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10.26 11:30 | 수정 : 2026.10.26 11:33
금융당국, DSR 등 규제 적용 논의…금감원장 “금융위와 협의 중"
은행 대출 막힌 무주택 실수요자 자금조달 부담 커질 우려
[땅집고] “회사에서 직원 복지 차원으로 빌려주는 돈까지 왜 정부가 규제하나요?”
정부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강하게 옥죄는 가운데 삼성전자 임직원에게 제공하는 저금리 사내 주택대출까지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이 기업의 사내대출에도 은행권과 유사한 대출 규제를 적용할 수 있는지 논의를 시작한 것이다.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돈이 줄어든 상황에서 회사가 자체적으로 지원하는 주택 구입자금마저 제한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무주택 직원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한 복지제도까지 규제할 경우 실수요자의 자금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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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기업 사내대출에 대한 규제 검토 상황을 묻는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금융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직 실무선에서만 말씀을 나누고 있다”고 답했다. 금융당국이 기업의 사내대출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금융권 대출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실무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 6월에도 기업 사내대출과 관련해 공익을 위해 일정 부분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송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일반 시민들의 대출규제를 없애든지, 사내대출도 동일선상에서 규제하든지 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검토 결과를 요구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규제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방법론적으로 어떻게 들어갈지 고민해야 한다”며 “삼성은 대출하면서 근저당을 설정하기 때문에 그것 때문에 또 금융기관 대출을 받는 건 없다”고 설명했다. 기업 사내대출이 금융권 규제를 직접 적용받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은행 대출과 중복해 자금을 빌리는 데는 제약이 있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연 1.5%에 최대 5억원…은행 대출 막히자 사내대출 주목
삼성전자는 지난 9월부터 무주택 임직원을 대상으로 연 1.5% 금리로 최대 5억원의 주택 구입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5월 노사 임금협약을 통해 마련한 제도로, 시중 주택담보대출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지원한다.
사내대출은 일반 은행 대출과 달리 금융권에 적용되는 DSR 규제를 직접 받지 않는다. 기업이 자체 자금으로 임직원에게 돈을 빌려주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대출을 실행하면서 주택에 1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한다. 이에 따라 같은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추가 대출을 받기는 쉽지 않다.
은행권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사내대출은 임직원들의 주택 구입자금 마련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 사업장이 밀집한 경기 동탄에서는 지난달 법인 등을 통한 주택담보권 설정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동탄 지역 집합건물의 '그 외 법인' 근저당권자 수는 지난 8월 380명에서 9월 740명으로 94.7%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제1금융권 근저당권자 수는 1193명에서 781명으로 34.5% 감소했다. 은행권 대출이 줄어든 사이 법인 등을 통한 자금조달이 늘어난 것이다.
다만 '그 외 법인'에는 보험사와 저축은행 등 비은행 금융회사도 포함돼 있어 증가분 전체를 삼성전자 사내대출로 볼 수는 없다.
사내대출 규모가 커지면서 금융권 대출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송언석 의원실에 따르면 공공기관 사내대출 규모는 1020억원, 증권사 29곳은 1700억원, 대기업 7곳은 6300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의 경우 최대 5억원의 사내대출 제도 시행으로 1조원이 넘는 자금이 공급될 수 있다는 추정도 나왔다. 다만 이는 실제 대출 실행액이 아닌 예상 규모다.
◇“직원 복지까지 정부가 규제하나”…실수요자 부담 우려
쟁점은 정부가 민간기업의 직원 복지제도까지 규제할 필요가 있느냐다. 삼성전자 사내대출은 금융회사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대출상품이 아니라 회사가 노사 합의를 통해 임직원에게 제공하는 복지 혜택이다.
특히 무주택 직원의 주거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라는 점에서 금융권 대출과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돈이 줄어든 상황에서 사내대출마저 제한하면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직원들의 자금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기업 직원만 저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도 있다. 같은 가격의 주택을 구입하더라도 근무하는 기업에 따라 대출 가능 금액과 이자 부담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다만 기업별 복지 수준의 차이를 이유로 정부가 사내대출을 직접 제한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반론도 나온다.
규제 방식도 풀어야 할 과제다. 기업이 자체 자금으로 직원에게 직접 빌려주는 돈은 금융기관이 취급하는 대출과 성격이 다르다. 금융당국이 사내대출을 DSR 산정에 반영할지, 기업의 대출 한도 자체를 제한할지에 따라 규제 효과와 실수요자 부담도 달라질 수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역시 사내대출에 대한 규제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적용 방식은 고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당국의 논의가 아직 실무 단계에 머물러 있는 만큼 실제 규제 도입 여부와 적용 범위는 정해지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기업 사내대출이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정책과 충돌할 수 있지만, 민간기업의 복지제도까지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처럼 무주택 직원에게 주택 구입자금을 지원하는 제도까지 제한할 경우 가계부채 억제라는 정책 목표와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이라는 취지가 충돌할 수 있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