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10.22 06:00
한남2구역 등 핵심 정비사업장서 새 브랜드 요구
출시 12년, 비강남권까지 적용하며 희소성 약화
삼성물산에 강남 수주전 패배…새 써밋 첫 적용도 무산
[땅집고] 대우건설이 2014년 선보인 고급 아파트 브랜드 ‘써밋(SUMMIT)’이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서 퇴짜를 맞고 있다.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하이엔드 브랜드를 내놓으면서 차별성이 약해진 데다, 써밋 역시 비강남권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면서 고급 브랜드로서의 희소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남과 용산 등 핵심 지역 정비사업 조합들은 기존 써밋보다 한 단계 높은 새 브랜드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반 아파트 브랜드인 ‘푸르지오’와 차별화하기 위해 도입한 써밋이 정작 최상급지에서는 외면받는 처지가 된 것이다.
◇한남2구역 “써밋 말고 새 브랜드 달라”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 6월 시공사인 대우건설에 기존 써밋 대신 새로운 최고급 브랜드를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남2구역에서만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합은 지난달 대우건설에 공문을 보내 9월 30일까지 관련 입장을 회신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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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2구역은 용산구 보광동 일대를 재개발하는 사업으로, 한남뉴타운에서도 입지가 우수한 곳으로 꼽힌다. 대우건설은 2022년 시공권을 확보하면서 써밋을 적용한 고급 주거단지 조성을 약속했다. 하지만 조합에서는 기존 써밋만으로는 한남2구역의 입지와 위상을 충분히 드러내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요구는 다른 정비사업장에서도 나오고 있다.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와 양천구 목동8단지에서도 기존 써밋과 차별화된 브랜드를 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집값이 비싼 핵심 지역의 조합들이 다른 단지와 같은 브랜드를 사용하는 대신 해당 단지만의 독자적인 이름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 같은 요구가 잇따르는 배경에는 써밋의 브랜드 희소성이 약화된 점이 꼽힌다. 대우건설은 2014년 일반 아파트에 적용하는 푸르지오보다 한 단계 높은 브랜드로 써밋을 출시했다. 초기에는 서울 서초구와 용산구, 경기 과천시 등 인기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적용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비사업 수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서울 비강남권 재개발 사업에도 써밋을 잇달아 적용하고 있다. 동작구 흑석11구역과 노량진5구역, 영등포구 신길10구역 등이 대표적이다. 강동구 천호 A1-1구역에는 공공재개발 사업 최초로 써밋을 적용하기로 했다. 대우건설이 수주를 위해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극 활용하면서 써밋 적용 사업장이 서울 곳곳으로 늘어난 것이다. 고급 브랜드의 적용 범위를 넓힌 수주 전략이 오히려 브랜드 희소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건설업계에서는 하이엔드 브랜드가 잇달아 등장한 데다 써밋 적용 단지까지 늘면서 고급 브랜드로서 차별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강남과 용산 등 초고가 주거지역에서는 기존 하이엔드 브랜드를 넘어서는 별도의 최상위 브랜드를 요구하는 분위기다.
◇삼성물산에 강남 수주전 패배…새 써밋 첫 적용도 무산
대우건설로서는 지난해 강남구 개포우성7차 재건축 수주전에서 삼성물산에 패한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출시 11년 만에 써밋 브랜드를 전면 개편하고 개포우성7차에 ‘써밋 프라니티’를 제안했다. 리뉴얼한 써밋을 강남에 처음 적용해 고급 주거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지겠다는 구상이었다. 대우건설은 파격적인 금융 조건과 특화 설계 등을 내세워 수주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지난해 8월 23일 열린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삼성물산이 403표를 얻어 335표에 그친 대우건설을 68표 차이로 제쳤다. 삼성물산이 ‘래미안 루미원’을 앞세워 승리하면서 대우건설은 강남 핵심 재건축 사업장 확보는 물론, 새롭게 단장한 써밋 브랜드를 선보일 기회까지 놓쳤다. 특히 2020년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수주전에서 삼성물산에 패한 데 이어 5년 만의 강남권 맞대결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경쟁 건설사와 브랜드 이름이 겹치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호반건설 역시 ‘호반써밋’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두 브랜드 모두 ‘써밋’이라는 명칭을 쓰면서 대우건설만의 독자적인 고급 브랜드라는 인식이 약해졌다는 지적이다. 호반건설은 최근 호반써밋 브랜드를 새롭게 단장하고 상위 주거상품인 ‘호반써밋 에디션’을 도입하는 등 고급화에 나섰다.
건설업계에서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앞세운 정비사업 수주 경쟁이 오히려 브랜드 희소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사들이 수주를 위해 고급 브랜드 적용을 확대할수록 브랜드 간 차별성이 약해지고, 강남 등 핵심 지역 조합들은 다시 그보다 높은 등급의 브랜드를 요구하는 구조다.
대우건설은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방안까지 열어두고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방안까지 포함해 조합의 다양한 요구를 열린 자세로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신규 브랜드 출시 여부나 구체적인 적용 계획은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