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10.20 06:00
[땅집고] 경기 안양시 평촌신도시에서 2590가구 규모의 통합재건축을 추진하는 민백지구가 상가 소유주들과의 갈등으로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아파트 소유자는 1300여명인 반면 상가 소유주는 34명으로 전체의 약 2.5%에 불과하다. 상가 측은 재건축 과정에서 재산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사업시행자 지정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상가 소유주들은 신속한 재건축을 위해 도입한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이 오히려 소수 소유주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2590가구 재건축 속도 내는데…상가 소유주 34명은 소송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민백A-18구역은 꿈마을 우성·동아·건영 등 4개 단지를 통합해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1993~1994년 준공한 기존 1376가구를 허물고 최고 49층, 2590가구 규모의 새 아파트를 짓는다. 지난해 12월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됐으며 올해 4월 한국자산신탁이 사업시행자로 지정됐다.
사업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상가 소유주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재건축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재건축 이후 아파트 분양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마련해 달라는 입장이다. 상가주위원회가 안양시에 제출한 탄원서에 따르면 상가 소유주의 95%가 재건축 후 아파트 분양을 희망하고 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상가를 재건축 사업에서 제외해 달라고 주장한다. 경기도 안양시 민백지구 상가주위원장은 땅집고에 “우리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재산권과 관련된 독립정산제와 산정비율 0.1을 시행 규정에 반영해 달라는 것이 우선 목적”이라고 말했다.
◇상가 측 “산정비율 0.1 적용해야”…아파트 측 “일방 손실 안 돼”
갈등의 핵심은 상가 소유주들의 아파트 분양 여부다. 재건축에서는 원칙적으로 상가 소유주에게 새 상가를 공급하지만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도 있다. 이때 중요한 기준이 '산정비율'이다. 예를 들어 기존 상가 권리가액이 3억원이고 새 아파트 최소 분양가가 15억원이라면 산정비율이 1일 때는 아파트 분양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반면 산정비율을 0.1로 낮추면 기준금액이 1억5000만원으로 내려가 아파트 분양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생긴다. 다만 산정비율을 낮춘다고 자동으로 아파트 입주권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상가 측은 산정비율 0.1 적용과 함께 아파트와 상가의 사업 수익 및 비용을 구분하는 독립정산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재건축을 추진하는 정비사업위원회는 무조건적인 수용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비사업위원회 관계자는 “어느 일방의 손실을 전제로 다른 형태의 소유주에게 이익을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상가 측 요구에 대해서는 법적 요건을 검토한 뒤 토지등 소유자 전체회의 안건으로 상정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상가 소유주들과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상가와 아파트 소유주 모두의 권익을 보호하고 전체 소유주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상생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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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속도 높인 특별법이 갈등 원인…안양시 중재도 불발
갈등의 배경에는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이른바 '노특법'이 있다. 일반적인 재건축은 조합 설립 과정에서 상가 등 복리시설 소유주들의 별도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민백지구 사업시행자 지정 당시 노특법은 전체 토지 등 소유자 과반수 동의만 요구했다. 상가 소유주들의 별도 동의 없이도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올해 8월 개정법 시행으로 주택단지별 동의 요건이 추가됐지만, 상가 소유주들의 별도 동의를 요구하는 규정은 마련되지 않았다. 상가 측은 아파트 소유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구조에서 자신들의 의견이 사실상 배제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안양시는 올해 1월 상가 측 민원에 대해 상가 배치도는 확정된 설계가 아니며, 재산평가와 재정착 대책 등은 향후 사업시행인가 및 관리처분계획 단계에서 구체화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상가 소유주들은 지난 5월 사업시행자 지정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안양시가 9월 양측의 협의 자리를 마련해 중재에 나섰지만 합의하지 못했고, 법적 분쟁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갈등은 여러 단지를 하나로 묶는 통합재건축에서 소수 소유주의 재산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보여주는 사례다. 재건축 속도를 높이는 것만큼 이해관계가 다른 소유주들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도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tmga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