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10.14 10:35 | 수정 : 2026.10.14 11:13
[땅집고] 최근 정치권에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황제 골프’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12일 오전 8시에 동해안에서 훈련을 받던 해군 일병 1명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골프 회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달 11일 38명 부상자가 발생한 대구 상가 붕괴 사고 당시에는 가족과 함께 골프를 즐겼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중대 사고나 재난 상황에서 골프를 쳤다고 주장하면서 '이재명 황제골프 특검법(안)'을 대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전임 윤석열 대통령도 2024년 8월 말부터 11월까지 태릉골프장을 이용했다가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이 황제 골프 논란을 제기했다. 민주당은 부천 호텔 화재 참사와 집중호우 수해 복구 기간, 그리고 정치·안보 현안이 이어지던 시기에 대통령이 업무를 하지 않고 골프를 쳤다고 비난했다. 대통령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골프 외교'를 대비하기 위해 윤 대통령이 8년 만에 골프 연습을 재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개사과 골프 들통나자 고작 찾은 핑계가 트럼프 대비입니까?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라고 비난했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골프 논란과 관련해서는 정상외교 준비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두 대통령은 과연 어느 골프장에서 시간을 보낸 걸까.
논란의 골프장은 모두 서울 노원구 소재 태릉CC다. 육군사관학교와 맞붙어있는 태릉CC는 올해로 개장 60년째로, 국내 골프장 중 한양CC(1964년)와 부산CC(1966년)에 이어 세 번째로 역사가 깊은 곳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6년 사관생도들도 국제적 감각을 익힐 필요성이 있다며 군 골프장 조성을 지시하면서 생겨났다. 한국 최초의 프로골퍼인 연덕춘씨가 설계를 맡았는데 당초 9홀 규모로 문을 열었고 1970년에는 18홀로 확장했다.
태릉CC는 대한민국 골프 문화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골프가 흔하지 않았던 시절 이 곳에서 캐디로 근무하며 골프를 시작한 프로 골퍼들이 적지 않고, 유명 선수들도 수두룩하게 배출된 곳이다. 1970년대 중반에는 아시안 투어 한국오픈과 KPGA 선수권 대회도 여러 차례 열렸다. 때로는 외교 방면에서 중요한 장소로도 작용했다. 197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스피로 애그뉴 미국 부통령과 태릉CC에서 회동하면서 파월 한국군 부대 철수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각 홀에 얽힌 흥미로운 사연들도 여럿 있다. 예를 들어 화랑 코스에선 파5 길이 2번홀에선 ‘Park’s Zone’(박정희 구간)이라고 새겨진 까만 표지석이 설치돼있다. 박 전 대통령이 이 홀에서 스윙할 때마다 우측 슬라이스가 심한 편이었는데, 이 때문에 페어웨이 오른편 나무를 깎아 기존 설계 대비 더 넓혔다는 것이다. 한 유력 정치인의 아내가 애연가였는데 이를 배려해 거의 매 홀마다 흡연실 기능을 하는 정자를 만들어뒀다는 속설도 전해진다.
이처럼 긴 역사를 자랑하는 태릉CC이지만 앞으로는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신규 주택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태릉CC는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부터 주택 공급 후보지로 거론돼왔다. 하지만 실현되지 않았고 윤석열 정부를 거쳐 이 대통령이 다시 개발 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1월 29일 부동산 공급 대책을 통해 태릉CC에 총 6800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개발 청사진으로는 2027년 3월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한 뒤 2028년 상반기 지구계획승인, 2029년 9월 착공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 같은 정부 계획에 발 맞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현재 조사설계용역 발주를 준비하고 있다.
한편 태릉CC 이용료는 정회원·준회원·비회원에 따라 각각 다르다. 먼저 정회원의 경우 그린피 4만7200원에 카트비 6000원을 합해 총 5만3200원이고, 준회원도 총 9만60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반면 비회원은 평일 기준 그린피 19만원에 카트비 2만원으로 총 21만원 이용료를 납부해야 한다. 주말에는 이용료가 25만원 더 비싸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