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11.04 06:00
[다시 불붙은 부동산 폭락 논쟁] ②강남 고가 주택 보유세발 매도 러시
아기곰 "장특공 한도 40억→10억 축소가 매도 방아쇠"
"파는 사람만큼 사려는 사람도 많다…강남은 안 무너진다"
"보유세 못 내는 은퇴자 퇴장, 그 자리는 고소득층이 채운다"
[땅집고]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을 비롯한 강남 아파트 시장에서 전고점 대비 수억~수십억원씩 떨어진 거래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주요 지역들의 실제 거래 가격도 놀라울 정도로 떨어지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를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부동산 전문가들이 강남 일부 고가 아파트값 하락에 대해 ‘아파트값 하락 징조가 아닌 소유자 물갈이 과정’이라고 해석한 내용이 주목받는다.
부동산 전문가 아기곰(필명)은 이 대통령이 서울 집값 폭락론을 언급하기 전인 지난달 30일 유튜브 '부읽남TV'에 출연해 최근 강남 매매가격 하락에 대해 대해 “보유세 절세를 위한 소유주 물갈이”로 해석하며 “집값 폭락의 전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영상에서 보유세·양도세 다 올리면 집값은 '이렇게' 됩니다"라는 주제로 진행자 ‘부읽남’과 보유세 증세와 집값 흐름에 대해 설명했다.
◇ "장특공 한도 40억→10억 단계적 축소…2027~2028년 매도 러시"
아기곰은 다주택자·고가주택 보유자들의 매물이 늘어나는 핵심 배경으로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 축소를 꼽았다. 그에 따르면 예를 들어 양도차익이 50억원일 때, 10년 보유·10년 거주 요건을 다 채운 사람은 지금까지 80%까지 장특공을 받아 40억원을 공제받고 10억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냈다. 그런데 2028년부터는 이 공제 한도가 20억원으로 줄어들고, 2029년 이후로 가면 10억원으로 줄어 50억원 중 10억원만 공제해주고 나머지 40억원에 양도세를 내야 한다.
아기곰은 이와 관련 "과거에 시세차익이 많은 사람은 집을 팔 수 밖에 없다”며 "언제 팔겠나. 빠르면 2027년도, 늦으면 2028년도에 집을 팔 것"이라고 단언했다. 매년 공제 한도가 불리해지는 구조인 만큼, 세금이 더 불어나기 전에 고가 주택 보유자들이 서둘러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 "매도는 '하락 베팅'이 아니다… 강남은 안 무너진다"
아기곰은 세금 때문에 늘어나는 매물을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베팅'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금 파는 건 과거에 남은 차익을 지키기 위해 파는 거지, 앞으로 집값이 떨어질 것 같아서 파는 게 아니다. 몇십년 동안 집을 갖고 있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하락론자'로 변신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은 파는 순간 다른 집을 사기 때문에, 시중에 나오는 매물만큼 또 그만큼 수요가 있는 거다. 모든 매물이 한꺼번에 나와서 아무도 안 사는 그런 현상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가격대 자체는 바뀔 수 있다고 봤다. 진행자가 “50억~60억원을 가진 분들이 보유세 부담 때문에 다시 50억~60억원대를 사기보다, 한 단계 낮춰 20억~30억원대로 다운사이징할 수도 있지 않냐”고 묻자 아기곰은 "그렇다"고 동의했다.
◇ “보유세 인상, 집값 하락이 아니라 소유주 교체 과정”
아기곰은 보유세 인상이 만들어낼 또 다른 변화로 '계층 교체'를 꼽았다. 그는 “70~80년대 회사 열심히 다녀서 압구정동에 현대아파트를 하나 사놓은 분이 지금은 은퇴해서 70대, 80대가 됐다고 하면, 그분들은 지금 올라간 보유세를 낼 능력이 없다”며 "그분들은 결국 팔고 빠져나와야 한다. 본인들이 보유세를 낼 수 있는 정도에서 빠져나오게 되는 거고, 그 자리는 소득이 높은 사람들이 채우게 된다. 결국 이 계층에 물갈이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천 명지대 교수 역시 지난달 2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비슷한 해석을 내놨다. 최 교수는 “강남의 ‘일시적’ 하락 - ‘가난한’ 집부자가 쫒겨나고, ‘부유한’ 집부자로 교체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유세를 왕창 높여서, 매도를 압박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자산은 많고 소득이 적은 사람’일수록 강한 압박을 받게 된다. 이들이 집을 내놓게 된다”며 “이를테면 ‘가난한 집부자’ 들인데, 이들은 보통 ‘퇴직한’ 공무원, ‘퇴직한’ 교사, ‘퇴직한’ 대기업 직원들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최 교수는 “그럼 누가 강남 집을 사게 될까? ‘부유한 집부자’가 사게 된다. 소득이 짱짱한, 고소득자들이 강남권 집을 구매하게 된다”며 “결과적으로 보유세를 왕창 높여 집 매도를 압박하는 것은 ‘가난한 집부자’를 내쫓고, ‘부유한 집부자’로 교체하는 작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 “일시적 하락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빠질 이유가 없다”
두 전문가는 공통적으로 강남 집값이 소유주 교체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하락하더라도 결국엔 다른 지역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점을 강조했다.
아기곰은 해당 영상에서 "강남 집값이 주식처럼 산 다음 6개월 후에 오를지 묻는 거면 대답하기 어렵지만, 10년 후에 오를까요? 당연히 오르죠. 20년 후에 오를까요? 당연히 오르죠"라며 "지금 안 사고 20년 후에 다시 살 수 있을까요? 절대 못 산다. 은행에 넣어두고 이자 붙는 것과 비교해도 절대 못 산다"고 했다. 양도세 부담에 대해서는 "더 오르면 양도세로 많이 떼이지 않냐"는 질문에 "지금 50억원이 60억원이 돼도 10억원까지는 공제가 되는 구조라 그만큼은 보호된다"며 "이런 식이면 매매 사이클이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교수 역시 “강남은 고임금 노동시장과의 접근성, 좋은 학군, 도시 인프라, 한강뷰, 자산재의 가치를 동시에 갖고 있는 곳이다. 앞으로도 상대적 가격이 가장 높을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유세가 높기로 유명한 미국보다 과한 수준으로 보유세를 높여서, ‘가난한 집부자’를 내쫓고, ‘부유한 집부자’로 교체해서 얻는 실익은 별로 없다”며 “집값이 안정화되는 것도 아니다. 조세 정상화도 아니다. 정의(正義)로운 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sh029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