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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이용 유가 담합에 SK는 사과, 현대오일뱅크는 오리발

    입력 : 2026.10.15 06:00

    송명준 HD현대오일뱅크 대표 "조사 송구"
    부서장 구속됐는데 혐의 인정은 안 해
    검찰 "전쟁 직후 인상 시기·폭 사전 조율"
    "트럼프 만세" 등 메신저 삭제 정황도

    [땅집고]송명준 HD현대오일뱅크 대표(왼쪽 두 번째)를 비롯한 정유사 대표자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일반증인으로 출석해 유류가격 결정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화 SK에너지 대표, 송 대표, 김창수 GS칼텍스 부사장, 이건명 에쓰오일(S-OIL) 부사장./뉴스1
    [땅집고]송명준 HD현대오일뱅크 대표(왼쪽 두 번째)를 비롯한 정유사 대표자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일반증인으로 출석해 유류가격 결정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화 SK에너지 대표, 송 대표, 김창수 GS칼텍스 부사장, 이건명 에쓰오일(S-OIL) 부사장./뉴스1

    [땅집고] 관련 매출이 44조원에 이르는 유가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심판대에 오른 HD현대오일뱅크의 송명준 대표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회사 차원에서 담합 혐의는 부인하고 있고, 국감에서 경영진이 담합을 사전에 알았는지 묻는 질의에도 명확히 답하지 않았다.

    송 대표는 지난 12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담합 의혹과 관련, "유가가 급등하던 시기 국민 여러분께서 느꼈을 부담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담합 의혹으로 조사받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송구하다"며 "지금 재판이 진행 중이고 공정위 심의도 시작된 것으로 안다. 관련 절차에 충실하게 임하겠다"고 했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이 정도 규모의 담합이 실무선 논의만으로 이뤄지기는 어렵다"며 경영진 관여 여부를 따져 물었다. 송 대표와 김종화 SK에너지 대표는 심의와 재판 절차를 통해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를 때는 확 오르는데 내려갈 때는 왜 더디게 내리느냐"며 정유사의 가격 책정 방식을 문제 삼았다.

    HD현대오일뱅크와 SK 에너지가 이번 담합 의혹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데, 같은 의혹에 대한 두 회사의 입장 차이가 뚜렷하다. HD현대오일뱅크는 앞서 공정위가 심사보고서를 보낸 지난 7일 "교환된 모든 정보는 이미 시장에 공개됐거나 확인 가능한 사후 정보로, 회사의 가격 및 판매정책 결정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반면 같은 혐의를 받는 SK에너지는 지난 8일 대표 명의로 사과문을 내고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검찰·공정위가 본 HD현대오일뱅크 의혹

    공정위는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인 2022년 2월부터 미국-이란 전쟁 직후인 올해 3월까지 약 4년간 휘발유·경유·등유의 입금가와 확정가, 판매정책 정보를 주고받았다고 본다. 담합과 관련된 매출은 약 44조1000억원, 하루 평균 약 300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합쳐서 49.1%다.

    앞서 검찰 역시 두 회사 가격결정부서 책임자들이 미국-이란 전쟁 직후 석유제품 가격의 인상 시기와 폭을 미리 조율했다고 판단해 지난 7월 재판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HD현대오일뱅크 가격결정부서장이 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전쟁 발발 6일 만에 주유소 공급가격을 평균 40%가량 올렸다. 품목별로는 휘발유 12%, 경유 28%, 등유 80%였다. 검찰은 2024년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담합 관련 매출을 약 14조2000억원으로 추산했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의 동조 효과까지 합친 경쟁 제한 규모는 26조원으로 봤다.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는 HD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 일부 임직원이 메신저와 전산자료를 삭제한 정황이 포착됐다. 검찰이 확보한 정유사 직원들의 대화방에서는 “오늘 가격 100원 더 올린다. 우리 올해 2조 벌 듯”, “역시 전쟁으로 먹고사는 회사. 트럼프 만세” 같은 메시지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담합 여부와 제재 수준은 공정위 전원회의와 법원 판단으로 가려진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두 기업의 가격 담합 협의에 관한 심사보고서를 지난 7일 송부했다"며 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유가 지원에 세금까지 들이는데…“부당 지급액 환수해야”

    정유업계의 담합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공정위는 1988년 유공(현 SK이노베이션), 호남정유(현 GS칼텍스) 등 6개 정유사에 첫 담합 과징금 21억원을 부과했다. 이후에도 1996년 아스팔트 가격 담합, 2000년 군납유류 담합, 2007년 석유제품 담합을 잇달아 적발했다. 2011년에는 이른바 '주유소 나눠먹기' 담합에 당시 역대 최대인 4348억8800만원의 과징금을 매겼다.

    이번 담합 의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이란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출렁이는 가운데 벌어졌다. 국내 휘발유·경유·등유 시장은 4대 정유사가 약 98%를 차지한다. 브랜드 주유소가 한 정유사 제품만 공급받는 '전량구매계약' 비율이 약 98%에 이른다. 정유사가 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한 이후 사실상 정유사 재량으로 가격을 확정하는 ‘사후정산제’도 정유사간 가격 담합이 벌어지기 쉬운 원인 중 하나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최종 정산 가격의 재량권을 정유사가 사실상 갖고 있는 사후정산제는 가격 결정이 불투명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지난 3월부터 유가 급등시 국내 석유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되며 4조2000억 규모 손실 보전액이 예비비로 편성됐다. 정부는 손실보전액을 원가에 적정마진을 더한 기준으로 산정할 방침이다. 이번 담합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국민 세금으로 담합한 가격을 보전해주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주 위원장은 담합이 최종 인정되면 손실보전액에 가격 왜곡이 반영됐는지 재검증하고, 부당지급액이 확인되면 관계부처에 환수를 요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sh029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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