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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떠난 상가·쇼핑몰도 살린다…미국 휩쓰는 '푸드홀'

  • 함현일 美시비타스그룹 애널리스트

    입력 : 2019.12.14 06:41

    [함현일의 미국&부동산] 상가 공실 해결사로 떠오른 ‘푸드홀’

    [땅집고] 미국에서 두번째 큰 규모의 푸드홀인 '레거시 홀'. /레거시홀

    [땅집고] 최근 집 근처에 명소가 생겼다. 모든 것이 크다는 텍사스에서 사이즈로 1등이다. 무려 5만 5000제곱피트(약 1만5000평)의 3층 건물 전체를 사용한다. 바로 27개의 바(bar)와 식당이 들어선 푸드홀이다. 정식 명칭은 ‘레거시 푸드홀’(Legacy Food Hall). 달라스에서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 와플, 딤섬, 맥주가 있다. 야외 공연장도 갖추고 있다.
    USA투데이가 올해 초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미국 내 2위 푸드홀로 꼽혔다. 사람이 몰리는 건 당연지사. 이 푸드홀이 주변 상권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달라스에서 이름 난 첫번째 푸드홀로 자리매김했다.

    ■패스트푸드 없는 푸드코트

    운이 좋게 가까이서 푸드홀 개발이나 투자를 지켜본 적이 있다. 비교 사례를 보기 위해 몇몇 잘 되는 푸드홀을 방문한 적도 있다. 푸드홀과 관련해 가장 먼저 받는 질문은 ‘푸드코트’와의 차이다. 누군가는 럭셔리 푸드코트라고 말한다. 맥도날드처럼 누구나 알말한 패스트푸드 체인점이 없는 푸드코트라고도 한다. 위키피디아 정의에 따르면, 패스트푸드 체인으로 채워진 기존 푸드코트와 다르게 해당 지역의 셰프 운영 식당이나 정육점, 다른 음식 기반의 부티크 상점이 한 지붕 아래 모여있는 곳을 말한다.

    [땅집고] 미국 푸드홀의 시초로 알려진 이탈리 라스베가스점. /이탈리

    푸드홀의 시작으로 ‘이탈리’(Eataly)를 꼽는 사람이 많다. 이탈리는 여러 식당과 식자재나 조리기구 코너. 베이커리, 요리 교실 등으로 이뤄져 있다. 2007년 이탈리아 틀린에 1호점을 낸 이탈리는 현재 미국에 5개점을 비롯해 전 세계 39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도 매장이 있다.

    ■개발 붐, 실패 사례 적어

    이탈리를 본떠 미국 부동산 개발회사들이 푸드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때문에 하루가 멀다 하고 문을 닫는 백화점과 대형 매장을 채울 수 있는 대안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증가 속도를 보면 실로 놀랍다. 쿠시먼앤웨이크필드에 따르면 2016년 미국 내 120여개였던 푸드홀은 2018년 275개로 늘었다. 2020년 말이면 450개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4년 사이 4배 가까운 성장이다. 그야말로 경이로운 증가다. 그런데 생각보다 실패 사례가 많지 않다. 지난 4년간 문을 닫은 푸드홀이 10개도 안 된다.

    그래도 모든 푸드홀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전국에 400개가 넘는 푸드홀이 들어서면 앞으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푸드홀 성공 비결은 여타 부동산과 비슷하다. 바로 위치와 확실한 콘셉트. 푸드홀은 밀레니얼 세대의 성장과 그 궤를 같이한다. 밀레니얼 세대가 중시하는 것은 경험이다. 푸드홀은 이들을 만족시킬 색다른 맛과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유니크하고 깔끔한 인테리어는 기본. 레거시 푸드홀도 맥주를 만드는 양조 탱크를 인테리어 요소로 활용했다. 시카고에 위치한 한 푸드홀은 블라인드 카페를 선보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식당에서 식사하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뉴욕에 한국 푸드홀도 오픈 예정

    [땅집고] 미국 뉴욕 맨해튼에 들어선 르 디스트릭트. /리디스트릭트

    셰프가 직접 개발하거나 만드는 패스트푸드도 중요한 성공 요인이다. 지역색이 강하면 더 좋다. 내가 직접 가본 푸드홀 중 가장 붐비는 곳은 뉴욕 브룩필드 플레이스에 위치한 ‘허드슨 이츠’(Hudson Eats)다. 콘셉트는 간단명료하다. 뉴욕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를 한 장소에 모아놓은 것이다. 특히 5개의 오피스 타워가 연결된 중앙에 위치해 점심에는 발 디딜 틈이 없다. 사실 허드슨 이츠만 보면 푸트코트와 푸드홀의 중간 형태다. 하지만 바로 아래층에 프랑스에서 온 식료품점을 겸한 푸드홀 ‘르 디스트릭’(Le District)이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요즘 미국에서 인기 높은 아시아 음식을 내세운 푸드홀도 있다. 브루클린에는 지난해 문을 연 ‘저팬 빌리지’라는 뉴욕 최대 일본 푸드홀이 있다. 일본 마켓과 일본 음식만 판매하는 식당들이 입점해 있다. 푸드홀의 성지 미국 뉴욕에 한국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푸드홀도 문을 연다. 맨해튼 미드타운 40번가에 한국을 중심으로 하는 16개 아시안 음식점이 들어서는 케이푸드 갤러리(K-Food Gallery)가 내년 여름 문을 열 계획이다.

    ■인기 쉽게 식지 않을 것

    [땅집고] 연도별 북미지역에서 운영 중인 푸드홀 추이. 2019년과 2020년은 추산치. /쿠시먼앤웨이크필드

    푸드홀이 공실에 신음하는 상가의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성장 속도가 줄어들 것이란 예상도 있다. 쿠시맨앤웨이크필드는 “푸드홀 트렌드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지역적으로 스트레스 사인이 감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몇몇 푸드홀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리테일 컨설턴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개발회사들이 드디어 푸드홀이 빈 상가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해주는 만능 대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며 “이에 따라 공급량이 둔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실 개발회사로서는 푸드홀 개발 비용도 부담스럽다. 정형화된 패스트푸드 체인점이 들어서는 푸드코트보다 비용이 몇 배 더 들어간다. 유명 푸드홀의 경우 전체 내부 인테리어 비용만 제곱피트당 1000달러를 넘어선다.

    하지만 푸드홀의 인기가 쉽게 사그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갈수록 상가에서 음식점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JLL이 올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약 40%의 고객이 오직 음식만으로 쇼핑몰을 선택했다. 이는 다른 주변 상점의 매출에도 영향을 미친다. 해당 쇼핑몰에서 식사한 고객들은 다른 일반 쇼핑객보다 약 15%가량을 더 소비했다. 아예 식사를 위해서만 쇼핑몰을 찾는 사람도 갈수록 늘고 있다. 투자은행인 UBS가 최근 2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쇼핑몰에 직접 가서 쇼핑하는 사람은 지난해 25%에 올해 20%로 감소했다. 반면 오직 식당을 가기 위해 쇼핑몰을 찾는 사람은 지난해 4%에서 7%로 증가했다. 그만큼 쇼핑몰에서 푸드홀이 차지하는 비중과 가치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푸드홀이 좋아야 쇼핑몰도 덩달아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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