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6.17 05:33
[땅집고] 서울 강남의 2000억원대 빌딩인 ‘바로세움3차’ 소유권 분쟁에서 패소했던 옛 시행사가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5년 만에 재심(再審)을 신청한 가운데, 최근 옛 시행사가 “과거 소유권 이전 등기에 하자가 있다는 증거를 찾아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빌딩 매각을 진행했던 신탁회사와 시공사는 “이미 법적 판단이 끝난 사안”이라며 “법원 명령에 따른 등기 절차도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바로세움3차’ 빌딩은 서울 서초구 교보타워사거리 인근에 2011년 1월 완공한 지상 15층 규모로 지금은 ‘에이프로스퀘어’로 이름이 바뀌었다.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과 교보타워를 낀 강남대로 한복판의 노른자 빌딩으로 꼽힌다.
이 빌딩 시행사였던 시선RDI 김대근 대표는 11일 “2014년 4월 건물의 수탁사였던 한국자산신탁이 엠플러스자산운용으로 소유권을 넘기는 소유권 이전 등기를 신청할 당시 ‘등기 원인’으로 제출한 건축물 대장과 토지대장에서 (실질적 소유주이자) 위탁사인 시선RDI의 명의를 삭제했던 것을 뒤늦게 확인했다”며 “이에 따라 이뤄진 소유권 이전 등기 자체가 무효”라고 했다.
시선 RDI는 이 빌딩을 짓기 위해 1200억원대 은행 대출을 끌어 썼는데 분양 지연 등으로 변제가 늦어지자, 당시 지급보증을 섰던 시공사(두산중공업)가 대위 변제를 했고, 수탁사(한국자산신탁)는 건물을 공매 처분해 엠플러스자산운용에 소유권을 넘겼다.
이 과정에서 시선RDI는 소유권 이전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한국자산신탁과 두산중공업의 불법 행위가 없었다면 소유권 이전 등기가 불가능했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이번에 발견한 ‘위조 건축물·토지 대장’이 불법 소유권 이전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밝혔다. 정상적인 건축물대장이라면 최초 소유자인 시선RDI의 소유권과 수탁사인 한국자산신탁의 명의가 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사진 왼쪽). 그러나 한국자산신탁이 서울중앙지법 등기소에 등기원인으로 제출한 서류(2014년 3월18일자·오른쪽)에는 한국자산신탁 이름만 올라있다. 이 때문에 위탁사인 시선RDI 동의가 없었는데도 소유권 이전 등기가 받아들여졌다고 주장한다.
김 대표는 소유권 이전 등기 신청 서류에 관할 구청 검인이 없었다는 점도 불법 등기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자산신탁과 두산중공업은 “이미 5년 전에 법적 판단이 끝났다”면서 “이후에도 김대근 대표 측이 여러차례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지만 모두 패소했다”고 강조했다. 시선RDI가 분양 실패로 채무를 갚을 수 없었기 때문에 정당한 절차를 거쳐 대위 변제와 공매 처분 등을 진행해 빌딩 소유권을 이전했고, 이미 대법원 등에서 이 같은 사실을 인정받아 관련 소송에서 모두 승소했다는 것이다.
한국자산신탁 측은 불법 등기 주장에 대해 “진행 중인 재심 청구 사건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항목별로 대응하지는 않겠다”면서도 “공문서 위조 등 해당 사항이 없으며 등기 적법성에도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시선RDI는 동일 사안에 대해 형사 고발 재심도 청구했다”면서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에서 올 5월 20일자로 해당 청구가 기각됐다”고 밝혔다.
두산중공업도 시선RDI 주장에 대해 “말도 안된다”고 반박했다. 두산중공업 측은 “2009년 분양 실패로 채무보증을 한 두산중공업이 채무와 이자 등을 업무이행 협약서에 따라 대위 변제한 것으로 시선RDI가 수차례 제기한 형사 고소 사건에서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했다.
두산중공업은 또 불법 등기에 따른 무효 주장에 대해서도 “등기관이 서울중앙지방법원 명령에 따라 직권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것”이라며 “등기 절차는 당사자 신청이 없더라도 별도의 법률 규정이 있으면 등기관이 직권으로 이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상혁 땅집고 기자
<두산중공업 / 한국자산신탁 관련 입장>
▷ 두산중공업 "바로세움3차 소유권 이전등기는 법원 직권으로 명령"
▷ 한국자산신탁 "바로세움3차 빌딩은 이미 법적 판단 끝난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