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10.27 06:00
한 때 290만원 → 120만원대로 급락
중복 상장논란으로 정치인, 전문가의 '공공의 적'
솔리다임 美상장 철회에 주가 반등
30조 추가 주주환원 기대감 확산
[땅집고] SK하이닉스가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의 나스닥 상장을 철회하며 주주 신뢰 회복에 나서고 있다. 중복상장 논란과 주가 하락으로 주주들의 거센 반발뿐 아니라 금융당국·정치권의 비판까지 겹쳐 ‘공공의 적’으로 몰린 데 따른 조치다. 오는 28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대규모 주주환원책을 내놓아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오후 3시 기준 전 거래일보다 0.39% 오른 128만2000원에 거래됐다. 솔리다임 상장 중단을 발표한 지난 23일 4.42% 상승한 데 이어 2거래일 연속 오름세다.
◇ 중복상장 논란…상장 준비 79일 만에 중단
앞서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을 통해 대규모 투자금을 조달하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주주들의 반발이 일었다. 하이닉스는 미국 뉴욕주에 신규 낸드플래시 생산시설을 확보하고 중국 다롄 공장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구상이었다. 증권가에서는 솔리다임이 나스닥 상장으로 최대 150억달러(약 20조원)를 조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기존 주주들은 알짜 사업을 별도 상장하면서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솔리다임 상장이 중복상장 규제에 저촉된다는 판단을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이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해외 자회사 상장에 국내 증권신고서 심사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는 별도의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은 SK하이닉스의 상장 추진이 주주가치 제고를 목표로 하는 이재명 정부 기조에 어긋난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통령은 모든 공적 수단을 동원해 이 상장을 방치한다면 솔리다임 상장일은 국장의 둠스데이가 될 것이고 차후 정경유착 수사 또한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도 "주주의 뜻을 먼저 묻고 주주 권익의 관점에서 솔리다임 상장을 신중히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당시 정치권과 일부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와 SK그룹 밀약설까지 제기했다. SK그룹이 호남 반도체 공장을 설치하는 조건으로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을 허용할 것이라는 음모론이 퍼졌다.
주가하락에다 야당은 물론 여당내에서도 비판론이 나오면서 결국 SK하이닉스는 지난 23일 공시를 통해 솔리다임의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와 기업공개(IPO) 검토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8월 5일 상장 준비 사실이 처음 알려진 지 79일 만이다. 회사는 최근 자본시장 여건과 주가 흐름 등을 고려할 때 IPO가 SK하이닉스와 기존 주주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솔리다임의 성장성에 대한 판단은 유지하면서 다른 자금조달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 291만원→ 120만원 급락…반도체 업황 우려도 겹쳐
앞서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 상장 뿐 아니라 인공지능(AI) 수익성 우려가 겹쳐 단기간 주가 폭락을 겪었다. 지난 9월 30일 177만6000원이던 SK하이닉스 주가는 10월 22일 122만3000원까지 떨어졌다. 약 3주 만에 31.1% 하락했다. 지난 6월 300만원까지 치솟으며 ‘국민주’로 사랑받았지만, 지금은 애물단지 취급받고 있다. 이 기간 글로벌 증시에서는 빅테크의 AI 설비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반도체 업종 전반의 주가가 급락한 데다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기술 추격에 따른 중장기 가격 경쟁 우려도 겹쳤다.
솔리다임 상장 중단 발표에 이어 주가 반등이 나타나자 시장의 관심은 오는 28일 발표할 3분기 실적과 추가 주주환원책에 쏠린다. 하나증권은 SK하이닉스의 3분기 매출액을 99조2000억원, 영업이익을 77조9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06%, 584% 증가한 규모다. 전망대로라면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이다.
반도체 업황 호조에 따른 이익 창출 능력은 여전히 높다. AI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수요가 확대되고 D램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실적 개선 기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잉여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최소 30조원 이상의 추가 환원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현금배당보다는 자사주 매입·소각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 솔리다임 투자금 마련은 숙제…2028년 이후 수요도 변수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 상장을 통해 조달하려던 최대 150억달러의 투자 재원을 다른 방식으로 마련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직접 자금을 투입하거나 차입을 늘릴 경우 HBM 등 첨단 메모리 생산시설 투자와 주주환원에 활용할 수 있는 현금이 줄어들 수 있다.
장기적인 AI 메모리 수요 역시 변수다. 주요 고객사와의 장기 공급계약은 당분간 실적 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이지만 2028년 이후에도 현재와 같은 반도체 호황이 이어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증권가에서는 솔리다임 상장 철회와 3분기 실적 발표가 주가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번 결정은 회사가 구상하는 성장 전략보다 주주가치 제고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역사적 저점에 근접한 밸류에이션과 강화된 주주환원책이 맞물린다면 SK하이닉스의 실효적인 주가 반등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 철회는 중복상장에 따른 할인과 지분 희석 우려를 완화할 수 있는 재료"라면서도 "외부 자본 조달 기회가 줄어들면서 향후 투자자금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sh029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