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11.09 06:00
[땅집고] 최근 경매로 나온 충북 진천군 소재 허허벌판 땅에서 비정상적인 입찰 행위가 포착돼 업계 관심이 쏠린다. 인적이 드문 입지인 만큼 감정가가 3.3㎡(1평)당 1만원 남짓으로 전체 가격이 1500만원 정도인데도 , 누군가가 자꾸만 10억원대 응찰가를 써내 낙찰받았다가 대금을 고의적으로 미납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재경매를 유도하고 있는 것.
◇평당 1만원 땅인데 17억에 낙찰…대금미납으로 재경매 반복
땅집고옥션(▶바로가기)에 따르면 충북 진천군 초평면 연담리 총 2198㎡(664평) 부지가 오는 11월 17일 최저입찰가 657만4000원에 5회차 경매를 진행한다. 앞서 지난해 12월 최초 경매에선 1453만원 정도에 입찰을 받았는데, 법원으로부터 연속으로 네 차례나 재매각 결정이 내려지면서 가격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이 땅 재매각 과정이 다소 인위적이라고 평가한다. 최저입찰가를 고려하면 최초 경매에서 1500만원 미만 금액만 써내도 충분히 이 땅을 낙찰받을 수 있었을텐데, 당시 낙찰자가 17억원이란 거금을 써냈기 때문이다. 낙찰률을 계산하면 무려 1만1700%에 달한다.
경매 최고가 낙찰 원칙에 따라 17억원을 제시한 낙찰자는 부지를 취득할 권리를 획득했다. 하지만 이 낙찰자는 법원이 제시한 경매 대금 지급 기한까지 돈을 내지 않았다. 이런 경우 법원은 낙찰자가 권리를 포기했다고 간주하고, 경매 참여시 냈던 입찰보증금의 10%, 즉 145만원 정도를 몰수한다. 이어 부지에 대한 2회차 경매를 진행한다.
그런데 2회차는 물론이고 3~4회차에서도 앞서 1회차 경매와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예를 들어 2회차 최저입찰가도 1453만원이었는데, 이번에는 13억원을 써낸 낙찰자가 등장한 것. 낙찰률이 8947%다. 이어진 경매에서도 낙찰금액과 낙찰률을 보면 ▲3회차 15억원 1만323% ▲4회차 14억원 2만1296% 등이다. 각 회차마다 모든 낙찰자가 대금을 미납했고, 부지가 다시 경매 시장에 나오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특정 채권자측 움직임 추정…산업단지 수용 노린 알박기 의도도
대체 왜 이런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경매 전문가들은 땅 주인으로부터 돈을 받아야 할 채권자들이 부지 낙찰로 회수할 수 있는 돈이 없다고 보고, 경매를 일부러 지연시키고 있을 확률이 높다고 평가한다.
대법원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땅 경매를 신청한 채권자는 8억2000만원을 청구한 A씨다. 하지만 A씨보다 앞선 말소기준권리가 있다. 2억1000만원 규모 근저당권을 설정한 무지개새마을금고다. 즉 경매에서 부지가 새 주인을 찾더라도 낙찰대금 대부분을 A씨가 아닌 금융권이 가져가는 구조인 것. 더군다나 이 땅이 1회차 경매에서 약 1450만원으로 채권액보다 현저히 적은 점을 고려하면, 경매로 싸게 땅이 팔려봐야 채권자들에게 불리한 셈이다.
이 부지가 앞으로 진천초평일반산업단지로 개발될 예정인 점도 채권자들이 경매를 지연시키고 있는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된다. 2024년 1월 산업단지 지정 고시 이후 현재 보상 협의 절차를 밟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보상금을 겨냥한 채권자들이 이른바 ‘알박기’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실제로 물건 매각명세서에 따르면 이 당은 잔여지 매수 청구를 이유로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결정에 이의신청 및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며, 채권자 A씨가 올해 2월 2억2000만원에 매수 신청을 해둔 상태다. 즉 A씨 관계자가 강제수용 과정에서 지연 보상금을 극대화하거나, 산업단지 개발 주체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높은 낙찰가를 써내고 있을 확률이 높다.
다만 경매 전문가들은 이런 행위가 보상금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애초에 보상가격을 정하는 기준은 고의적으로 높은 낙찰가를 써낸 뒤 낙찰을 포기하는 행위를 반복하면서 경매를 지연시키는 알박기가 아니라, 현행 토지보상법에 따른 감정평가기 때문이다. 김기현 땅집고옥션 연구소장은 “의도적으로 경매를 반복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는 형법 315조에 따른 입찰방해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