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경매 8번 내놔도 안 팔린다"...농지 전수조사에 애물단지 된 농지

    입력 : 2026.10.29 09:38

    '경매 취득자' 심층조사 고위험군 지정 영향
    전수 조사 후 경매 매각률 16.4%로 하락
    “대통령 허황된 인식·농식품부 졸속 추진 합작품”

    [땅집고] 경기도 파주시 일대 농지./연합뉴스
    [땅집고] 경기도 파주시 일대 농지./연합뉴스


    [땅집고]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전국 농지 전수조사에 나선 뒤 농지 경매시장이 사실상 얼어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매로 농지를 산 경우 투기 의심 행위로 정밀조사를 받을 수 있어 수요자들이 입찰을 꺼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매물은 쌓이는데 사려는 사람이 없어 감정가의 절반 이하로 팔리는 농지가 대폭 늘어났다.

    ◇ 사상 첫 농지 전수조사…‘경매 취득자’도 고위험군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5월 18일 농지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2년 동안 전국 농지 약 195만㏊의 소유·이용 실태를 들여다보는 조사다. 농지법 위반으로 확인되면 처분의무 부과와 이행강제금 같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이달 8일 휴경이나 상속 농지 등 경미한 위반은 처분하지 않겠다고 뒤늦게 발표했지만, 처분명령을 내리는 ‘3대 투기 유형'에 '경매 등으로 지분을 사서 되팔 목적으로 허위 영농계획서를 내고 취득한 뒤 방치하거나 임대하는 경우'를 넣으면서, 경매 투자자들 사이에서 경계심이 특히 높다.

    전수조사 여파는 경매 지표로 확인된다. 서울경제가 지지옥션 자료를 분석한 보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 19일까지 전국 법원에서 낙찰된 논·밭·과수원은 7395건이다. 이 중 5008건(67.7%)이 감정가의 50% 이하에 팔렸다. 반값 이하 낙찰 비중은 2024년 42.5%에서 2025년 58.1%로 오른 데 이어, 2년 만에 25.2%포인트 늘었다.

    물건은 늘고 있다. 올해 농지 경매 진행 건수는 4만1941건으로 2024년 같은 기간(2만7466건)보다 52.7% 많다. 반면 연간 매각률은 2024년 22.9%에서 2025년 19.5%, 올해 17.6%로 떨어졌다. 올해 전국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43.8%다. 경남은 30.0%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전북은 매각률이 29.3%에서 18.4%로 10.9%포인트 떨어져 하락 폭이 가장 컸다.

    7번 유찰된 논이 또 주인을 찾지 못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 20일 청주지법 영동지원 경매에서 충북 영동군 매곡면의 논(1107㎡)이 8번째 입찰에서도 응찰자 없이 유찰됐다. 이 논은 이미 7차례 유찰돼 최저가가 감정가의 21%인 740만원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농지 전수조사가 시작된 5월 18일부터 10월 19일까지 전국 농지 경매 매각률은 16.4%였다. 조사 이전(19.1%)과 지난해 같은 기간(19.3%)보다 3%P 정도 하락했다. 같은 기간 입찰이 있었던 농지의 평균 응찰자 수는 1.70명으로 2024년(1.99명), 2025년 (1.93명)보다 줄었다.

    ◇ 이재명 대통령 “전수조사, 장관이 제안해서 한 것”

    시장 혼란에 따라 농지 전수조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사태를 "농촌 현실에 대한 대통령의 허황된 인식과 농식품부의 졸속 추진으로 이루어진 합작품"이라고 했다. 그는 "순수하게 농사짓는 농민을 투기꾼으로 보고 창을 들고 돌진한 꼴"이라고도 비판했다. 불과 2년 전인 2024년 8월 국회 검토보고서에 농지 전수조사의 필요성에 대해 '필요가 없다, 효과성이 낮다'는 농림부 입장이 있었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농어민과의 대화'에서 전수조사에 대해 이 대통령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제게 제안하기로 '법률상 해야 하는데 수십 년간 안 한 게 있으니 하는 김에 전수조사를 합시다'라고 제안을 해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렇게 남 탓에 진심인 대통령은 처음 본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발언에 대해 “농지 조사는 잘못한 일이 아니라 칭찬받아 마땅한 개혁 조치이고, 대통령이 공개 회의에서 직접 조사를 지시한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인데 제안자가 따로 있다 한들 책임이 줄어들 리도 없다”며 “수십 년간 방치된 조사를 한꺼번에 하자는 훌륭한 제안을 한 사람이 장관이었기 때문에 칭찬 삼아 ‘내가 지시했지만 장관이 제안해 준 것’임을 밝힌 것”이라고 해명했다. /sh0293@chosun.com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