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10.21 06:00
국감서 정상혁 신한은행장에 질타 집중
'내부통제 우수'로 2년 연속 성과급 4억
미지급 주식 53억, "환수 입법 추진"
임기 만료 앞 "연임 논할 자격 없다" 직격
[땅집고]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해 최근 은행권 해킹 사태와 관련한 집중 질타를 받았다. 신한은행은 이번 연쇄 해킹으로 가장 많은 고객 정보 유출이 일어났는데 정 행장은 2년 연속 '내부통제' 성과를 이유로 성과급을 받은데다 약 53억원어치 주식 보상도 남아 있다. 정 행장은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은행 통합 이후 첫 3연임에 도전하는 상황이었으나 국감을 계기로 거취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피해 1위·인지 15시간…”유출 확인한 고객은 22%”
국회 정무위원회는 19일 금융감독원 국감에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을 증인으로 불렀다. 5대 은행장이 함께 국감에 선 것은 2022년 이후 4년 만이다.
신한은행은 외부 대출모집인용 조회 서비스가 뚫리면서 고객 2만5729명의 이름, 전화번호, 연소득, 대출 정보 등을 유출했다. 국민은행(119명)과 하나은행(89명)의 피해를 합친 것보다 100배 이상 많았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신한은행이 이상 징후를 인지하기까지 15시간26분이 걸리며 그 사이 공격이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사후 대응도 비판을 받았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이번 사태 관련 본인 정보의 유출 여부를 직접 조회한 고객은 5682명, 약 22%에 불과하다. 피해 사실을 모르는 고객이 대다수인 상황에서 보이스피싱 같은 2차 피해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피해는 1등인데 보안 예산 규모는 꼴찌"라고 지적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와 올해 중국에서 두 차례 해킹 피해를 입어 현지 당국의 과태료를 물었고, 멕시코에서도 제재를 받았다. 경고 신호가 여러 번 있었는데도 대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정 행장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미흡한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며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정보보호 투자를 하겠다"고 답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의 질의에는 "고객 과실 여부를 떠나 2만5000여명에 대해 일단 전액 보상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지만, 향후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의 구체적인 배상 범위는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다.
◇’내부통제'로 성과급 받고…미지급 주식 53억원
정 행장이 받은 거액의 성과급도 도마에 올랐다. 공시에 따르면 정 행장은 올해 1분기 2025년도분 연간 성과급 4억원을 받았다. 산정 사유는 '지속가능한 신뢰 확립을 위한 내부통제'였다. 지난해 1분기에 받은 2024년도분 성과급 4억원도 사유가 내부통제였다. 6월 말 기준 정 행장의 미지급 성과연동주식은 5만4761주로 당시 주가 기준 약 53억원이다. 이 주식은 앞으로의 성과와 조건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지는 이연 보상이어서, 이번 사고를 반영해 깎거나 환수할 여지가 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책임을 통감한다'는 말만으로는 책임을 진 것이 아니다”라며 "최종 책임자인 은행장이 법에 규정된 처벌을 받고, 받을 성과급은 기준대로 환수하고, 회사에 끼친 손해는 배상하게 하는 것이 책임을 지는 방식"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이번 사고를 "구조적 내부통제 실패"로 규정하며 실효성 있는 성과급 환수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클로백(성과급 환수) 제도를 지배구조 개선법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어, 신한은행 사태가 성과급 환수 법제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감원은 신한은행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행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은 대표이사가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위반하면 금융위가 해임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금감원 검사 결과와 신한은행 내부 보수규정에 따라 미지급 성과보수의 재산정·삭감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이찬진 금감원장 역시 이날 이번 해킹 사태와 관련 "최초로 최고경영자(CEO)의 책임 문제가 다뤄지는 사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임 논할 자격 없다"…통합 이후 첫 3연임 도전에 제동
국감 후반부는 정 행장의 거취 문제로 옮겨갔다. 한창민 의원은 "고객정보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내부통제 관리 책임도 미흡한 행장이라면 연임을 논할 자격이 없다"고 직격했다. 연임 의사를 묻는 질문에 정 행장은 "지금 당장은 그 부분은 생각해 보지 않았다"며 "피해자 구제와 재발 방지 대책에 전념하고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차기 행장 선임 절차에 대해서는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했다.
정 행장은 2023년 2월 취임해 2024년 말 연임에 성공했다. 당시 신한금융은 관례인 ‘1년 추가 임기' 대신 이례적으로 2년을 부여했다. 연임 추천 사유 가운데 하나가 '금융권 최초 책무구조도 제출' 등 내부통제 강화 노력이었다. 그 내부통제가 이번에 무너지면서 연임의 명분이 뿌리째 흔들리게 됐다. 앞서 그는 2006년 통합 신한은행 출범 이후 처음으로 3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관측됐다. 김현정 의원은 "신한투자증권 대표는 1357억원 손실 사고로 물러났는데, 수만 건의 고객정보가 유출된 은행의 최종 책임자는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책임을 묻기도 전에 다음 은행장을 정하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sh029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