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10.15 16:38
[신보연의 부동산개발 처방] ⑨건물 공실 없애는 마케팅? 마감공사 발주 전에 운명 정해진다
[땅집고] 공사 관리의 끝은 사용승인이 아니라 임대 경쟁력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임대 경쟁력은 대체 언제 만들어지는 걸까.
많은 개발 사업자가 골조 공사 이후 마감 자재를 고르면서 슬슬 일정이 빠듯해지고, 이어 사용승인 무렵에는 매우 바빠진다. 건물 사진을 찍고 중개사무소에 매물을 등록하고 현수막을 거는 데 여념이 없다. 하지만 보통 임대 경쟁력 성패는 이 시점에서 이미 끝나버린 상태다.
◇‘마케팅=광고’ 공식은 착각…내 건물 상품 확정화가 우선
사용승인 전 마케팅을 홍보 활동으로 이해한다면 경쟁력 확보에 실패한 것이다. 이 단계에서 사업시행자가 해야 하는 일은 광고를 기획하는 것이 아니라, 임대할 상품을 최종 확정하는 것이다. 용도의 층별 배분, 전용면적과 층고, 주차, 설비사양, 임대료와 관리비 수준은 사실상 사업구상·설계단계에서 결정된다. 즉 사용표인 후 홍보물로 뒤집을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얘기다.
설계와 마감 단계에서 작은 선택 하나조차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옥상을 실외기 적재 장소로 쓰면 그 면적은 그대로 소실된다. 반대로 실외기를 별도 공간으로 돌리고 옥상을 루프탑으로 계획하면, 연면적에 산입되지 않는 서비스 면적을 하나 더 챙길 수 있는 것. 임차인에게는 기본 임대면적에 포함되지 않는 부가 공간이 되고, 사업시행자에게는 용적률을 쓰지 않고 확보한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운영 방식에 따라 이 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별도 사용료를 받는 조건으로 활용할 수도 있어 유리하다.
다만 실외기를 설치할 대체 공간, 하중과 방수, 난간 등 안전기준, 그리고 옥상 구조물의 바닥 면적 산입 여부를 설계 단계에서 함께 검토해야 한다. 이런 결정들은 결국 임대차계약서상 숫자로 나타나고, 이 숫자가 임대료와 공실률을 가르게 된다. 따라서 홍보하기 전에 상품을 확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마케팅 STP 전략, 한 번이 아니라 세 번 진행해야
경영학에선 마케팅의 출발점으로 ‘STP’를 꼽는다. 시장세분화(Segmentation), 표적시장 선정 (Targeting), 포지셔닝(Positioning) 세 가지 요소를 뜻하는 용어다.
이를 개발사업 언어로 옮겨보면 어떨까. 세분화는 용도·업종·면적·임대료 임차인 신용도로 시장을 쪼개는 일이고, 표적시장 선정은 배후 인구와 유동 인구, 주변 여건, 경쟁 건물의 업종 구성을 분석해 실제로 겨냥할 수요를 고르는 작업이다. 그리고 포지셔닝은 그 수요의 머릿속에 내 건물을 어떤 상품으로 각인시킬지 정하는 것이다.
일단 세분화 단계에선 건물 용도와 콘셉트를 정하기 전, 입지와 주변 여건을 먼저 분석해야 한다. 만약 임대수익이 목적이라면 수익률이 높은 업종보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업종이 낫다.
문제는 시차다. 사업구상부터 준공까지 보통 2~3년이 걸리는데, 그 사이 금리가 변동하고, 옆 필지에 신축 건물이 지어지고, 업종별 출점 전략이 바뀌는 등 많이 변화가 있는 것. 이처럼 기획 때 세운 목표와 준공 시점의 실제 수요가 어긋나는 현상을 '타깃 드리프트(Target Drift)'라고 한다. 준공 후 공실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상품이 나빠서가 아니라, 2년 전 타깃에게 오늘의 상품을 팔고 있어서 생기는 일이다. 따라서 STP는 일회성 기획이 아니라 기획·착공·준공 전 세 차례 반복해야 하는 작업이다.
