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11.01 06:00
대곡 도시지원시설 21% 계획했지만 실제 기업·산업용지 규모는 불투명
30년간 택지 17곳 조성했지만 자족기능 부족…고양 통근통행 33% 서울행
[땅집고] 경기 고양시 대곡역 일대에 주택 4000가구가 추가로 들어선다. 일산신도시부터 삼송·지축·원흥·향동·덕은 등 고양 곳곳에 대규모 주택을 공급했지만 정작 기업과 일자리는 늘어난 인구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고양 곳곳을 택지로 개발하면서 30년 넘게 '베드타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곡에 4000가구 추가 공급…고양시 "선 산업, 후 주택"
국토교통부는 29일 고양대곡지식융합지구에 주택 4000가구를 추가 공급한다고 밝혔다. 기존 9400가구에서 1만3400가구로 늘어나는 것이다. 9월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된 대곡역 북측 약 199만㎡에 남측 약 42만㎡를 추가 편입해 전체 약 241만㎡를 개발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GTX-A와 지하철 3호선 등 철도 5개 노선이 교차하는 대곡역 일대를 남북 통합역세권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번 발표는 정부가 8월 내놓은 '주택 신속공급 방안'의 후속 조치다. 서울·수도권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수도권 6곳에 총 7만6700가구를 추가 공급하고, 행정절차를 단축해 2030년까지 착공한다는 목표다. 특히 교통 여건이 우수한 지역에 청년·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고양시의 반응은 달랐다. 고양시는 발표 당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주택 공급의 역할을 수십 년간 감당해 온 고양시가 더 이상 '잠만 자는 도시'로 남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先) 산업, 후(後) 주택' 원칙을 내세워 산업·업무용지를 먼저 확정하고 개발 과정에서 축소하거나 다른 용도로 변경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업지역 확대와 대곡역 복합환승센터의 재원·일정 확정도 촉구했다.
◇기업·산업용지 규모 불투명…과거 택지개발도 주거기능 확대
고양시가 이처럼 반발하는 이유는 늘어나는 주택에 걸맞은 기업·산업용지가 얼마나 확보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주민대책위원회 설명회에서 소개된 자료에 따르면 기존 약 199만㎡ 부지 중 주거시설은 23.1%, 상업·업무·자족시설 등을 포함한 도시지원시설은 21.0%로 계획됐다. 도시지원시설 면적은 약 41만9000㎡(12만7000평)에 달하지만 상업시설 등이 포함돼 있어 전체를 기업·산업용지로 볼 수는 없다.
앞서 고양시는 2024년 11월 대곡지구가 신규 택지 후보지로 발표되자 주거 비율을 20% 안팎으로 최소화하고, 자족용지 안에 약 2만평 규모의 도시첨단산업단지를 지정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기업 유치를 위한 기회발전특구 지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2027년 하반기 지구계획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어 구체적인 토지이용계획은 향후 확정될 전망이다.
이 같은 우려는 고양시가 그동안 겪어온 주택 위주 개발의 전례와도 맞닿아 있다. 고양의 대규모 택지개발은 1989년 일산신도시 건설을 계기로 본격화했다. 이후 삼송·원흥·지축·향동·덕은 등 덕양구 곳곳의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주택을 공급했고, 현재는 3기 신도시 창릉 개발도 추진 중이다. 고양시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중앙정부 주도로 조성된 주택지구는 17곳으로 시 전체 면적의 15.98%에 이른다.
문제는 이러한 택지개발이 개별 지구 단위로 이뤄지면서 교통망과 생활권을 종합적으로 연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송지구다. 삼송지구는 2006년부터 2019년까지 개발계획이 25차례 변경됐고, 주택 공급량은 1만6196가구에서 2만5941가구로 약 60% 늘었다. 이 과정에서 기업 유치를 위해 계획한 도시지원시설용지 일부도 오피스텔을 지을 수 있도록 변경됐다. 기업 유치보다 주거기능 확대에 치우쳤다는 비판이 제기된 이유다.
◇고양 통근통행 33%가 서울행…자족도시 전환 과제
이처럼 주택 공급이 이어졌지만 지역 내 일자리 기반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고양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고양에서 출발한 출근길의 50.7%가 다른 도시로 향했고, 이 중 서울로 향하는 비중이 가장 컸다. 전체 출근길의 33%가 서울행이었다. 세대 수 대비 종사자 수를 나타내는 직주비율도 0.85로 경기도 평균 1.03보다 낮았다.
기업을 유치할 산업 기반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고양시는 전역이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 속해 있다. 최근 창릉 기업이전단지 지정으로 공업지역이 약 32만1000㎡까지 확대됐지만 여전히 산업 기반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자족기능 확보를 위해 추진 중인 일산테크노밸리도 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일대 약 87만㎡(26만평)에 조성 중인 일산테크노밸리는 바이오·메디컬, 미디어·콘텐츠, 첨단제조 분야 혁신기업 유치를 목표로 2023년 착공했다. 그러나 사업 일정이 지연되면서 준공 목표가 2027년 12월로 미뤄졌다.
기업 유치 실적도 저조하다. 8월 24일 고양시의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일산테크노밸리 산업시설용지 약 31만4000㎡ 중 실제 민간기업과 계약한 산업시설용지는 전체의 1.2%에 그쳤다. 계약을 체결한 민간기업도 의료기기 제조업체 한 곳에 불과했다. 높은 분양가격 등이 걸림돌로 지적되자 고양시는 기업 맞춤형 지원책을 마련하고 추가 용지 분양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산과 덕양 생활권을 연결하는 대곡역세권은 고양의 도시 구조를 바꿀 또 다른 핵심 부지로 꼽혀왔다. 다른 수도권 신규택지와 비교해도 자족기능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고양대곡지식융합지구 추가 공급과 함께 발표된 하남 미사 K-컬처지구는 1만2000가구 공급과 함께 K-컬처 복합단지 조성 구상이 제시됐다. 김포아라지구 역시 3만7000가구 공급과 함께 인근 한강시네폴리스 산업단지 등을 연계한 자족형 생활권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대곡지구는 추가 주택 공급과 환승체계 개선이 강조됐지만 구체적인 기업 유치 계획은 아직 불투명하다./givehyu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