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10.22 09:41
부동산 개발 시장 AI 혁신 바람
[땅집고] 노르웨이 대표 항만도시인 오슬로 비에르비카. 한때 낡은 창고와 공장이 밀집했던 지역이 현대식 주거·업무·문화시설로 속속 재탄생하고 있다. 이 가운데 바닷가 옆에 들어선 지상 4~8층 9개동짜리 반쿤스텐 아파트가 눈길을 끈다. 노르웨이 건축상을 받을 만큼 설계가 뛰어나지만 디벨로퍼와 건설사들은 다른 점에 주목한다. 바로 인공지능(AI)이다. 이 아파트는 AI를 활용해 공사 기간을 당초 계획보다 100일 이상 줄였기 때문이다.
시공사인 AF그루펜은 4개월에 걸쳐 수립한 공사 일정을 AI 공정 계획 도구인 ‘앨리스’(ALICE)를 활용해 재검토했다. 그 결과, AI가 단 4일 만에 새로운 대안 300개를 도출했다. 작업반 규모와 인력 투입 순서, 거푸집 재사용 가능 여부 등 각종 조건을 변경하며 공정별 비용 변화를 계산한 것. 대안을 7개로 압축한 끝에 다시 최종안을 적용했고, 공기를 500일에서 396일로 104일 단축했다. 당초 5억6000만달러(약 7500억원)로 추산되던 사업비도 공기 단축으로 15%쯤 아꼈다.
◇AI로 설계…공정 대안까지 도출
최근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개발 시장에도 AI를 활용한 혁신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아직 AI가 기존 인력이나 업무를 완전 대체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개발 사업지 선정부터 인허가 검토, 설계, 시공, 마케팅, 관리운영 등 개발 전 단계에서 활용도가 빠르게 높아지면서 업무 효율성과 수익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외국에선 이미 AI를 적용해 부동산 개발 사업성을 끌어올린 사례가 적지 않다. 덴마크 디벨로퍼인 NERP(어반파트너스)는 코펜하겐 외레스타드에 2024년 준공한 ‘UN17 빌리지’ 개발 초기 단계부터 AI를 활용했다. AI 기반 설계 도구인 ‘스페이스메이커’를 통해 사업 부지와 주변 환경을 3차원으로 구현한 설계안을 여럿 만든 뒤, 주거 단지로서 최적의 햇빛·채광·바람·소음 등 조건을 갖춘 대안을 찾아낸 것. 그동안 건축사가 짧게는 수개월에서 1년 넘게 진행하던 설계 작업을 AI로 빠르게 해낸 것이다.
☞클릭 몇 번으로 개발사업 검토? AI로 사업성부터 인허가까지
미국 빌드그룹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업무용 빌딩과 주차장 부지를 복합시설로 전환하는 ‘5M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AI 공정 계획 도구인 앨리스로 수백만달러를 절감했다. 빌드그룹 측은 “불과 반나절만에 AI가 수백 개 공정 대안을 만들었고, 우리는 최적안을 실행해 공기 단축과 사업비 절감에 성공했다”고 했다.
◇국내 디벨로퍼도 AI 활용 본격화
국내에선 AI를 도입해 사업성 검토부터 완공까지 해낸 프로젝트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사업성 검토·도시계획 컨설팅 등 여러 분야에서 AI 활용이 본격화되고 있다.
30여년간 상업시설 개발에 잔뼈가 굵은 강정구 GRE파트너스 대표는 최근 AI를 활용해 경기 고양시 대형 쇼핑몰 컨버전(용도 전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쇼핑몰 운영사로부터 건네받은 건물 도면과 임대료 자료를 분석해 최적의 개발 방향을 찾는 중이다. 그동안 외부 업체에 맡겼던 조감도·투시도 등 시각 자료도 AI로 자체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동안 개발 사업 과정에서 엑셀 문서를 분석하느라 수많은 인력과 시간을 할애했다”면서 “AI를 활용해 수억원대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고 했다.
AI 조망 분석 기업인 텐일레븐은 AI로 아파트 배치와 층수를 조정해 일조 조건을 맞추고, 공급 가구 수를 늘리는 서비스를 내놨다. 텐일레븐 관계자는 “법규·용적률·일조량 등을 고려한 단지 배치안을 만들어 30분 안에 2000가구 규모 아파트 사업성 검토가 가능하다”고 했다.
국토비전컨설팅은 AI로 민간도심복합개발사업 대상지 선정 여부를 손쉽게 판별하는 서비스 ‘도심복’을 개발했다. 데이터 테크기업 빅밸류는 부동산 데이터를 공간 단위로 연결·분석하고, 이를 AI와 결합한 ‘AI 레디 데이터’로 만들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개발 가능지 발굴 사업 등에 적용했다. 임진무 빅밸류 수석은 “이제 부동산업 종사자도 개발 최적안을 도출하고 시간·비용을 절약하려면 AI 활용 능력은 필수”라며 “현재 업무에 AI를 어떤 방식으로 도입할지 감각을 익혀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
땅집고 아카데미가 다음달 AI를 활용한 부동산 개발과 관리운영 노하우를 알려주는 원데이 클래스를 연다. 부동산·건설업계 종사자가 AI로 할 수 있는 부동산 PM과 FM 업무를 실제 사례를 통해 제시하는 실전형 강의다. 건설사·자산운용사·신탁사 등 부동산 관련 기업 담당자와 자산관리 효율화가 필요한 개인 자산가도 수강 대상이다.
☞AI ×Real Estate, 부동산 개발의 새로운 전략
다음달 13·17·18일 사흘 동안 매일 1개씩 총 3개 과정을 진행한다. 11월 13일 PM 과정에서는 AI를 통해 부동산 개발계획·사업성 검토, 인허가·도시계획 등을 검증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11월 17일 진행하는 PM 워크숍은 AI로 실제 개발 사업을 검토하고 기획하는 전 과정을 하루 만에 끝내는 실습형 과정이다. 11월 18일 열리는 FM 과정에선 건물 설비, 에너지 최적화, 통합관제, 주차 수익화 등 건물 운영 전반에 걸친 AI 활용 전략과 방법을 알아본다.
수강료는 과정당 45만원이며 2개 이상 신청하면 할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