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10.14 06:00
NH농협은행 순이익, 2년 연속 뒷걸음질
가계·기업 대출 연체율 5대은행 중 최고
국감 증인 채택까지 겹쳐
당국 '실적 중심 승계' 주문이 부담으로
[땅집고] 올 연말 첫번째 임기 만료를 앞둔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이 연임에 도전하는 가운데, 실적 부진과 내부 통제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강 행장의 연임 심사는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임기 만료(2027년 2월 2일)와 시기가 맞물린다. 그룹 수장과 은행장이 나란히 연임 여부를 판단 받는데, 그룹 전체가 증권 덕에 역대 최대 실적을 낸 반면 주력 계열사인 은행의 성적표는 연임을 낙관하기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NH농협은행은 강 행장이 2025년 초 취임한 이후 2년 째 실적이 뒷걸음질하는 중이다. 앞서 강 행장 취임 첫해인 지난해 농협은행 연간 순이익은 1조8140억원으로 전년 대비 0.4% 늘어나는 데 그쳤다. 분기별로는 1분기(+31.5%)를 빼면 2분기(-21.6%)·3분기(-8.7%)·4분기(-40.2%) 내리 역성장했다. ROE(7.60%→7.10%)와 ROA(0.44%→0.42%) 등 수익성 지표도 함께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2조4585억원, +8.5%), KB국민은행(2조2254억원, +1.7%), 하나은행(2조1211억원, +1.7%)은 순이익이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성장 둔화가 두드러진다.
NH농협은행의 올 상반기 순이익 역시 1조162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1% 줄었다. 이자이익과 수수료 이익을 더한 핵심이익은 9.5% 늘어난 4조4159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판매관리비(1조9415억원, +7.4%)가 늘고 상업용 부동산 경기 악화와 기업 부실 증가 여파로 신용손실충당금도 57.9%(1090억원) 늘어난 2972억원에 달했다.
올 상반기 NH농협금융 실적이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NH농협은행의 실적이 더욱 눈에 띈다. NH금융지주는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1조77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 늘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상반기 주식시장 활황에 힘입은 NH투자증권(9652억원, +107.5%)이 끌어올린 실적이다. 주력인 NH농협은행(-2.1%)의 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고, 농협생명(-77.3%)·농협손해보험(-18.1%) 등 보험 계열사도 순이익이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 연체율 1위에 금융사고까지 '빨간불'
NH농협은행의 건전성 지표는 더 안 좋았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0.48%), 기업대출 연체율(0.58%), 전체 원화대출 연체율(0.53%)은 모두 5대 은행 가운데 가장 높았다. 6월 말 주택담보대출 연체잔액(5117억원)도 5대 은행 중 최대치로, 2022년 말(1346억원) 대비 약 3.8배로 불어났다. 은행 측은 농업·지역금융 중심의 사업구조상 지방 부동산과 지역 중소기업 경기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고 설명한다.
연임 심사를 앞두고 내부 통제 문제도 떠오르고 있다.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강 행장 취임 첫해인 지난해 농협은행의 금융사고는 13건, 사고금액은 286억7050만원에 달했다. 올해도 8월까지 5건(10억2963만원)이 추가로 발생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농협은행 직원 징계는 426건이며, 이 가운데 횡령이 37건이었다. 고객 돈이나 시재금을 횡령하고도 경징계에 그쳐 여전히 재직 중인 직원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 행장이 다른 5대 은행장과 함께 올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NH농협은행의 내부 통제 문제가 본격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19일 예정된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금융권 연쇄 해킹으로 인한 고객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5대 은행장(이환주 KB국민·정상혁 신한·이호성 하나·정진완 우리·강태영 NH농협)을 나란히 증인으로 채택했다. 다만 농협은행은 우리은행과 함께 이번 해킹 사태에서 유출을 피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다른 은행장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할 전망이다.
◇ 금감원 ‘계파 배제’ 주문…“실적 압박 더할 것”
금융당국이 최근 금융권 CEO 승계 절차 개선을 요구한 것도 변수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9월 15일 임원회의에서 "대부분의 지주회사 자회사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가 수립한 자회사 CEO 승계절차가 미흡하고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역할도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CEO 자격요건 불명확, 후보 검증기간 부재, 형식적인 상시 후보군 관리 등도 문제로 짚었다. 농협금융은 앞서 2024년 말 회장·계열사 대표 인선 때도 후보 롱리스트와 숏리스트를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 인선'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2012년 농협금융지주 출범 이후 역대 행장 중 연임에 성공한 사례는 이대훈 전 행장이 유일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조직 안정 측면에서는 강 행장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있고, 올해 국감 최대 이슈인 해킹 사태를 피해갔다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라면서도 “농협은행장 자리는 원래도 연임이 드문데다 금융 당국이 CEO 선임 과정을 실적 중심으로 엄격히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강 행장의 실적 압박이 더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sh029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