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10.10 06:00
[땅집고] “보기엔 참 웅장하고 예쁜데…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속 없는, 그야말로 속 빈 강정같은 주택이네요.”
과거 미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던 주택 모델 ‘맥 맨션’(McMansion)이 최근 부동산 시장의 문제아로 전락한 분위기다. 맥 맨션은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중반 교외 널찍한 부지에 큼지막한 현관과 응접실 등 고급스러워 보이는 설계로 지은 주택으로 중산층 수요자들에게 사랑받았다. 이런 수요층을 겨냥해 건설업체마다 한꺼번에 수백, 수천개 집을 한꺼번에 찍어내듯 공급했는데, 마치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대량 생산하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맥 맨션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하지만 맥 맨션이 공급된지 20년쯤 지난 현재, 해당 주택에 거주해 본 사람들마다 각종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규모와 디자인 측면에서는 웅장해 마치 이 집에 살면 성공한 듯한 느낌을 주지만, 막상 품질이나 기능성 측면에선 가치가 매우 떨어진다는 후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
맥 맨션의 가장 큰 특징은 1만제곱피트(약 280평) 이상으로 일반 가정집 치고는 면적이 지나치게 넓다는 것. 각 주택을 구성하는 공간을 보면 현관에 들어서자 마자 펼쳐지는 널따란 거실을 비롯해 다이닝 룸, 예비 침실 여러 개를 갖췄다. 과거 이런 공간은 손님을 초대할 때마다 집주인이 본인의 부를 과시하는 용도로 쓰였다.
하지만 정작 이런 공간이 실거주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는 기여도가 매우 낮고, 면적이 지나치게 크다 보니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잘 지어진 주택마다 건축적으로 비례, 균형, 조화를 이루기 마련인데 맥 맨션은 이를 무시하고 지어진 탓이다. 예를 들어 방 구조가 조화롭지 못하다 보니 마치 쓸모 없는 동굴처럼 버려지는 공간도 적지 않았다. 미국 주택 난방은 온돌을 쓰는 대한민국과 달리 공기를 데우는 방식인데, 워낙 넓은 집에 난방을 적용하다 보니 관리비도 매우 비싸다고 전해진다.
누수도 문제가 됐다. 내부 공간을 기형적으로 넓히면서 지붕 접합 라인이 여러 개 생겨났는데, 이 라인마다 누수가 발생하면서 지붕이 썩기 시작한 것. 대저택을 지으려면 정교한 설계가 필요한데 건설업체마다 맥 맨션을 빠른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이 공급하다 보니 접합부 설계 및 시공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업체마다 공사비 절감을 위해 저렴한 자재로 맥 맨션을 지으면서 누수가 터진 부분마다 빠르게 썩기 시작했다. 집이 워낙 크다 보니 제대로 수리하면 비용이 만만치 않아 부담스러워하는 집주인이 적지 않았다.
결국 최근 들어 덩치만 크고 실속 없는 맥 맨션을 피해 제대로 설계된 소규모 주택을 찾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미국의 건축 디자인 및 시공 전문가 소피아 알론소는 “맥 맨션은 규모와 위상을 과시하는 매력이 있지만 디자인과 기능성, 장기적인 가치 측면에서 부족한 경우가 많다”면서 “시대를 초월하는 설계를 적용한 주택이라야 실용적이고 가치가 일정할 것”라고 조언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