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10.15 13:59
1만가구 아파트에 전세 매물 한 자릿수
전세금은 입주 때의 2배로
대출까지 막힌 세입자들 "전세 구하는 게 지옥"
"버틸 수 없으면 사라" 체념 섞인 조언까지
[땅집고] "전세지옥에서 살아남는 법."
최근 국내 최대 부동산 커뮤니티 '부동산스터디' 카페에 올라온 글의 제목이다. 하루 만에 조회 수 4000회를 넘겼다. 지금 서울에서 전셋집을 구하는 세입자들 사이에서는 전세난을 넘어 '지옥'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평가다. 매물은 없고, 어쩌다 나온 매물은 부를 때마다 값이 오르며, 그마저도 대출이 안 돼 현금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1.2만가구 단지에 전세 매물 '한 자릿수'…”계약될 때마다 가격 올라"
'전세지옥'이라는 말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이다. 1만2032가구로 국내에서 가장 큰 이 단지는 2024년 11월 입주를 시작했고, 지금 첫 2년 전세계약 만기가 차례로 돌아오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입주 2년차에는 세입자가 나가고 새 계약이 체결되면서 매물이 쏟아질 시기다.
현장 분위기는 정반대다. 단지 내 중개업소에 따르면 1만가구가 넘는 단지에 전세 매물이 10개도 안 된다. 드물게 계약이 될 때마다 전세가가 계속 오르는 상황이다. 거래량은 입주장 때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인근 중개업소에 붙은 전세 호가는 전용 59㎡가 12억5000만~13억원, 전용 84㎡가 15억~16억원이다. 입주 당시의 2배 가깝게 올랐다.
매물이 사라진 이유는 실거주 규제 탓에 집주인들이 직접 들어오고 있어서다. 일반분양분 4786가구는 입주 후 3년 안에 실거주를 시작해야 한다.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렀던 집주인들이 계약 만기에 맞춰 입주한다. 다른 집으로 갈아타려던 집주인은 대출 규제에 막혀 그대로 눌러앉았다. 실거주 의무가 없는 조합원들도 나중에 집을 팔 때 양도세를 줄이려고 거주 기간을 채우고 있다.
◇강북 신축도 전용 84㎡ 전세 10억…”그나마 싼 곳은 대출이 안 된다"
'전세지옥'은 강남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성북구 '래미안길음센터피스'와 '롯데캐슬클라시아' 등 강북 신축도 전세가가 전용 59㎡ 약 8억원, 전용 84㎡ 약 10억5000만원 수준이다. 매매가 10억~15억원대인 강북 구축 30평형대와 신축 20평형대도 전세가 7억~8억원 선이다. 이 가격대 매물조차 단지마다 손에 꼽을 정도다.
신축 대단지가 입주하는 곳 주변은 사정이 조금 낫지만 문턱은 여전히 높다. 올해 입주장을 맞은 '힐스테이트메디알레'(2451가구)는 전용 59㎡ 6억원대, 전용 84㎡ 7억원대로 전세가가 비교적 낮다. 하지만 매물이 많지 않고 전세자금대출이 나오지 않아 보증금 전액을 현금으로 마련해야 한다. 싼 전세는 현금 부자에게나 돌아가는 구조다.
◇"예고된 비극"…신축 끊기고, 대출 막히자 눌러앉았다
이번 사태는 '예고된 비극'이라는 평가다. 실거주를 강제하면서 전세 공급을 없애는 각종 규제 뿐 아니라 서울의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 역시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서울에서 입주장을 맞은 대단지는 '래미안트리니원'(2091가구), '디에이치방배'(3064가구), '힐스테이트메디알레(2451가구)' 정도에 불과하다.
2020년 임대차3법 직후의 전세난과도 결이 다르다. 그때는 저금리가 전세가를 밀어 올렸다. 지금은 전세대출 금리가 연 4%대 중반에서 5%에 이르는데도 전세가가 오른다. 작성자는 정부의 확장 재정으로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글 제목과 달리 전세 지옥에서 '살아남는 법'은 이렇다 할 것이 없다. 작성자는 "대출을 끌어서라도 지금 살 수 있는 집을 사라"고 했다. 노원구 '상계주공6단지', 광명 '하안주공9단지' 같은 낡은 재건축 단지나 서울 외곽 대단지, 의정부·안양·화성 병점 등 비규제지역 신축이 예시로 나왔다. 현금흐름에 여유가 있다면 차라리 월세로 버티라는 조언도 붙었다. 올파포 월세 시세는 보증금 3억원에 월 480만원이다.
작성자는 결국 "정책 당국자들이 엇박자를 내는 동안 전세지옥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스스로의 노력으로 구원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sh029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