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10.22 09:30
시행사·시공사·분양대행사 역할 달라
유명 건설사 간판보다 계약서
대법원 "무권리자 소유권보존등기 무효"
[땅집고] 수억원을 들여 상가를 분양받으려는 투자자라면 광고에 등장하는 유명 건설사 이름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계약서에 적힌 분양계약 상대방이 누구인지, 분양대금은 어느 계좌로 보내야 하는지, 사업에 문제가 생겼을 때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다.
상가 분양 현장에서는 유명 건설사의 브랜드와 신탁사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의 안정성을 강조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건물을 짓는 회사와 분양사업을 추진하는 회사, 분양대금을 관리하는 회사는 서로 다를 수 있다. 브랜드가 알려진 건설사가 시공에 참여한다고 해서 분양계약에 따른 모든 책임까지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수억원 이상이 오가는 상가 분양 시장에서 계약서 도장을 찍기 전 투자자가 반드시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누구와 계약하는가 ▲내 돈은 누구에게 입금되는가 ▲문제가 터지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등 세 가지다.
상가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회사 이름이 아니라 각 회사가 맡은 역할과 실제로 부담하는 책임이다. 상가 투자 초보자가 회사 이름보다 각 주체의 법적 권한과 책임을 먼저 파악해야 하는 이유다.
◇유명 건설사 이름 있어도 분양 책임은 별개
시공사는 공사도급계약에 따라 건물을 짓는 회사다. 시공사의 실적과 재무건전성은 공사의 품질과 사업 진행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참고할 요소다. 다만 시공사가 참여한다는 사실만으로 분양대금 반환이나 임대수익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사업을 기획하고 토지를 확보하며 자금을 조달하는 시행사는 별도로 존재할 수 있다. 분양 현장에서 상담과 광고를 담당하는 분양대행사도 마찬가지다. 상담직원이 설명한 예상 임대료나 주변 개발계획이 실제 계약상 보장과 일치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특히 임대수익 보장이나 특정 업체의 입점 약속이 투자 판단의 근거라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누가 해당 약속을 했는지, 그 회사가 약속을 이행할 권한이 있는지, 약속이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구두 설명이나 홍보자료만으로는 실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책임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신탁사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책임 범위
신탁에서는 위탁자와 수탁자의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위탁자는 재산을 신탁하는 주체이고, 수탁자는 신탁 목적에 따라 재산을 관리하거나 처분하는 주체다. 부동산 개발에서 토지소유자 또는 시행사가 위탁자가 되고 신탁회사가 수탁사로 참여하는 구조가 많다. 신탁사는 회사의 명칭이고 수탁자는 신탁관계에서의 법적 지위라는 점이다. 신탁회사는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 관리나 처분, 자금 집행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위탁사’라는 표현도 문맥을 살펴야 한다. 신탁의 위탁자인 회사를 뜻할 수도 있고, 특정 업무를 다른 업체에 맡기는 회사를 가리킬 수도 있다. 또 하나의 회사가 시행사이면서 위탁자일 수도 있다. 따라서 명칭만으로 법적 지위를 단정하지 말고 계약서와 관련 서류에서 회사의 권한을 파악해야 한다.
신탁회사의 역할도 신탁 유형과 계약 내용에 따라 상이하다. 신탁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준공이나 투자수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등기상 소유자가 신탁회사라면 신탁원부 등을 통해 신탁 목적과 처분 권한을 살피고, 분양계약에서 신탁사가 부담하는 의무와 책임 범위를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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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부에 이름 있다고 권리까지 완벽한 건 아니다
등기부등본은 부동산 거래의 기본적인 확인 자료지만, 등기명의만으로 실제 권리관계가 언제나 완벽하게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2022년 12월 29일 선고한 2019다272275 판결에서 적법한 권리 없이 이뤄진 소유권보존등기와 이를 기초로 한 후속 등기는 실제 권리관계에 부합하는 등 예외적인 사정이 없다면 무효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등기부에 이름이 올라 있다는 사실만으로 정당한 소유권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이 판결이 신탁상가 분양 사건을 직접 다룬 것은 아니다. 다만 등기명의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권리 취득 경위와 처분 권한까지 살펴야 한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상가 계약 전에는 분양계약의 상대방과 분양대금 수납 주체, 신탁사의 역할과 책임, 토지의 소유관계 및 근저당권 등 권리 제한 사항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임대수익 보장이나 입점 약속이 있다면 이를 실제로 이행할 주체와 계약상 근거도 따져봐야 한다. 수익률 전망은 투자자를 끌어들이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은 계약서와 실제 권리관계다. /글=권강수 상가의신 대표, 정리=강시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