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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조 흑자' 한국전력, 산재 지옥으로 전락…5년간 33명 숨졌다

    입력 : 2026.11.06 06:00

    [연중 기획-산업 재해 제로(0)의 길]산재 지옥으로 전락한 한전
    5년간 산재 사망 33명, 공공기관 중 최다
    사망자 94%가 협력업체 소속

    [땅집고]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땅집고]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땅집고] 한국전력공사가 지난해 영업이익 13조원대를 내며 흑자 기조를 굳혔다. 하지만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기본적 안전 수칙 위반으로 인한 근로자의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감전, 추락, 끼임처럼 비슷한 사고 유형이 해마다 반복하고 있다. 위험한 작업은 하청에 맡기면서 법적 책임은 피해 가는 구조도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5년간 33명 사망…31명이 협력업체 소속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부에서 받은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현황'을 보면, 2022년부터 올해까지 한전 관련 사망사고는 12건으로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기관 중 가장 많았다. 2위인 한국수자원공사는 2건, 한국전기안전공사는 1건이었다.

    원인별로는 전신주와 철탑에서 전기가 흐르는 상태로 작업(활선 작업)하다 감전된 사고가 5건이었다. 고소작업차나 전신주에서 떨어진 사고가 4건, 굴착기·전신주 등에 부딪히거나 깔린 사고가 3건이었다. 12명 가운데 최소 10명이 하청업체 근로자였다. 박 의원은 "비교적 단순한 사고가 잦은 현장 업무는 한전MCS에 맡기고,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치명적인 고위험 업무는 하청업체로 넘기는 것이 전력 공기업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올해도 사고가 있었다. 지난 4월 10일 제주시 조천읍에서는 한전 협력 배전업체 작업자가 변압기 신설 공사를 하다 숨졌다. 나무에 걸린 전선을 정리한 뒤 고소작업차의 지지대(아웃트리거)를 접다가 장비에 몸이 끼였다. 경찰과 고용노동부가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한전의 사망 사고는 1~2년 사이의 문제가 아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 국정감사 공공기관 현황과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4년 한전 사업장에서 산업재해로 숨진 사람은 33명에 달했다. 같은 기간 공공기관 가운데 가장 많다. 이 가운데 한전 직원은 2명이고 나머지 31명(약 94%)은 협력업체 근로자였다.

    ◇ '발주자'냐 '도급인'이냐…김다운씨 사건이 남긴 질문

    하청 사망이 반복되는데도 원청 책임은 잘 인정되지 않는다. 2021년 당시 38세였던 김다운씨는 오피스텔 신축 현장에서 전신주에 올라 개폐기(COS) 작업을 하다 고압 전류에 감전돼 19일 만에 숨졌다. 활선작업차도 감시자도 없이 혼자 사다리로 올라갔고, 고무절연장갑도 받지 못한 상태였다. 검찰은 한전이 해당 공사의 시공을 주도·총괄하는 도급인이 아니라 건설공사 발주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도급인에게 적용되는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보고 한전 관계자들을 불기소 처분했다.

    법조계에서는 흐름이 바뀔 수 있다고 본다. 2024년 11월 대법원은 인천항만공사 사건에서 공사를 맡긴 사업주라도 산재 위험 요인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했다면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한전처럼 작업 지시와 현장 관리를 직접 해온 발주기관의 책임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으로 현장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 한전은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수요에 대응해 2038년까지 송·변전망에 72조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송전탑·변전소 공사와 활선 작업이 함께 늘어난다는 뜻이다. 한전의 부채는 올해 6월 말 210조7161억원에 이르고, 김동철 사장은 국감에서 차입에 한계가 있다며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거론했다. 재무 압박이 공사비와 공기 압박으로 번지면 그 부담은 협력업체 현장에 먼저 돌아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원청인 한전이 발주 단계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사기간, 투입 인력, 안전관리비를 충분히 보장하고 협력업체의 실제 작업 환경을 직접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2인 1조 작업과 활선작업차 투입 같은 기본 수칙이 현장에서 지켜지는지 확인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산재 사망이 계속되는데도 건강검진 의무 위반, 위험성 평가와 안전교육 부족, 유해물질 관리 미흡 등으로 과태료 부과가 이어지고 있다"며 "안전보건 기준 확보를 위한 실질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sh029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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