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11.04 09:48 | 수정 : 2026.11.04 09:52
[땅집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세운4구역 재개발 과정에서 국가유산청이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요구하면서도 관련 심의를 4차례나 보류하는 ‘행정 갑질’을 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 3일 오전 오 시장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서울시와 국민의힘 서울시당이 개최한 ‘세계유산 보존과 도시의 미래, 공존의 길을 찾다’ 토론회에서 “도시계획은 주민의 삶과 생계가 달린 문제인데 문화유산을 지킨다는 이유로 명확한 기준도 원칙도 없이, 근거규정도 없이 도시의 미래와 시민의 삶까지 멈춰 세워서는 안 된다”고 발언했다.
세운4구역은 2004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원래 지난 6월 종로구로부터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를 받고 사업 목표로 ▲8월 매장유산 심의 마무리 ▲10~11월 굴토·구조안전심의 진행 ▲2027년 2월 공사비 협상 및 검증 ▲3월 착공 등을 계획했다. 하지만 사업지 인근 종묘 훼손을 우려한 국가유산청이 심의를 연속 4차례 보류하면서 올해로 22년째 착공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오 시장은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이 출범한지 20년이 넘도록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지적했다. 그 원인은 국가유산청이 재개발로 종묘 경관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강요하고 있고, 더 나아가 세운4구역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까지 취소하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세운4구역 사업이 종묘 경관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확인해보자고 서울시가 공동 실측을 제안했지만. 국가유산청은 이마저도 거부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오 시장은 “서울시는 애드벌룬을 띄워서 종묘에서 바라본 실제 경관이 실제로 종묘의 경관을 해치는지 누구나 눈으로 확인하실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유산청은 거듭 보류하고 있고,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마저 취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가유산청 국가유산위원회 매장유산분과는 지난달 21일 '원위치 보존 원칙 및 유적 주변 공간의 역사·문화적 정체성 확보'를 이유로 들며 세운4구역 매장문화유산 보존방안에 대한 심의를 보류했다. 2024년 1월 첫 심의 이후 네 번째 보류 결정이다. 이런 국가유산청 행보에 세운4구역 사업이 계속해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오 시장은 “사업이 표류하는 동안 경제적 피해와 고통은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의 몫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세운4구역 사업이 지연되면서 매월 20억원 이상의 금융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추산도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남진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역시 세계유산마다 보호해야 할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인 규제 대신 개별 유산의 특성을 고려한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논란이 되고 있는 세운4구역의 경우 종묘를 향한 폭 36m의 통경축을 확보하면서 종로변 건축물은 낮게, 청계천변은 높게 배치하면 경관을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