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10.20 09:34
[땅집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의 주택공급 부족 원인으로 박원순 전 시장 재임 당시 정비구역 해제를 지목했다. 재개발·재건축에 최대 21년이 걸리는 만큼 과거 정책의 여파가 현재 공급 실적에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전월세시장 불안까지 겹치면서 내년 초까지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19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오 시장 취임 전후 서울의 주택공급 실적, 강남과 비강남 지역 간 격차 등을 지적했다. 장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강남 3구의 월평균 준공 물량은 11.5% 증가했지만, 나머지 22개 자치구에서는 43% 감소했다. 인허가 물량도 강남 3구에서 5.3%, 나머지 22개 자치구에서 14.5% 각각 줄었다.
그러자 오 시장은 비강남권 공급 감소의 배경으로 박 전 시장 재임 당시 정비구역 해제를 꼽으며 이같이 반박했다. 당시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 389곳이 해제되면서 약 43만가구의 잠재적 공급 기반이 사라졌다는 주장이다. 해제 지역 상당수가 강북에 집중돼 이후 인허가와 착공, 준공 물량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씨앗을 뿌려 놓고 줄기가 올라오는 시점에 박 시장님께 넘어갔는데, 그 뿌린 씨앗이 줄기가 돼 올라오는 걸 전부 뿌리 뽑아 놓고 제초제까지 뿌려 놓고 가셨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다시 돌아와 또다시 밭을 일구고 씨앗을 뿌리고 줄기가 올라오는 단계”라며 “지금 진행되고 있는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이 계속 진행되려면 정부가 비료도 주고 함께 잡초도 뽑아 주셔야 한다”고 요청했다.
오 시장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빠르면 12년, 늦으면 21년까지 걸린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현재의 준공 실적은 현직 시장뿐 아니라 과거 정비사업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받는다는 취지다. 그는 박 전 시장 재임 당시 완공된 주택의 인허가 가운데 70% 이상이 자신의 첫 번째 시장 재임 기간에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공급 실적과 정책 결정 사이의 시차를 부각했다.
아울러 오 시장은 과거 정비구역 해제로 줄어든 공급 기반을 다시 확충하고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충분하고 지속적인 공급이 주거 불안을 낮추는 출발점”이라며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정비사업 추진 속도를 높여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1만5000호가 실제 착공에 들어갔고 모아주택도 지난 8월 첫 준공의 결실을 맺었다”며 “그동안 꾸준히 다져온 공급 기반이 이제 비로소 착공과 입주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월세난에 내년 초까지 집값 우상향”… 토허제 해제 책임 공방도
오 시장은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이 정부 관계자들의 집값 안정 전망에 대한 의견을 묻자 서울 집값이 내년 초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전세 물량 부족과 월세 상승이 매수 수요를 자극하면서 서울 외곽지역의 집값 상승세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지금 서울에 전세 물량이 고갈돼 있고 전세도 월세도 오르고 있다”며 “굳이 집을 살 필요가 없는 분들조차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가수요에 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월세시장 불안으로 임차 수요 일부가 매매시장에 유입되면서 주택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날 국감에서는 지난해 2월 서울시가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결정을 두고도 공방이 벌어졌다. 장 의원은 서울시가 시장 불안 신호를 확인하고도 잠실·삼성·대치·청담동 일대 규제를 해제했다고 비판했다. 해제 전후 35일간 강남 3구와 용산구의 아파트 거래량이 1106건에서 3209건으로 약 2.9배 증가했다는 자료도 제시했다. 거래금액 역시 2조6000억원에서 7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오 시장은 규제 해제 당시 주택시장이 침체 국면에 있었다고 반박했다. 2024년 12월부터 주택시장 지표가 하락했고 한국은행과 주요 금융기관에서도 시장 침체에 대응할 필요성을 제기하던 시기였다는 설명이다. 당시 주택시장이 이미 상승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규제를 해제했다는 지적은 관련 지표와 맞지 않는다고 맞섰다. /chan2@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