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11.03 06:00
사실혼 배우자에 전 재산 유증한 아버지
친자녀 2명 유류분 각각 25% 청구 가능
개정 민법 따라 부동산 대신 현금 반환
[땅집고] 아버지가 시가 15억원 상당의 상가 건물을 포함한 전 재산을 사실혼 배우자에게 물려주겠다는 유언을 남기고 사망했다. 유언장에서 제외된 친자녀들은 최소한의 상속분이라도 돌려받을 수 있을까. 법적으로 사실혼 배우자는 상속권이 없지만 유언에 따라 재산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자녀들은 유류분 청구를 통해 일정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어 부동산을 둘러싼 상속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어머니'라 모셨는데…15억 상가 새엄마 몫으로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아버지가 사실혼 배우자에게 전 재산을 넘기는 유언을 남겨 상속에서 제외됐다는 남매의 사연이 소개됐다.
사연에 따르면 아버지는 10년 전 아내와 사별한 뒤 홀로 지내다가 5년 전 초등학교 동창인 여성을 만나 동거를 시작했다.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부부로 생활했다. 평생 정밀기계 엔지니어로 일한 아버지는 평소 말수가 적고 무뚝뚝했다. 남매는 혼자 지내던 아버지가 새로운 동반자를 만난 것을 반겼다. 명절마다 두 사람을 찾아가 해당 여성을 '어머니'라고 부르며 깍듯하게 모셨다.
하지만 아버지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숨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아버지가 생전에 15억원 상당의 상가 건물을 포함한 전 재산을 사실혼 배우자에게 넘긴다는 공정증서 유언을 남긴 사실이 드러났다. 유언장에는 남매의 이름이 없었다.
새어머니는 고인이 자발적으로 남긴 재산인 만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건물 전체를 가져가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남매는 자녀로서 최소한의 상속권이라도 인정받을 수 있는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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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권 없는 새엄마에 전 재산 유증…남매는 25%씩 청구 가능
현행 민법상 사실혼 배우자는 법정상속인에 해당하지 않는다. 혼인신고 없이 오랜 기간 함께 살았더라도 원칙적으로 상속권이 없다. 아버지가 유언을 남기지 않았다면 재산은 법정상속인인 남매에게 각각 절반씩 돌아간다. 그러나 유언으로 재산을 넘기는 '유증'은 다르다. 법정상속인이 아닌 제3자도 유증을 받을 수 있다. 고인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유언을 남겼다면 사실혼 배우자도 상가 건물을 취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신진희 법무법인 신세계로 변호사는 "우리 민법상 사실혼 배우자에게는 법적 상속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유증은 제3자에게도 얼마든지 가능하므로 상속권이 없는 사실혼 배우자라 할지라도 적법하게 유증했다면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친자녀가 재산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민법은 자녀 등 일정한 법정상속인에게 최소한의 상속분을 보장하는 유류분 제도를 두고 있다. 자녀의 유류분은 법정상속분의 절반이다.
이번 사례에서 법정상속인은 남매 두 명이다. 유언이 없었다면 각각 전체 재산의 50%를 상속받지만 유류분은 그 절반인 25%씩이다. 가령 아버지의 재산이 15억원짜리 상가 한 채뿐이고 별도 채무나 증여 등이 없다면 남매는 각각 3억7500만원, 총 7억5000만원을 청구할 수 있다.
◇상가 지분 대신 현금 반환…매각 가능성도
특히 3월 민법이 바뀌면서 부동산 유류분을 돌려주는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상가 건물의 일부 지분을 자녀들에게 넘겨주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3월 17일부터 시행된 개정 민법에 따라 이후 상속이 시작된 경우에는 부족한 상속분을 돈으로 지급해야 한다. 이에 따라 새어머니는 상가 건물을 그대로 소유하더라도 남매에게 일정 금액을 현금으로 줘야 할 수 있다. 당장 현금이 부족하다면 상가를 담보로 대출받거나 건물을 팔아 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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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도 정해져 있다. 자녀들은 아버지가 사망한 사실과 새어머니에게 재산을 넘긴 유언이 있다는 사실을 모두 안 날부터 1년 이내에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아버지가 사망한 지 10년이 지나면 청구할 수 없다. 신 변호사는 "유류분 권리는 법정 상속분의 절반이므로 두 자녀는 각각 전체 재산의 4분의 1씩 사실혼 배우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며 "유류분 반환 청구는 상속 개시와 유증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유언으로 전 재산을 새어머니에게 남겼더라도 자녀들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몫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상가처럼 가격이 비싼 부동산을 물려받았다면 자녀들에게 돌려줄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건물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givehyu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