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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탄 강남 한복판 판자촌, 주민들 100여명은 왜 못 떠나나

    입력 : 2026.10.28 11:31 | 수정 : 2026.10.28 11:33

    [땅집고] 27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일대 판자촌 구룡마을에 화재가 발생해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땅집고] 27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일대 판자촌 구룡마을에 화재가 발생해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땅집고] 지난 27일 집값이 비싼 서울 강남구 입지지만 판자촌으로 남아있던 ‘구룡마을’에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인력 230여명이 약 13시간 사투 끝에 진화에 성공하긴 했지만 이른바 ‘떡솜'(보온용 솜)과 합판, 비닐 등 가연성 자재로 만든 집들이 모조리 불타면서 주민 100여명이 거처를 잃었다.

    서울 마지막 판자촌인 구룡마을에 불이 날 때마다 소방인력이 대거 투입되면서 행정 낭비 지적과 함께 재개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올해 1월에도 이 곳 4지구에서 발생한 화재가 인근 5·6지구로 빠르게 번지면서 주민 258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발생했던 것. 강남권 한복판 입지인데도 구룡마을 재개발이 아직까지도 지지부진한 이유가 뭘까.

    ◇총 4000여가구 공급 가능한데…미이주 주민들이 재개발 발목 잡아

    구룡마을은 1970∼1980년대 서울올림픽 개최를 맞아 정부가 강남권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철거민 등이 이주해 생겨난 무허가 판자촌이다. 구룡산자락 일대 축구장 약 40개 면적 부지에 판잣집이 밀집해있는 형태인데, 총 8개 지구로 나뉘어있다.

    그동안 서울시는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를 통해 구룡마을을 정비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왔다. 2016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한 뒤 SH가 시행자로서 재개발을 추진해온 것. 사업을 추진하면서 기존 1107가구던 거주 세대가 현재 157가구 수준으로 줄었다.

    [땅집고] 2024년 구룡마을 주민들이 마을 입구에 설치한 망루에 서울시와 SH를 대상으로 항의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땅집고] 2024년 구룡마을 주민들이 마을 입구에 설치한 망루에 서울시와 SH를 대상으로 항의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업계에선 아직 구룡마을을 떠나지 않고 버티고 있는 미이주 주민들이 재개발 속도를 늦추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개발 방식과 보상금 문제 등을 놓고 SH와 10년 넘게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시는 재개발 후 짓는 아파트를 임대주택으로 제공해 정착을 도울 예정이었지만, 주민들은 임대 후 분양 전환이 가능한 주택을 달라고 요구하면서 합의점을 찾기 어려웠던 것. 무허가 판자촌인 만큼 주민마다 토지 및 주택 소유권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주민들 요구가 다소 과도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2024년 11월에는 마을 입구에 대형 현수막을 건 망루를 설치하고 SH를 상대로 농성을 벌이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현수막을 보면 원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알 수 있다. 망루에 설치된 4개 현수막에는 각각 “서울시와 SH공사는 구룡마을 주민의 재산권과 생존권을 보장하라”, “무허가 건축물로 인정하고 합당한 이주정책을 마련하라” 등 문구가 적혔다. 이 망루는 약 2년 만인 올해 9월쯤 철거됐다.

    ◇서울시·SH, 내년에는 구룡마을 착공할 것

    [땅집고] SH가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거주민들을 대상으로 공고한 임시이주 신청 안내문. /온라인 커뮤니티
    [땅집고] SH가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거주민들을 대상으로 공고한 임시이주 신청 안내문. /온라인 커뮤니티

    서울시는 2027년 상반기까지는 구룡마을에 남은 주민들 이주를 돕고 하반기에 착공할 계획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재 서울 집값이 오르는 원인 중 하나로 아파트 공급난이 지적되고 있는 만큼, 서울시 입장에서도 새아파트 총 4000여가구 물량을 추가할 수 있는 구룡마을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그동안 소득이 낮은 구룡마을 미이주 주민들을 위해 강남권 20억~40억원대 아파트를 월세 10만원대로 살 수 있는 임시 주택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공고에 따르면 신청 단지별 주택형과 임대료가 강남구에선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용 39㎡ 17만원 ▲디에이치자이개포 44㎡ 19만7200원, 송파구에선 ▲헬리오시티 39㎡ 15만2800원 ▲송파파인타운 2·5·10단지 49㎡ 11만6000원 ▲위례포레샤인23단지 49㎡ 12만8000원 등으로 책정됐다.

    다만 현재 SH가 미이주 주민들을 상대로 명도 소송을 진행 하고 있어, 소송 결과 및 강제 집행 절차를 밟으면서 사업 시기가 다소 조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땅집고] 구룡마을 재개발 완공 후 예상 모습. /SH
    [땅집고] 구룡마을 재개발 완공 후 예상 모습. /SH

    SH에 따르면 앞으로 구룡마을은 재개발을 통해 총 3739가구 규모 새아파트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기존 주민들이 재정착하도록 돕는 통합공공임대주택 1107가구가 포함돼있다. 이 밖에 신혼부부에 공급하는 장기전세주택 '미리내집' 1691가구, 공공·민간 분양주택 941가구 등으로 구성한다. 설계 측면에서는 산자락 경사지인 구룡마을 특성을 고려해 입체 보행로를 만들고, 약 9만㎡ 규모 근린공원을 조성해 구룡산·대모산과 연결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구룡마을이 재개발을 마치면 아파트 한 채당 40억원 가치를 지닐 것이라고 내다본다. 실제로 현재 구룡마을과 맞붙어있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84㎡ 입주권이 올해 7월 37억3000만원, ‘래미안블리스티지’ 84㎡가 같은달 34억원에 각각 거래됐다.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화재 발생 직후 긴급 회의를 열고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신속한 진화를 지시했다. 더불어 마을 인근 숙소 4곳과 중학교 2곳을 이재민 임시 거처로 확보해, 이재민들을 임시 숙소로 대피시켰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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