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10.20 06:00
신세계 강남점 주차장 갇히고 반포IC 마비
반포 대단지 입주까지 겹쳐 병목 심화
서울시 "아직 터미널 규모 검토 단계"
연내 사전협상 사실상 무산
[땅집고] “차를 빼는 데만 5시간이 걸렸다.”
18일 저녁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고속터미널 일대가 사실상 교통 마비 상태에 빠졌다.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백화점 지하주차장에서는 차량들이 수시간 동안 꼼짝 못 했고, 고속버스터미널 앞과 반포IC 일대 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상습 정체 지역으로 꼽히던 고속터미널 일대가 반포 신축 대단지 입주까지 겹치며 교통 수용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신세계 강남점 출차 대란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고속터미널 일대 교통체계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1975년 지어진 노후 고속버스터미널을 지하화하고 지상 교통체계를 재편하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복합개발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올해 마무리를 목표로 했던 서울시와 신세계의 사전협상은 사실상 연내 타결이 어려워졌고, 협상 종료 시점은 내년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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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갇히고 도로는 멈췄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이날 오후 5시쯤부터 차량 출차를 제한했다. 백화점 측은 주변 도로 정체가 극심해 차량 이동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추가 주차요금을 받지 않고 다음 날까지 출차를 허용했다.
서울성모병원 앞 반포대교 방면과 고속버스터미널 앞 반포IC 방향 도로에는 차량들이 제자리에서 멈춰 섰고, 삼호가든맨션 아파트 앞 사거리에서는 차량이 뒤엉키며 교차로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고속버스 이용객들 역시 극심한 정체로 터미널 접근과 이동에 불편을 겪었다.
고속터미널 일대는 평소에도 서울 대표적인 상습 정체 구간으로 꼽힌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센트럴시티, 고속버스터미널, 서울성모병원이 한곳에 몰려 있는데다 최근에는 메이플자이와 래미안 원베일리 등 반포 일대 대단지 아파트 입주가 이어지면서 유동인구와 차량 유입이 크게 늘었다. 향후 추가 입주와 상업시설 이용객 증가까지 고려하면 병목 현상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반포동 일대에선 올해 8월 반포주공1단지 3주구를 재건축한 래미안트리니원(2091가구)이 입주를 마쳤고, 총 5007가구로 재건축하는 디에이치 반포124도 내년 말 입주를 앞두고 있다.
◇14만㎡ 복합개발 “버스는 지하로, 지상 교통량 줄인다”
해법으로 거론되는 사업이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복합개발이다. 신세계센트럴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이 소유한 14만6260㎡ 부지를 대상으로 추진하는 이 사업은 1975년 조성된 경부·영동·호남선 터미널을 지하에서 통합·현대화하고, 지상에는 최소 60층 규모의 업무·상업·주거시설을 조성하는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다. 공공기여 규모만 약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하 터미널에서 지상으로 직접 연결되는 버스 진출입 차로를 새로 만들고, 현재 지상에서 뒤엉키는 버스 동선을 분산시켜 지상부 교통량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주변 도로체계도 함께 손질해 터미널 일대 병목을 완화하는 것이 목표다. 반포동에 거주하는 이모씨는 “반포에 신축 아파트가 잇따라 들어서고 있는 상황에 백화점 등 상업시설 이용객 증가가 이어지는 만큼, 복합개발과 연계한 교통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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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올해는 어렵다…내년 협상 마무리”
하지만 사업 속도는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전협상은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올해 안에 마무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중 협상을 마무리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전협상은 서울시가 5000㎡ 이상 대규모 개발사업에서 용도지역 상향 등을 검토하는 대신 개발이익에 따른 공공기여 규모와 개발계획을 사업자와 조율하는 절차다. 당초 서울시와 신세계센트럴은 올해 안에 협상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실무 협의를 진행해 왔다.
현재 가장 큰 변수는 터미널의 적정 규모다. 서울시는 관련 용역을 통해 향후 필요한 터미널 규모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 결과가 나와야 잔여 부지의 개발 밀도와 교통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터미널 규모가 확정돼야 복합개발 밀도를 산정할 수 있고, 그에 맞는 교통계획도 수립할 수 있다”며 “교통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교통 개선 방안도 함께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