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10.14 14:20
변창흠 전 국토장관 한겨레 인터뷰
이재명 정부 공급 정책 작심 비판
"공급 실적, 목표치 절반에도 못 미쳐"
"LH 직접시행, 무리한 주문…안타깝다"
[땅집고] “목표는 의욕적인데 이를 달성할 특단의 수단이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낸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가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주택 정책을 비판했다. 변 전 장관은 박원순 서울시장 당시 희망서울 정책자문단 위원으로 활동하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에 임명됐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거쳐 국토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이광수, 한문도 등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멘토로 불리며 친 정부적 발언을 하던 부동산 전문가들이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한데 이어 문재인 정부 시절 국토부 장관을 지낸 전문가도 비판에 합류하고 있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는 최근 “현재 부동산 정책 기조가 이어진다면 문재인 정부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획기적인 수단 안 보여…실적, 목표치 절반에도 못 미쳐"
신문에 따르면 변 전 장관은 정부가 9·7 부동산대책으로 수도권에서 연 27만호, 5년간 135만호 착공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어려운 목표를 세웠으면 뭔가 획기적인 수단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보이니 어떻게 공급목표를 달성하겠느냐는 회의가 있다"고 말했다. 또 "획기적인 주택공급 목표설정은 필요하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올해가 목표 설정의 첫해인데 상반기 실적이 기존과 비슷하다. 목표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거다"라고 말했다. 그는 "목표가 워낙 높으니, 무조건 달성하겠다고 말할수록 사람들에게 실망을 줄까 걱정이다"라고 했다.
변 전 장관은 진보 정부의 도심 공급에 대해서는 “이상한 게 재개발·재건축이다. 원래 공급 확대 정책인데, 희한하게도 집값 상승기엔 규제가 더 심해진다. 투기가 주로 재개발·재건축 '분양 딱지'에서 나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급을 늘려야 할 때 거꾸로 도심 공급을 줄이는 셈이다. 그러면 진보 정부는 어쩔 수 없이 외곽에 대규모 신도시를 짓는다. 그런데 사람들은 서울의 주택을 원한다. 수요와 공급이 엇박자가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2기·3기 신도시가 집값 안정 효과가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2기 신도시를 서울 도심에서 먼 곳을 지정하면서 이미지가 너무 나빠졌고, 그 뒤로는 신도시를 발표해도 집값에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3기 신도시인) 남양주 왕숙, 고양 창릉, 하남 교산, 부천 대장은 잘 알려지지 않은 동네라 모른다. 창릉은 일산보다 훨씬 서울 쪽이다. 1기보다 더 가깝고 편리하게 만들 수 있는 데도 인식이 떨어진다”며 “2기 때문에 나빠진 신도시 이미지 탓이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 때 발표했는데도 집값에 영향이 거의 없었다."
변 전 장관은 "예전엔 (신도시) 개발 예정지가 대부분 나대지였는데 지금은 비닐하우스와 공장 같은 존치 시설이 많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며 “엘에이치도 재정 여력이 없으니 보상을 빨리 못 했다. 신도시로 신속하게, 대량으로 공급한다는 두 목표가 함께 실현되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LH 직접시행은 무리한 주문. 안타깝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택지를 민간에 팔지 말고 직접 시행하라고 했다. 이에 대해 변 전 장관은 "LH 사업으로 민간사업자는 시공만 하라고 하면 설계도, 분양가도 자유롭기 어렵고 계속 관리를 받는다. 그런 주택은 서울 주택의 완전한 대체가 어렵다"고 했다.
이어 “LH는 재무적으로 매우 어렵다. 택지를 팔면 바로 돈이 들어오는데, 택지를 팔지 말라고 하는 순간 직접 건설해야 한다. 일부는 직접 짓고 일부는 민간에 맡기더라도 짓는 데 3~4년이 걸리고, 분양해야 건축비를 주고 남는 걸 가져간다”고 설명하며 “돈이 더 오래 묶여 재무적으로 더 힘들어진다. 이것까지 고려하면 무리한 주문이 아니었나 싶다. 안타깝다."
변 전 장관은 "특정 지역의 집값을 잡는 게 정부의 최우선 목표 돼선 안 된다"며 “이게 제일 중요한 부분”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정책 목표를 가격 상승 억제에 두는 순간 여러 왜곡이 생긴다. 집값이 높은 수도권에만 공급하게 되고, 단기간 공급이 어려운데 목표를 무리하게 잡게 된다”며 “그런데 실제로 작동하지 않을 확률이 높고, 그러면 사람들은 '목표 달성도 못 하네, 결국 못 잡네' 한다. 실패 확률이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변 전 장관은 주택 문제 해결에 재정을 적극 투입하는 '주거뉴딜'을 주장했다. 그는 "올해 정부 초과세수가 60조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를 미래대응기금처럼 장기적인 데 쓰려 한다. 위기 때는 위기에 직접 효과가 있는 데 돈을 써야지 너무 멀리 보는 건 맞지 않다. 뉴딜이라는 건 대공황기에 위축된 수요를 살리려고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재정을 확대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너무 미래만 쳐다보는데, 지금이 제일 힘들다. 서울 집값이 87주 연속 오르고, 젊은이들은 전세금을 못 구해 어렵게 생활한다"고 말했다. /sh029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