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10.19 06:00
양지마을 42㎡ 17억 매매 약정…시범단지 35㎡도 14억원 거래
국민평형 23억원에 매입 부담 커져…소형 아파트로 매수세 집중
선도지구 재건축 기대감 기정사실화…미래 신축 가치 집값에 선반영
[땅집고] 경기 성남시 분당 일대에서 소형 구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지은 지 30년이 넘은 아파트가 3.3㎡(1평)당 1억원을 넘어서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향후 신축 아파트로 탈바꿈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데다, 중대형보다 상대적으로 매입 부담이 적은 소형 아파트에 매수세가 집중된 영향이다. 특히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의 매매가격이 20억원을 훌쩍 넘어서면서 분당 진입을 원하는 수요자들이 소형 아파트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양지마을 5단지 한양아파트 전용면적 42.56㎡ 매물이 최근 17억원에 매매 약정이 체결됐다. 전용면적 기준 평당 약 1억3200만원에 달하는 가격이다. 1992년 준공한 이 단지는 올해로 입주 34년 차를 맞았다. 매매 약정이 정식 계약으로 이어질 경우 해당 주택형의 종전 신고가를 크게 웃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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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의 또 다른 재건축 선도지구인 서현동 시범단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범단지 한양아파트 전용 35.1㎡는 지난 8월 14억원에 거래됐다. 평당 약 1억3200만원이다. 두 단지 모두 준공된 지 3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지만 전용면적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서울 핵심지역 고가 아파트에 버금가는 가격을 형성한 셈이다.
◇국민평형 23억원까지 치솟자…소형 아파트로 매수세 몰려
분당에서 소형 아파트에 매수세가 몰리는 이유 중 하나는 중대형 아파트의 가격이 크게 올라 매입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양지마을 5단지 한양아파트 전용 84.9㎡는 최근 23억원에 거래됐다. 분당에 새롭게 진입하려는 매수자 입장에서는 국민평형보다 초기 자금 부담이 작은 소형 아파트를 선택할 유인이 커진 것이다.
정부의 대출 규제 기조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에 따라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1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원이지만,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으로 줄어든다. 25억원을 초과하면 한도는 2억원까지 낮아진다. 이에 따라 15억원 이하 소형 아파트는 고가 중대형보다 대출 한도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다만 실제 대출 가능액은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에 따라 달라진다.
◇재건축 본궤도에 미래가치 선반영…역세권 선호 뚜렷
분당 선도지구 일대에서 소형 구축 아파트 가격이 치솟는 가장 큰 이유는 재건축이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면서 향후 신축 아파트로 탈바꿈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분당 선도지구 1만3574가구가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데 이어 9월에도 1만3429가구 규모의 추가 지정이 진행됐다. 그동안 기대감에 머물렀던 재건축이 실제 행정 절차에 진입하면서 미래 신축 아파트의 가치가 현재 매매가격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매수자들은 기존 아파트 주거 환경보다 재건축 이후 입지와 신축 가치를 중요하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분당은 신분당선 등을 통한 강남 접근성이 뛰어나고 판교테크노밸리와 가까워 직주근접 수요가 풍부하다. 학군과 상업시설 등 생활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어 재건축 이후에도 높은 주거 선호도가 유지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가격 상승세는 선도지구를 넘어 분당 외곽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야탑동 매화마을 3단지 전용 49㎡는 10억5000만원, 금곡동 청솔주공 9단지 전용 36㎡는 11억3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신고가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1년간 분당 아파트값 상승률은 29.5%에 달해 서울·경기 지역에서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추가분담금·사업 지연 변수…단지별 가격 차별화 가능성
다만 소형 구축 아파트의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재건축 이후 수익성은 기존 주택의 면적뿐 아니라 대지지분과 용적률, 일반분양 물량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소형 아파트는 중대형보다 대지지분이 작은 경우가 많아 재건축 이후 넓은 평형을 배정받으려면 상당한 추가분담금을 부담해야 할 수 있다.
특히 분당의 노후 아파트가 한꺼번에 재건축을 추진하기 어려운 만큼 향후 사업 추진 순서와 속도에 따라 단지별 가격 차별화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공사비 상승과 사업 지연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현재 매매가격에 반영된 재건축 기대감이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분당구 백현동 박정진 판교 다올공인중개사 대표는 "분당은 재건축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면서 기대감이 이미 가격에 반영돼 있다"며 "국민평형은 20억원을 넘어 진입 부담이 커진 만큼 소형 아파트에 매수세가 몰리고 있으며, 특히 재건축 이후에도 역세권 입지를 확보할 수 있는 단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