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10.26 06:00
[땅집고]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한강뷰’ 때문에 법적 갈등을 빚었던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과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최근 법원이 이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조 회장이 신축 중인 주택 공사가 멈춰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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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 따르면 이달 12일 서울행정법원은 이 회장이 서울 용산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건축허가 처분 등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결정에 따라 용산구청은 조 회장의 신축 주택에 내줬던 건축 허가 처분 효력을 2027년 4월 11일까지 정지하기로 했다.
해당 분쟁은 이 회장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보유한 주택과 나대지 맞은편에 있는 땅에 조 회장이 주택을 새로 지으면서 시작됐다.
이 회장은 1994년 매입한 한남동 부지에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 단독주택을 짓고 실거주 중이다. 2015년에는 이 주택 바로 옆에 있는 땅을 추가로 매수한 뒤 10년 넘게 빈 땅으로 두고 있다.
해당 나대지와 약 5m 너비 도로를 사이에 두고 조 회장의 부지가 자리잡고 있다. 이 땅은 조 회장이 1992년부터 보유하다가, 지난해 4월 지하 2층~지상 2층 규모 단독주택을 짓는 건축 허가를 받고 공사를 시작했다.
문제는 조 회장 주택이 완공하면 이 회장이 소유한 나대지에서 한강 쪽을 바라보는 조망이 완전히 막히게 된다는 것. 이 사실을 파악한 이 회장은 올해 5월 조 회장을 비롯해 해당 주택 시공사인 장학건설에 공사 중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지난 7월 법원은 이 회장 땅이 나대지인 만큼 아직 조망권을 고려할 단계는 아니라며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불복한 이 회장은 즉각 항고장을 제출했다.
그런데 이달 12일에는 법원이 이 회장 주장대로 용산구청이 조 회장 주택에 대한 건축허가 집행정지를 받아들이면서 판세가 뒤집혔다. 재판부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효력을 정지할 긴급할 필요가 있음이 소명됐다”면서 “효령 정지로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원은 이 회장이 함께 신청한 용도폐지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더불어 본안 소송인 건축허가 무효확인 소송은 아직 기일이 지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들이 사는 한남동은 재벌가 등 기업인들의 집단 거주지로 유명하다. 국내 4대 그룹 총수는 모두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산다. 2024년 개별주택 공시가격 기준으로 가장 비싼 집은 최태원 SK 회장의 이태원언덕길 단독주택(156억9000만원)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유엔빌리지 자택(105억5500만원)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리움미술관 옆 단독주택(74억9600만원)이 뒤를 이었다. 구광모 LG 회장은 한남더힐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하고 있다. 홍라희 리움 명예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삼성가, 지붕이 연결된 단독주택에 사는 신세계 이명희 총괄회장과 정용진 회장 모자(母子)도 한남동 주민이다. 농심 신씨 일가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허영인 SPC 회장 등도 이웃이다.
재벌들이 한남동을 고집하는 이유는 배산임수(背山臨水) 지형이라 예부터 '재물이 모이는 땅'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또 외국 대사관과 공관이 밀집해 경비가 삼엄하다. 입지적으로 광화문까지 차로 15분 남짓이고, 한남대교만 건너면 강남이다. 강북 도심과 강남 업무지구를 모두 쉽게 오갈 수 있다.
먼저 자리 잡은 자산가 옆으로 다른 재벌가가 모여드는 '집적 효과'도 크다. 한 재계 관계자는 "총수끼리 이웃으로 지내며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라고 말했다.
/leejin0506@chous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