마지막 3회차 STP 마감시한은 마감공사 발주 전으로 정해야 한다. 준공 6개월 전 재검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먼저 재세분화는 단순한 감이 아닌 데이터를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 건물 반경 500m 안에서 최근 1년간 실제 체결된 임대차 사례를 업종·면적대·보증금 및 월세 구간으로 다시 집계한다. 이 때 호가 매물이 아니라 실제 계약 사례를 토대로 사례를 모아야 한다. 계
흔한 오해로는 저층부 앵커 시설만 채우면 상층부는 자연스럽게 채워질 것이란 생각이다. 하지만 지금 임대차 시장을 보면 1층에 유명 임차인이 들어와도 2층 이상 사무실은 비어있는 건물이 적지 않다. 저층 상가와 상층 오피스는 임차 수요도, 의사결정 기준도 다른 시장에 속해서다. 즉 상권과 매출을 중시하는 임차인과 임대료·주차·층고·분할 가능성을 보는 임차인이 같을 수는 없다는 것. 따라서 재타깃팅은 건물 저층과 상층을 하나의 표적으로 묶지 말고, 둘로 나눠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재포지셔닝은 임대료 수준과 스펙이라는 두 축 위에 내 건물의 좌표를 한 점으로 찍는 일과 같다. 좌표가 찍히지 않는 건물은 시장에서 비교 대상조차 될 수 없다. 좌표가 모호하다면 임대료와 스펙 중 한 축을 이동시켜 경쟁 신축과 구별되는 자리에 다시 찍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때 재검증 결론은 마감공사에서 수정보완 가능한 범위 안에서 내려야 한다. 골조가 끝난 뒤 타깃만 바꾸면 공급할 수 없는 수요를 쫓게 된다.
◇내 건물 포지셔닝에 맞춰 4P 정렬하기
STP가 ‘누구에게 팔 것인가’를 정하는 작업이라면, 4P(Product·Price·Place·Promotion)는 ‘무엇을, 얼마에, 어떤 경로로, 어떻게 알릴 것인가’를 결정하는 단계다. Product는 건물 그 자체, 즉 외관과 평면 계획, 층고, 용도 배분, 공용부와 부대시설, 유지보수 용이성 등이 속한다. Price는 임대료와 임대조건, Place는 임대중개와 자산관리 채널, Promotion은 준공 전 마케팅이다.
핵심은 각각을 최적화하는 것이 아니라 포지셔닝 하나를 기준으로 어긋나지 않게 맞추는 것이다. 예를 들어 1층은 근린생활시설, 2층 이상은 오피스로 포지셔닝했다고 가정하자. 1층은 단순한 임차 공간이 아니라 건물 전체의 간판을 정하는 자리다. 따라서 단기 수익률을 극대화하기보다 장기 체류형 업종을 들여 건물 이미지를 고정하고, 상층부 상주인구가 매일 소비하는 용도여야 적합하다. 이를 위해 전면 개방감과 전기용량·급배수·후드 덕트 경로를 설계 단계에서 확보해야 한다. 이어 상층부는 면적 분할 가능성, 층고와 코어 효율, 주차대수, 냉난방 개별제어가 임대료를 결정한다. 임대료는 이 상층부에서 회수하는 구조가 합리적이다.
유통경로는 1층 상가 채널과 상층부 오피스 채널로 이원화하고, 홍보 역시 1층은 상권, 상층부는 업무환경으로 나눠야 한다. 각 요소들이 어긋나면 포지셔닝은 무너지고, 그 대가는 마케팅 비용 증가를 넘어 공실 장기화로 인한 기회비용과 함께 금융 비용까지 이어질 것이다.
Place는 준공 전에 정해야 한다. 임대차 마케팅과 공실 해소, 권리 금 협상, 시설·자산관리까지 대행하는 전문 채널이 이미 시장에 있다. 문제는 이런 채널을 준공 후에 찾기 시작하면 이미 임대 타이밍을 놓친다는 점이다. 위탁 구조와 수수료, 책임 범위는 사용승인 최소 180일 전에 확정하는 것을 추천한다. .
◇사용승인 전에 계약 끝내는 ‘선임차 마케팅’ 유리해
임대차는 어느 시기든 체결할 수 있다. 건물 착공 신고 전이든, 골조가 올라가는 중이든 조건부 계약이 가능한 것. 이런 '선임차 마케팅'으로 두 가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먼저 준공과 동시에 임대를 개시해 공실 기간을 최소화하고, 이미 확보한 임차인 구성으로 자산 가치를 높여 추후 임대든 매각이든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것.
임대차 타이밍은 늦어도 외부 시스템 비계를 철거할 때 쯤이 적합하다. 통상 건물 사용승인 3~4개월 전으로, 그동안 가려져 있던 신축 건물이 처음으로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사용승인이 지연될 경우 임대 개시일이 밀리고, 임차인이 인테리어를 서두르려고 하면서 건물 마감공사와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뒤섞이기 쉽다는 것. 따라서 인테리어 공사 범위와 착수 시점, 사용승인 지연 시 임대개시일 조정, 원상회복 기준을 특약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
사업시행자의 최종 목표는 결국 '잘 임대되는 건물'을 만드는 것이다. 사용승인 전 마케팅은 이런 목표를 상품과 시장, 계약으로 미리 확정하는 경영 행위나 다름 없다. /글=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주임교수, 편집=이지은 기자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