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11.04 06:00
개포현대2차 64억 설계권 놓고 단독 경쟁…14일 결판
압구정3구역·한남하이츠·반포미도서 잇단 맞대결
희림 '한옥 특화' vs 해안 '양재천 조망' 승부
[땅집고] 서울 압구정에서 시작해 한남과 반포까지 이어진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와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의 재건축 설계 경쟁이 이번에는 개포동으로 무대를 옮겼다. 주요 정비사업장에서 거듭 맞붙었던 두 회사가 개포현대2차의 양재천 조망과 사업성을 앞세워 64억원 규모 설계권을 놓고 다시 격돌한다.
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현대2차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오는 14일 조합창립총회를 열고 설계자 선정 등을 의결할 예정이다. 지난 6월 설계공모 현장설명회에는 9개 업체가 참석했지만, 실제 응모한 곳은 희림과 해안 두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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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현대2차는 강남구 개포동 654번지 일대에 1986년 준공된 558가구 규모 아파트다. 재건축을 통해 지하 3층~지상 최고 49층, 1095가구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뒤 올해 1월 정비구역 지정, 3월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을 거쳤다.
이번 설계 경쟁의 관건은 양재천과 달터공원을 끼고 있는 입지적 장점을 얼마나 살리느냐다. 단지는 양재천 조망이 가능한 곳에 있지만, 정비계획에 따라 수변 인접 구간의 높이와 건물 사이 통경축 확보 등에 제약이 따른다. 최고 49층으로 재건축하더라도 주동 배치에 따라 조망과 채광, 분양면적 등이 달라질 수 있어 설계가 향후 단지 상품성과 사업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압구정서 재공모까지…한남·반포로 이어진 설계 경쟁사
두 회사의 경쟁은 2023년 압구정3구역 설계공모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당시 희림이 해안을 제치고 설계자로 선정됐지만, 서울시가 허용한 용적률 300%를 초과하는 360%를 제안하고 임대주택을 반영하지 않은 설계안이 논란을 빚었다. 희림은 선정 총회 당일 용적률을 300%로 낮춘 설계안을 발표했으나 조합은 결국 기존 선정을 취소하고 재공모를 진행했다. 같은 해 12월 열린 재대결에서는 희림 컨소시엄이 해안 측을 제치고 설계권을 확보했다.
당시 희림과 해안은 이전투구의 싸움판을 벌여 건축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양측은 조합원 홍보관 및 아파트 단지 내에 상대방의 지침 위반, 인허가 지연 가능성을 경고하는 현수막과 안내문을 게시하며 날 선 비방전을 펼쳤다. 또 단순한 언론 플레이를 넘어 서울시 진정, 조합 대상 공식 시정 요청, 경찰 고발 등 법적·행정률적 수단을 동원해 상대방의 입찰 자격을 박탈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양사는 주요 정비사업장에서 거듭 맞붙었다. 지난해 2월 성동구 옥수동 한남하이츠 재건축에서는 희림이 해안을 제치고 설계자로 선정됐다. 같은 해 7월 서초구 반포미도1차에서도 희림의 ‘더반포’ 설계안이 디에이건축·해안건축·아르카디스 컨소시엄을 제치고 약 85억원 규모의 설계권을 따냈다.
특히 이번 개포현대2차 공모는 공동수급을 허용하지 않아 두 회사가 단독으로 경쟁한다. 압구정3구역과 반포미도1차 등에서 컨소시엄이 참여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각자의 설계 역량을 앞세운 정면 승부가 펼쳐지는 셈이다.
두 회사는 양재천과 달터공원 등 주변 자연환경을 활용한 고급 주거단지를 제시하면서도 설계 전략에는 차이를 뒀다. 희림은 전통 한옥의 공간 구성을 현대 아파트에 접목한 ‘명가(名家)’를 제안했다. 한옥의 안채와 별채 개념을 활용해 한 세대 안에서도 독립적인 생활공간과 개방감을 확보하고, 양재천과 달터공원 등 주변 녹지를 단지 내부 정원으로 연결하는 구상이다.
해안은 ‘원 포레시아(ONE FORECIA)’를 내세웠다. 주동 배치를 최적화해 조합원 전 세대에서 양재천을 조망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채광과 맞통풍을 고려한 평면과 테라스하우스도 제안했다. 양재천변 60m 특화배치구간에 16~25층 주동을 계획하고, 30m 통경축 등 정비계획 기준을 반영해 인허가 지연 가능성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사업성 개선 방안도 설계 경쟁의 주요 요소로 꼽힌다. 최근 공사비 상승과 대출 규제 강화로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 및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면서 설계 단계부터 사업비를 줄이기 위한 방안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추진위는 오는 4일까지 사전투표를 진행하고 14일 설계자를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이번 총회에서는 설계자 선정과 함께 상가 재건축 합의서 체결 승인도 다뤄진다. 그동안 상가 신축 여부와 권리가액 산정, 아파트 공급 조건 등을 둘러싼 이견이 조합 설립의 변수로 거론됐던 만큼 합의안 의결 여부도 관심사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사비 상승에 따른 추가 분담금 부담에 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정비사업의 자금 조달 문제가 중요해졌다”며 “특화 설계뿐 아니라 공사비 관리와 사업성 확보가 설계자 선정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han2@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