152㎡형은 3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지만 1년 가까이 팔리지 않고 있다. 이모(여·46·감삼동)씨는 "분양만 받으면 프리미엄이 붙을 거란 생각에 대출까지 받았는데 이제는 가격을 아무리 내려도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래미안중개소 이정미(50) 소장은 "대형 주택은 전세 수요도 없어 전세를 통해 분양 잔금을 마련하려고 했던 집주인들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불꺼진 아파트' 지방 곳곳 확산
문제는 이런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 같은 날 오후 6시, 성당동에서 자동차로 5분 정도 떨어진 월배지구. 입주를 앞둔 아파트 단지들 사이로 사업이 보류된 아파트 부지가 수두룩하고 중개업소 유리창은 급매물 안내문으로 빼곡히 차있었다. 수성구 범어3동과 수성동4가에서도 지난 4월 아파트 3개 단지, 2200여가구가 동시에 입주를 시작했지만 입주율은 20%대에 머물고 있다. 대구만 그런 것은 아니다. 부산 범일동의 한 아파트 780가구도 입주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났지만 30% 정도만 주민들로 채워지는 등 전국 곳곳으로 불 꺼진 아파트들이 늘어나고 있다. .
4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는 1995년 이래 최대 규모인 12만8000가구(6월 말 기준)로 5년 전인 2003년 말(3만1000가구)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했다. 분양대행사 '더 감' 이기성 사장은 "건설사들이 이미지 손실을 우려해 밝히지 않은 수치까지 감안하면 전체 미분양은 25만 가구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 경제의 전체 붕괴로 이어지나
더욱 우려되는 것은 미분양이 주택시장은 물론, 지역 경제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새 아파트에 입주하려 해도 주택경기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현재 살고 있는 집이 전혀 팔리지 않고 있어요. 그래도 입주를 늦출 수 없어 기존 집을 더 싸게 내놓다 보면 부동산 가격이 추가로 동반 하락할 여지가 얼마든지 있습니다."(분양대행사 '장백' 박영곤 대표)
건설사들이 자금난 해소를 위해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2년 전세로 내놓기 시작하면서 '역(逆) 전세난'이 일어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올해 대구에서 입주에 들어가는 아파트는 3만2000가구. 이 가운데 반 이상이 입주가 되지 않아 시세보다 싼 가격에 전세로 나올 경우, 기존 주택에 전세로 살던 세입자들이 대거 이사하면서 집 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실제로 대구 성당동 A아파트의 경우, 건설사가 분양가 2억2000만원인 아파트(109㎡)를 보증금 8500만원에 전세 매물로 내놓자 2~3개월 만에 동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성당동 대형 아파트 단지 주변 상권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절반도 채우지 못한 입주율(40%) 때문. 지난 10월에 입주를 시작한 A아파트의 경우, 총 1500가구 가운데 50%가 빈집으로 남아 있고 B아파트는 3400가구 중 30%가 입주민을 구하지 못했다.
입주 후 미분양은 집값 하락으로 이어져 이를 분양 받은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3년 전 분양가 2억2000만원이었던 112㎡형은 1억9000만~2억원에, 3억7500만원에 분양됐던 152㎡형은 3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지만 1년 가까이 팔리지 않고 있다. 이모(여·46·감삼동)씨는 "분양만 받으면 프리미엄이 붙을 거란 생각에 대출까지 받았는데 이제는 가격을 아무리 내려도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래미안중개소 이정미(50) 소장은 "대형 주택은 전세 수요도 없어 전세를 통해 분양 잔금을 마련하려고 했던 집주인들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불꺼진 아파트' 지방 곳곳 확산
문제는 이런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 같은 날 오후 6시, 성당동에서 자동차로 5분 정도 떨어진 월배지구. 입주를 앞둔 아파트 단지들 사이로 사업이 보류된 아파트 부지가 수두룩하고 중개업소 유리창은 급매물 안내문으로 빼곡히 차있었다. 수성구 범어3동과 수성동4가에서도 지난 4월 아파트 3개 단지, 2200여가구가 동시에 입주를 시작했지만 입주율은 20%대에 머물고 있다. 대구만 그런 것은 아니다. 부산 범일동의 한 아파트 780가구도 입주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났지만 30% 정도만 주민들로 채워지는 등 전국 곳곳으로 불 꺼진 아파트들이 늘어나고 있다. .
4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는 1995년 이래 최대 규모인 12만8000가구(6월 말 기준)로 5년 전인 2003년 말(3만1000가구)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했다. 분양대행사 '더 감' 이기성 사장은 "건설사들이 이미지 손실을 우려해 밝히지 않은 수치까지 감안하면 전체 미분양은 25만 가구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 경제의 전체 붕괴로 이어지나
더욱 우려되는 것은 미분양이 주택시장은 물론, 지역 경제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새 아파트에 입주하려 해도 주택경기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현재 살고 있는 집이 전혀 팔리지 않고 있어요. 그래도 입주를 늦출 수 없어 기존 집을 더 싸게 내놓다 보면 부동산 가격이 추가로 동반 하락할 여지가 얼마든지 있습니다."(분양대행사 '장백' 박영곤 대표)
건설사들이 자금난 해소를 위해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2년 전세로 내놓기 시작하면서 '역(逆) 전세난'이 일어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올해 대구에서 입주에 들어가는 아파트는 3만2000가구. 이 가운데 반 이상이 입주가 되지 않아 시세보다 싼 가격에 전세로 나올 경우, 기존 주택에 전세로 살던 세입자들이 대거 이사하면서 집 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실제로 대구 성당동 A아파트의 경우, 건설사가 분양가 2억2000만원인 아파트(109㎡)를 보증금 8500만원에 전세 매물로 내놓자 2~3개월 만에 동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