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10.24 06:00
마강래 중앙대 교수 땅집고TV 인터뷰
"다주택자 규제가 전월세 물량 줄였다"
집값 오르는 근본 원인은 수도권 쏠림
재건축하면 공급 늘지만 수요 더 몰려
[땅집고] "집값이 오를 때마다 1기 신도시가 나왔고, 또 오를 때 2기 신도시, 또 오를 때 3기 신도시가 나왔다. 이런 대응은 단기적으로는 집값을 누그러뜨리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수요를 끌어들인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땅집고TV 인터뷰에서 서울 집값이 잡히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5년 전 수도권 주택 문제 해결책을 제시한 ‘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을 펴냈다. 마 교수는 “그때도 집값이 많이 올랐고 지금도 굉장히 많이 오르고 있지만, 상황은 그때보다 더 나쁘다”며 “공급 절벽이 아주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 "다주택자를 때리니 전월세 물량이 사라졌다"
마 교수는 과거 정부가 집값이 오를 때마다 양도세와 보유세를 올려 대응했지만 효과가 없었다고 봤다. 그는 다주택자 규제가 임대차 시장을 위축시키는 이유를 “규제가 강해지면 다주택자는 가진 집 가운데 '덜 좋은 집'부터 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민이 세 들어 살던 집이 매매 시장을 거쳐 자가로 넘어가면 전월세 물량이 줄어드는데 정작 그 집에 살던 세입자는 그 집조차 비싸서 사지 못한다”며 “그곳에 살던 분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는 부작용이 생긴다”고 했다.
마 교수는 "우리나라 임대시장은 거의 대부분 민간이 전세와 월세로 공급해 왔다"며 "다주택자 규제를 강화해도 문제가 없으려면 공공이 임대 물량을 충분히 갖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는 다주택자뿐 아니라 고가 주택을 가졌거나 실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에게도 세금을 무겁게 매기는 세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마 교수는 "고가 주택에 더 높은 세금을 매기는 것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그는 "보유세를 높이려면 거래세를 낮춰야 한다"며 "거래세도 높고 보유세도 높으면 한국은 부동산에 너무 높은 세금을 매기는 나라가 된다"고 말했다.
◇ "공급은 충분하다…다만 수요 대비 부족할 뿐"
재건축·재개발의 공급 효과에 대해 마 교수는 "결론부터 말하면 효과는 있다"고 했다. 과거 정비사업은 기존 주택을 헐고 새로 지어도 순증 물량이 20% 안팎에 그쳤다. 최근에는 용적률을 높여 순증분을 30~40% 수준으로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그는 "서울에는 개발 가용지가 없고, 사람들은 일자리 가까운 좋은 땅을 원한다"며 "결국 방법은 정비사업밖에 없다"고 했다.
문제는 속도와 순서다. 마 교수는 "집값이 너무 올랐다고 10만 호, 15만 호 정비사업을 한꺼번에 진행하면 서울은 난리가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비사업은 이주부터 입주까지 기간이 길다. 그동안 주택 수는 오히려 줄어든다. 게다가 이주민은 아이 학교와 생활 기반 때문에 멀리 가지 못하고 주변 전월세 시장에 머무른다. 그 결과 전월세 가격이 폭등하고, 물량 자체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마 교수는 서울 집값 급등의 근본 원인으로 수도권 쏠림을 꼽았다. 그는 "공급이 충분하면 집값은 이길 수 없다"며 1980년대 말 '주택 200만 호 건설' 사례를 들었다. 김영삼 정부까지 이어진 대량 공급으로 명목 집값은 안정됐고, 실질 가격 기준으로는 10년 가까이 내려갔다는 설명이다.
그는 "공급이 충분하냐 부족하냐를 말할 때는 반드시 '수요 대비'라는 조건이 붙어야 한다"고 했다. 수도권 인구는 해마다 3만~4만 명 수준으로 순증하고 있고, 특히 청년층 유입이 계속되고 있다. 마 교수는 "수도권 공급량 자체는 엄청나게 많다고 본다. 하지만 수요 대비로는 부족하다"며 "수요가 늘어나는 방향을 돌리지 않으면 주택을 아무리 많이 지어도 집값을 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 “2~3년 뒤 공급 절벽 겹친다…GTX는 '바닷물' 처방”
마 교수는 앞으로의 시장을 더 어둡게 봤다. 과거에는 공급이 꾸준히 이뤄졌는데도 수요 증가세가 너무 강해 집값을 잡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는 공급 절벽까지 겹쳤다는 것이다. 그는 “1~3년 뒤 우리가 마주할 미래는 수요 대비 공급이 정말 부족한 상황”이라며 "집값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수도권 공급 확대와 광역교통망 확충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는 급한 불을 끌 수 있다"면서도 장기 효과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서울에 땅이 없으니 집값이 오를 때마다 수도권 외곽에 신도시를 지었다. 2기 신도시에서는 교통이 뒤따르지 못해 긴 통근 시간이 사회 문제가 됐다. 그래서 3기 신도시부터는 '선(先)교통 후(後)입주'로 바뀌었고, 그 대표 사례가 GTX다.
마 교수는 “GTX A·B·C에 이어 D·E·F 얘기가 나오는데, 이대로 두면 Z까지 갈 것”이라고 꼬집었다. 신도시와 교통망이 깔리면 학교와 상업시설 등 인프라가 함께 들어서 수도권은 점점 더 좋은 지역이 된다. 그만큼 지방 인구가 계속 수도권으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그는 "목마른 사람이 당장 바닷물을 마시면 죽지는 않을 것 같지만, 짠물이 더 갈증을 부르는 것과 같다"며 "집값을 잡기 위한 지금의 수도권 대응 방식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sh029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