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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비만 10조 훌쩍…'첩첩산중' 만난 광명시흥지구

    입력 : 2021.03.02 04:22

    [발품리포트] '베드타운' 우려에 교통대책도 삐걱…원주민도 반대 입장

    [땅집고] 수도권 3기신도시로 지정된 경기도 광명시 노온사동 일대 마을. /장귀용 기자

    [땅집고] 지난달 25일 경기 광명시내에서 노온사동 방향으로 10여분쯤 차를 달리자, 골목을 따라 형성된 자연부락이 눈에 들어왔다. 정부가 3기신도시로 지정한 광명시흥지구에 포함된 마을이다. 초입에 있는 50여평(165㎡) 남짓 1동짜리 자재창고와 공업사 건물을 지나치자, 마을 안쪽으로 오래된 주택 10여 채가 보였다.

    이곳 주민들은 대부분 노인으로 신도시 지정 소식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60여년을 살았다는 80대 A씨는 “농사일로 근근이 살아가는데 집과 땅이 수용되면 앞으로 자식들이 주는 용돈만 바라봐야 하는 처지가 될 것 아니냐”고 했다.

    광명시흥지구는 여의도 4.3배 크기인 1271만㎡에 7만 가구 아파트가 들어서는 3기신도시 최대 규모다. 신도시가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현지 주민들은 이미 보금자리주택지구로서 개발이 한 차례 무산됐던 전력이 있는 만큼 반대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뿐만 아니다. 1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막대한 보상비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자족(自足) 기능과 광역교통대책이 부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수입 끊길라” 원주민들 반대…보상비 10조 넘을 듯

    [땅집고] 경기 광명시 도덕산에서 바라본 광명시흥지구 예정지. /장귀용 기자

    이날 찾은 광명시흥지구 예정지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들에는 외지에 있는 지주들이 몰려와 보상금이 얼마나 될지 설왕설래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지 원주민 대다수는 신도시 개발을 반대했다. 대부분 농삿일 하는 노년층이 많아 땅이 수용되면 보상이야 받겠지만 고정 수입이 끊기게 될 것을 우려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보금자리주택지구 조성이 실패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주민 반대를 이겨내도 보상 비용은 또 다른 문제다. 공공사업을 진행하면 토지 보상뿐 아니라 건물과 공작물, 입목, 농작물 등 이른바 지장물(支障物) 이전·취득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광명시흥지구가 다른 3기 신도시보다 지장물이 적다는 평가도 있지만, 단일 사업지로 보상비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추산된다.

    신태수 지존 대표는 “광명시흥지구는 2010년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 당시 정부가 발표한 토지보상 추정액이 8조8000억원이었는데, 테크노밸리 조성으로 과거보다 부지 규모는 줄었지만 땅값이 많이 올랐다”며 “광명시흥지구 보상금은 10조원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 자족 용지·교통 대책은 부족…이주도 문제

    전문가들은 광명시흥지구 개발 계획에 자족 기능과 교통 대책이 부족한 것이 향후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3기 신도시를 발표하면서 자족 용지를 충분히 확보해 베드타운이 아닌 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혀왔다. 하지만 광명시흥지구 개발 밑그림을 들여다보면 주택 공급에만 치중한 나머지 자족 기능이나 교통 대책 마련에 실패한 2기 신도시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당초 광명시 일대에 대규모 첨단 산업단지를 만들어 남북 교류와 대륙 진출 거점으로 삼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었다. 광명시 남쪽에 추진 중인 광명시흥테크노밸리와 KTX 광명역이 중심이었다. 예를 들어 현재 구상 중인 남북철도와 광명~개성 급행철도가 KTX 광명역을 지나는 것으로 예정돼 있다.

    [땅집고] 경기 광명시흥지구 내 자족용지 현황. /장귀용 기자

    하지만 이번에 발표한 광명시흥지구 계획을 보면 지구 북측과 중앙에 기계적으로 자족용지를 배치했을 뿐, 남쪽 테크노밸리나 광명역과 연계한 개발 구상은 없다. 그나마 자족용지 비율은 3기 신도시 중 최저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광명시흥지구는 정부 개발 구상안에 표기된 자족 용지를 보면 그 비율이 다른 3기 신도시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광명시도 자족 기능이 부족하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광명시는 이제 서울의 침상도시(베드타운)가 아니라 광명시만의 미래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며 “일자리가 있는 도시 조성을 위해 광명시흥테크노밸리의 부족한 산업시설용지를 공공주택지구에 추가로 확보해 달라”고 밝혔다.

    정부가 광명시흥지구 핵심 교통 대책으로 제시한 복선전철 ‘제2경인선’도 추진이 쉽지 않은 상태다. 제2경인선을 현재 계획대로 놓으려면 서울 구로차량기지를 광명시로 이전해야 하는데, 광명시가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단독] 광명시 "차량기지 원안 반대"…제2경인선 추진 불투명

    [땅집고] 지난달 24일 경기 광명학온지구에는 동네 곳곳에 지장물 조사를 거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장귀용 기자

    정부는 광명시흥지구 내 기업과 원주민을 이미 진행 중인 광명시흥테크노밸리와 학온지구로 선(先) 이주하도록 해 이주와 재정착을 돕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온지구는 현재 보상 문제로 주민들이 지장물 조사 등을 반대해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광명학온지구 내 주민 B씨는 “학온지구 주민 이주 대책과 보상도 끝나지 않았다”면서 “기존 주민은 쫓아내고 다른 지역 주민 이주 대책에 필요하다며 내 땅을 내놓으라니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라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신도시 조성과 관련해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토지보상을 비롯한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토(代土) 보상과 같은 현물 보상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지자체와도 긴밀하게 협조해 나갈 방침”이라고 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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