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2.23 03:32
[땅집고] 충남 서산시에서 무더기 명의 대여에 따른 허위 분양 논란에 휩싸인 ‘이안큐브 서산 테크노밸리’ 오피스텔 사태의 불똥이 금융권까지 옮겨붙을 조짐이다. 당시 이 오피스텔 중도금 대출에 나섰던 광주광역시 소재 무진새마을금고 등 전국 17개 새마을금고가 허위 분양 사실을 묵인한 채 중도금 대출을 진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안큐브 서산 테크노밸리’ 오피스텔(1009실)은 한 때 계약이 100% 완료됐으나 2019년 7월 준공 이후 대규모 잔금 납부 거부와 계약 해지로 사실상 유령 건물이 됐다. 시공사인 대우산업개발은 시행사(유림디앤씨)와 분양대행사 등이 1채당 수백 만 원씩 사례금을 주고 명의만 빌려 무더기로 허위 계약을 만들었다면서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관련기사>2020년1월12일자 땅집고 “1000실 완판 무색하게 텅텅…입주민은 조직 분양에 뒤통수"
‘이안큐브 서산 테크노밸리’ 오피스텔(1009실)은 한 때 계약이 100% 완료됐으나 2019년 7월 준공 이후 대규모 잔금 납부 거부와 계약 해지로 사실상 유령 건물이 됐다. 시공사인 대우산업개발은 시행사(유림디앤씨)와 분양대행사 등이 1채당 수백 만 원씩 사례금을 주고 명의만 빌려 무더기로 허위 계약을 만들었다면서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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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땅집고 취재 결과, 신모씨 등 오피스텔 계약자 15명은 준공을 8개월 정도 앞둔 2018년 10월, “명의만 빌려줬을 뿐 오피스텔을 계약할 의사가 없었다”는 자필 확인서를 무진새마을금고에 제출했다. 명의 대여가 사실이라면 현행 법 위반이지만 무진새마을금고는 계약자들의 대출을 시행사가 대신 갚도록 하는 것 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계약자 15명 “명의 빌려준 것” 확인서 제출
신모씨 등은 확인서에서 “2016년 10월 경 본인 명의로 계약한 오피스텔은 본인이 매입하려는 것이 아니었고, 박모씨(분양대행사 직원)가 명의만 빌려주고 중도금 대출에 자서만 해달라고 한 것이므로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확인서 내용이 사실이라면 시행사나 분양대행사가 허위 계약자를 내세워 분양 계약을 했다는 것이어서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이다. 무진새마을금고 등 대출기관은 중도금 대출 상환이 어려워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러나 무진새마을금고는 이 확인서를 첨부해 시행사와 시공사에 공문을 보내 “명의 대여를 주장하는 계약자들의 중도금 대출을 대신 갚으라”고 요청했을 뿐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무진새마을금고 관계자는 “고객인 계약자를 고소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시행사와 시공사에 중도금 대출 대위 변제를 요구했던 것”이라며 “이 때부터 중도금 대출을 받으러 온 계약자들에게 대출 핵심 설명서에 ‘명의 대여로 계약하는 것은 불법이다’라는 문구를 넣고 일일이 고지한 후 서류를 접수했다”고 주장했다.
당초 명의 대여라고 주장했던 계약자 15명 중 9명은 명의대여 확인서가 무효라는 확인서를 다시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시행사인 유림디앤씨가 “명의 대여가 사실이라면 계약자도 범죄에 가담한 것”이라고 설명해 마음을 바꾸게 했다고 계약자들은 주장했다. 유림디앤씨는 ‘명의 대여 확인서 무효 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은 나머지 6명(12건)에 대해서는 계약을 해지했다.
■ 일부 계약자 “새마을금고 직원이 하라는 대로 했다”
명의 대여를 주장하는 계약자들은 중도금 대출은 ‘대출 서류에 싸인한 적도 없다’, ‘싸인을 하긴 했는데 무슨 의미인지 모르고 했다’고 주장한다. 계약자 신모씨는 “당시 새마을금고 직원이 출장 나와서 그냥 하라는대로 했다”면서 “중도금 대출 내용이 뭔지 읽어볼 시간도 없이 서명했다”고 했다.
시공사인 대우산업개발 측은 “시행사와 분양대행사가 무더기로 허위 계약자를 만들어 불법 대출을 일으켰고, 계약자에게 중도금 대출을 해준 새마을금고도 이를 몰랐을 리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무진새마을금고는 “2018년 10월 명의 대여 확인서를 제출한 15명을 제외하고는 문제 있는 대출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무진새마을금고 관계자는 “대출받으러 온 계약자는 직원들이 본인 여부, 계약금 납부, 분양계약서, 인감, 소득증빙자료 등을 다 확인해서 이상 없을 때 대출이 실행된다”며 “계약자들도 성인인데 상식적으로 누가 자기 이름으로 대출받으러 가자고 해서 이런 서류를 작성했다면 뭔가 잘못된 것을 알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완공 이후 중도금 만기를 두 차례 연장해 주는 동안 계약자 본인에게 다시 서류를 받았는데 본인이 명의를 대여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계약자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상혁 땅집고 기자 hsang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