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10.06 06:00
매출 2위 타임월드 매각 검토…몸값 1조원 안팎 거론
명품관 재건축에 9000억·도산대로 초고가 주거 개발도 추진
2023년 이후 서울 핵심 부동산 매입액만 약 6500억원
노조 “밀실 매각” 반발…한화 “매각 포함 다양한 방안 검토”
[땅집고] 한화갤러리아가 매출 기준 2위 점포인 대전 갤러리아 타임월드 매각을 검토하는 가운데, 서울 강남권에서는 수천억원대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압구정 갤러리아 명품관 재건축에만 약 9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고, 인근 압구정로데오와 도산공원 일대 부동산도 잇따라 사들이고 있다. 한화그룹이 창업주 고향인 충청권의 핵심 유통 자산을 정리한 자금을 가지고 강남을 중심으로 유통·부동산 사업을 재편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는 대전 서구 둔산동 갤러리아 타임월드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타임월드는 지난해 매출 6032억원을 기록한 한화갤러리아의 핵심 점포다. 서울 압구정 명품관에 이어 매출 규모가 두 번째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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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화갤러리아가 보유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지분 100%를 넘기는 방안이 거론된다. 유력 인수 후보로는 롯데쇼핑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시장에서는 매각 가격이 1조원 안팎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한화갤러리아는 지난달 17일 공시를 통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타임월드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로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창업주 고향 충청서 핵심 점포 매각 검토
한화갤러리아의 타임월드 매각 검토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한화그룹이 충청권과 오랜 인연을 맺어왔기 때문이다.
한화그룹 창업주 현암 김종희 회장은 1922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김 회장은 이후 고향인 천안에 학교법인 천안북일학원을 설립했고 1976년 북일고가 문을 열었다. 한화가 충청권과 각별한 연고를 가진 기업으로 평가받는 배경이다.
갤러리아 역시 충청권에 상당한 사업 기반을 두고 있다. 타임월드는 1997년 동양백화점으로 문을 열었고 2000년 한화갤러리아의 전신인 한화유통이 인수하면서 갤러리아 간판을 달았다. 이후 20년 넘게 대전과 충청권을 대표하는 백화점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한화갤러리아는 대전 타임월드와 천안 센터시티 등을 충청권 주요 거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대전 유통시장 경쟁 구도는 달라졌다. 2021년 문을 연 대전신세계 Art&Science가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어선 반면 타임월드는 최근 수년간 매출이 감소하면서 지역 1위 자리를 내줬다. 한화가 타임월드처럼 자산가치가 높은 점포를 계속 보유하기보다 매각을 통해 투자 여력을 확보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압구정 명품관엔 9000억…주변 부동산까지 사들여
충청권 핵심 점포의 매각 가능성을 열어둔 것과 달리 한화갤러리아는 서울, 특히 압구정 일대에는 대규모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가장 큰 사업은 갤러리아 명품관 재건축이다. 한화갤러리아는 2027년부터 2033년까지 약 9000억원을 투입해 압구정 명품관 이스트와 웨스트 건물을 순차적으로 재건축할 계획이다. 현재 약 8300평인 영업면적도 재건축을 거쳐 약 1만8000평 규모로 두 배 이상 넓히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명품관 주변 부동산도 잇따라 확보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2023년 4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664-12·13 일대 부지와 건물 두 채를 895억원에 매입했다. 압구정로데오역에서 약 60m, 갤러리아 명품관에서 걸어서 3분가량 떨어진 곳이다. 현재 이 일대에는 한화갤러리아의 F&B 사업인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슨’과 파이브가이즈 관련 시설 등이 자리 잡고 있다. 같은 해 12월에는 청담동 부지와 건물을 225억원에 추가로 확보했다.
올해 7월에는 도산공원 인근 옛 ‘더피크 도산’ 사업부지를 공매로 2367억원에 낙찰받았다. 이곳은 강남구 신사동 633-3 일대로 당초 초고가 주거단지 개발이 추진됐던 땅이다. 한화갤러리아는 특수목적법인 등을 통해 약 30가구 안팎의 프리미엄 주거시설을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화갤러리아가 2023년 인적분할로 다시 출범한 이후 신사동과 청담동, 마포 서교동, 중구 순화동, 더피크 도산 부지 등 서울 주요 부동산을 사들이는 데 투입한 금액은 약 6500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타임월드 매각이 실제로 성사될 경우 한화갤러리아가 압구정 명품관 재건축과 강남권 개발 사업에 투입할 재원을 확보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회사가 타임월드 매각대금의 구체적인 사용처를 밝힌 것은 아니다.
◇노조 “왜 파는지도 몰라”…‘밀실 매각’ 반발
대전에서는 타임월드 매각 검토를 둘러싼 내부 반발도 커지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노동조합 조합원 100여명은 지난달 30일 대전 서구 둔산동 타임월드 앞에서 집회를 열고 매각 과정 공개와 고용안정협약 체결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사측이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밀실 매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달 11일 타임월드 주식 전량 매각 논의를 시작한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뒤 직원 설명회를 열었다. 이후 두 차례 특별교섭이 진행됐지만 노조는 고용승계를 문서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5년간 고용 보장과 인위적 인력감축 금지, 본인 동의 없는 전환배치 금지 등을 고용안정협약에 담아 매도자와 인수자가 공동 서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사측은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법인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주가 변경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기존 고용관계가 유지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매각 여부 역시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타임월드는 여전히 대전 핵심 상권에 자리 잡은 자가 점포인 만큼 매각이 현실화하면 상당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자산”이라며 “반면 한화갤러리아는 압구정 명품관 재건축을 비롯해 최근 서울 핵심 부동산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어 향후 자산 포트폴리오가 어떻게 재편되는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