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11.01 14:33
[땅집고] 현재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에 있던 서울시 명의로 된 토지 일부를 고(故)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상속인에게 넘겨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이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걸림돌이 될지 여부를 놓고 업계 판단이 갈린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는 최근 강남구 대치동 1020-2 일대 토지 795㎡(240평)에 대해 서울시가 정태수 전 회장 상속인들에게 소유권을 이전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은마아파트는 1979년 준공했다. 당시 정 전 회장은 은마아파트 시행·시공 과정에서 1978년 서울시로부터 해당 토지를 매입했다. 상속인에 따르면 당해 정 전 회장이 매매대금까지 지급했는데, 아파트가 다 지어진 이후에도 소유권 등기가 서울시 명의로 남아있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상속인들이 증거 자료로 제출한 당시 매매계약서와 대금 지급 사실 등을 토대로 정 전 회장 측이 실질적으로 토지를 매수했다고 판단, 서울시가 땅을 이들에게 넘겨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예정이다. 현재 등기상 명백한 시유지인 만큼 대법원에서 사안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시 재산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는 재산 관리 부서와 법률 지원 부서를 중심으로 판결 내용을 검토하며 항소를 위한 후속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비업계에선 이번 판결이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늦추는 원인으로 작용할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단지 내 토지 소유권이 변동될 경우 관련 절차를 밟으면서 아무래도 재건축 속도를 내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겠냐는 주장이 나온다.
다만 조합은 그동안 소유권 분쟁 중인 토지를 매입하는 것을 전제로 사업 계획 및 분담금을 산정해왔기 때문에, 이번 판결이 재건축 사업에 지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이번 판결 대상 토지의 최종 소유자가 서울시인지 정 전 회장 상속인인지와는 관계 없이, 조합이 필요한 토지를 법적 절차를 거쳐 매입하면 문제 없을 것이란 주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시 재산권 문제에는 관련 절차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며 "은마아파트 재건축이 서울시 주택 공급 측면에서도 중요한 만큼,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1979년 준공한 은마아파트는 28개동, 총 4424가구던 기존 단지를 재건축을 거쳐 최고 49층, 총 5850가구 규모 새아파트로 다시 짓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내년 관리처분계획인가와 이주·철거 등을 거쳐 2028년 착공하는 것이 조합 측 목표다. 은마아파트는 단지 내 토지 소유권을 두고 이번 소송과 유사한 성격의 분쟁을 겪고 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