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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억 펜디·800억 펜트하우스의 눈물…첫 삽도 못뜨고 공매행

    입력 : 2026.11.08 06:00

    [땅집고] 지난해 공매에 등장한 뒤 10차례 연속 유찰돼 이달 재공매를 진행 중인 서울 강남구 논현동 ‘포도 바이 펜디 까사’ 사업 부지. /온비드
    [땅집고] 지난해 공매에 등장한 뒤 10차례 연속 유찰돼 이달 재공매를 진행 중인 서울 강남구 논현동 ‘포도 바이 펜디 까사’ 사업 부지. /온비드

    [땅집고] “펜디 인테리어에 분양가 200억원!”, “한강이 보이는 800억원 펜트하우스!”

    과거 부동산 호황기를 노리고 초고가 분양을 계획했던 서울 강남권 하이엔드 주택 사업지들이 줄줄이 공매 시장으로 밀려났다. 부지 매입 단계에서 실행한 브릿지론이 본PF로 전환하는데 실패하면서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사업이 좌초한 결과다. 간신히 준공했으나 미분양으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건물이 통째로 공매로 넘어간 현장도 적지 않다.

    ◇분양가 수백억대 황금빛 고가 주택 사업들…첫 삽 뜨기도 전 공매로

    한국자산관리공사 온비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논현동 114번지 일대 3252㎡ 부지가 이달 4일 공매에서 5차례 연속 유찰됐다. 지난해 6월 약 3100억원에 최초로 공매 시장에 등장했다가 10번 연달아 유찰되면서 가격이 2340억원까지 낮아졌고, 지난 10월 3285억3280만원에 재공매 공고를 냈는데 입찰한 기업이 하나도 없어 5회차에서 2150억원으로 떨어졌다.

    이 땅은 시행사 골든트리개발이 논현PFV를 통해 지하 7층~지상 20층, 총 29가구 규모 초호화 단지 ‘포도 바이 펜디 까사’를 지으려던 곳이다. 명품 브랜드인 펜디 까사 인테리어를 적용하는 점을 내세워 홍보하며 분양가를 200억원 이상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사업이 사실상 무산됐다. 시행사가 약 1800억원 규모 브릿지론을 조달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이후 금리가 상승하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시공사도 구하지 못하고 본PF 전환에 실패한 것. 결국 브릿지론 만기만 반복적으로 연장하다가 2024년 7월 이자를 지급하지 못해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다.

    [땅집고] 더피크 도산 사업부지에 '유치권 행사 중·무단출입 금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추진영 기자
    [땅집고] 더피크 도산 사업부지에 '유치권 행사 중·무단출입 금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추진영 기자

    ‘포도 바이 펜디 까사’처럼 강남권에 초호화 주거 단지를 계획했다가 사업 좌초해 부지가 공매 시장에 나온 사례가 수두룩하다.

    RBDK의 자회사 알피에스디가 강남구 신사동 633-3 일대 2749.5㎡에 지하 5층~지상 20층, 26가구 규모로 구상한 ‘더피크도산’의 경우 150억~500억원 분양가를 책정했으나 본PF 전환 실패로 땅이 공매로 처분됐다. 올해 한화갤러리아가 공매로 2367억원에 부지를 인수했다.

    서초구 잠원동 55 일대 ‘아스턴55’도 시행사 신유씨앤디(옛 아스터개발)이 지하 6층~지상 18층, 총 29가구 규모로 펜트하우스 기준 분양가 600억~800억원대를 계획했다가 본PF 전환 및 이자 상환에 실패해 EOD가 발생했다. 올해 5월 최저입찰가 4908억800만원에 공매를 진행했고, 6월 18일 이뤄진 7회차에서 한림그룹이 2782억2220만원에 낙찰받으면서 사업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 밖에 ▲서초구 방배동 ‘방배 아클래드1009’ ▲강남구 청담동 ‘청담501’(옛 리카르디 아스턴 청담) ▲강남구 청담동 ‘루시아청담514 더테라스’ 모두 수백억원대 초고가 주택 사업을 꿈꿨지만 모조리 EOD를 겪으면서 부지가 공매 절차를 밟게 됐다.

    [땅집고] 서울 강남권 하이엔드 주택 사업 부실 사례 정리. /이지은 기자
    [땅집고] 서울 강남권 하이엔드 주택 사업 부실 사례 정리. /이지은 기자

    ◇준공 마쳐도 미분양으로 공매행…새 주인 찾은 현장도

    다행히 본PF 전환에 성공해 준공까지는 마쳤지만, 분양가가 비싼 탓에 집을 사겠다는 사람을 찾지 못해 건물이 공매 시장에 등장한 사례도 적지 않다.

    도곡닥터스가 시행하고 DL이앤씨가 시공을 맡았던 강남구 도곡동 ‘오데뜨오드 도곡’이 대표적이다. 지하 6층~지상 20층, 총 84가구 규모로 2023년 7월 준공했는데 대거 미분양이 터지면서 약 670억원 PF 상환에 차질을 빚었다.

    자금 회수에 실패해 결국 2024년 4월 EOD가 발생해, 건물이 2024년 9월 최초로 감정가 1407억원에 공매 절차를 밟게 됐다. 하지만 인수자를 찾지 못했고 올해 재공매에서도 연달아 유찰되며 최저입찰가가 905억원까지 떨어졌다. 공매 실패에 이어 DL이앤씨가 약 227억원 규모 미수공사비 채권을 15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도 잔금 미지급 문제로 소송이 진행 중이다.

    [땅집고] 2023년 7월 준공한 서울 강남구 도곡동 ‘오데뜨오드 도곡’에 유치권 현수막이 걸려 있다. /네이버 거리뷰
    [땅집고] 2023년 7월 준공한 서울 강남구 도곡동 ‘오데뜨오드 도곡’에 유치권 현수막이 걸려 있다. /네이버 거리뷰

    테라앤파트너스가 인수해 하이엔드 오피스텔로 리모델링한 강남구 논현동 ‘폴스타인 논현’도 2024년 준공했으나 분양 수익이 예상을 크게 밑돌면서 PF대출 상환에 실패했다. 올해 9월 2883억2900만원에 첫 공매를 진행했으나 9차례 연속 유찰로 가격이 1332억1910만원까지 하락했다. 이후 블루코브자산운용과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가 이 건물을 수의계약으로 인수하며 ‘호텔 인디고’ 도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NHC가 시행하고 롯데건설이 시공한 서초구 서초동 ‘서초 르니드’ 역시 미분양 폭탄으로 공매 처분됐다. 지하 8층~지상 20층, 오피스텔 156실 규모인데 올해 6월 미분양된 124실과 근린생활시설 16실을 일괄 매각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감정가 3042억원에서 유찰로 최저입찰가가 1692억원까지 떨어졌고, 지난 7월 이지스자산운용이 감정가의 절반 수준에 수의계약으로 인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호황기 때 거액의 분양수익을 노린 시행사마다 초호화 주택을 계획했지만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사업이 줄줄이 무산된 것”이라면서 “인수자를 찾은 현장은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끝내 좌초한 사업지는 공매 시장을 떠돌면서 막대한 금융비용만 발생시키고 있는 형국”이라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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