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11.06 10:59 | 수정 : 2026.11.06 11:15
부천·권선·만안 추가 규제설 확산
25억 초과 주담대 전면 제한 주장
과거 규제설 부인 뒤 유사 대책 발표
[땅집고] 정부가 이달 중순 수도권 일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하고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대폭 축소한다는 내용의 이른바 ‘부동산 규제 지라시’가 확산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유포된 추가 대출 규제설을 전면 부인하고 수사 의뢰 방침까지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유사한 규제가 현실화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거 정부가 규제설을 부인한 직후 비슷한 대책을 발표한 사례가 반복된 영향이다.
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주택시장 안정화 추가 대책 발표안’이라는 제목의 문건이 돌고 있다. 정부가 11월 중순 경기 부천시와 수원시 권선구, 안양시 만안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과 규제지역으로 추가 지정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문건의 작성 주체와 출처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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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규제도 한층 강화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시가 25억원 초과 주택을 구입할 때 적용하는 주택담보대출 최대한도 2억원을 전면 제한하고,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에서 2억원, 15억원 이하 주택은 6억원에서 4억원으로 축소한다는 것이다.
규제지역 내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의 담보인정비율(LTV)도 현행 70%에서 40%로 낮추는 내용이 포함됐다. 내년 1월부터 수도권·규제지역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무주택자는 80%에서 70%, 1주택자는 70%에서 60%로 각각 축소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문건대로 규제가 시행된다면 고가 주택은 물론 중저가 주택과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까지 대출 축소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LTV 우대가 사라지면 자기자본이 부족한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정해진 바 없다” 더니 닷새 뒤 대책…정부 해명에도 시장 의구심
이번 지라시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정부가 부동산 규제설을 부인한 이후 유사한 대책을 발표한 전례가 다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온라인에서 확산한 추가 주담대 규제 관련 내용을 두고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허위사실 유포 행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고 유사 사례에도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6월 26일에도 규제지역 확대와 금융·세제 종합대책을 발표한다는 보도를 부인했다. 그러나 이튿날 수도권 주담대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6·27 대책을 내놓았다. 규제지역 확대와 세제 개편은 포함하지 않았지만 대출 규제를 강화한다는 방향은 일치했다.
같은 해 10월 10일에는 규제지역 확대와 주담대 한도 축소 등에 관한 보도에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지만, 닷새 뒤 10·15 대책에서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고 주택 가격에 따라 주담대 한도를 2억~6억원으로 차등 적용했다.
정부가 정책 검토 단계에서 확정된 내용이 없다고 설명하는 것과 실제 후속 대책을 발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그러나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시장에서는 공식 해명만으로 추가 규제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형성되고 있다.
◇강남은 하락, 경기 남부는 상승…추가 규제 가능성에 촉각
추가 규제설에 힘을 싣는 요인으로는 수도권 주택시장의 지역별 가격 차이가 꼽힌다.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이 하락하는 사이 비강남권과 경기 일부 지역에서는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5일 발표한 11월 첫째 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07% 올랐다. 전주 0.09%보다 상승폭은 줄었지만 91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강남구(-0.39%)와 서초구(-0.37%), 송파구(-0.17%) 등 강남 3구는 하락했다.
반면 경기도 아파트값은 같은 기간 0.20% 상승했다. 이번 지라시에서 추가 규제지역으로 거론한 부천시는 0.23%, 수원시 권선구는 0.26%, 안양시 만안구는 0.10% 각각 올랐다.
이들 지역은 기존 규제지역과 인접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15 대책에서 수원시 영통·장안·팔달구와 안양시 동안구를 규제지역으로 지정했다. 권선구와 만안구까지 규제 범위를 넓히면 수원시와 안양시 전역이 규제지역에 포함된다. 기존 규제지역에서 인접 지역으로 매수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를 차단하려는 조치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추가 규제는 무주택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에도 부담이다. 서울 강남권의 가격 하락과 전체 상승폭 둔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출 문턱을 추가로 높일 필요가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규제설 자체가 매수 심리를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대출 한도 축소를 우려한 실수요자들이 규제 시행 전에 주택 구입을 서두르면 단기적으로 거래가 늘고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추가 규제를 기다리며 관망하는 수요가 늘면 거래 위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현재 정부는 이번 문건의 내용이나 발표 시점을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추가 규제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정부가 강남권과 비강남권의 엇갈린 집값 흐름에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