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10.05 06:00
'집값의 법칙' 출판한 주택정책 전문가 권혁진의 부동산 읽기 ⑤
[땅집고]이제 서울 아파트는 평범한 직장인에게는 소위 ‘넘사벽’이다. 서울 강남 신축 아파트가 평당 1억원 시대를 넘어서 곧 2억원 시대를 앞두고 있다는 전망에 상실감만 커지고 있다. 강력한 수요 억제 규제가 시행되는 상황에서 서민·중산층의 서울 아파트 마련은 더 어려워진다. 반면에 전국에 50만명이나 되는 현금 부자들에게는 진입 기회가 더 넓어지게 된다.
서울에 집을 산 사람과 아직 사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마치 성 안의 사람과 성 밖의 사람처럼 크다. 신규 분양 아파트에서도 자산 격차 문제는 더 커진다. 한 채에 수십억 하는 강남 아파트에 당첨되기도 어렵지만, 서민·중산층은 당첨되더라도 돈을 마련하기 어렵다. 현금 부자들만 이른바 ‘줍줍’할 수 있는 시장이 된 것이다.
◇집값 양극화 시대, 부동산 투자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이제 부동산 간접 투자 시대를 열어야 한다. 이미 지나치게 높아진 집값과 땅 부족으로 도심 내 공급 확대가 물리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영끌 투자·갭투자 등 무리한 부동산 직접 투자 시대를 마감해야 한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처럼 전 국민이 부동산에 간접 투자하는 시대를 개막해야 한다.
서울 아파트를 내 월급 모아 혼자 소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시대다. 주식시장처럼 리츠를 통해 여러 명이 서울 아파트의 지분을 공유한 후 임대 수익과 자본 수익을 함께 누리는 것이 현실적인 답이다. 여기에 정부의 역할이 크다. 이미 비싸진 기존 서울 아파트를 그 값 다 주고 수십 명이 나눠서 지분으로 사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정부가 HUG를 통해 은마아파트처럼 새로 재건축되어 조합원에게 분양하고 남은 일반 분양 물량을 시세보다 낮게 통째로 살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 후 청약통장에 가입해 오래 기다린 서민·중산층에게 리츠 형태로 1천만원이든 1억원이든 한도를 정해서 지분을 팔면 된다. 그래야 이미 집을 산 사람과 아직 사지 못한 사람 간의 자산 격차를 줄일 수 있다.
◇은마아파트 일반 분양은 현금부자 500명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
은마아파트는 1979년에 총 4424세대로 지어진 후 2026년에 재건축 사업이 승인되었으며, 2034년 경에는 약 5900세대 단지로 새로 지어진다. 이때 조합원이 아닌 일반인에게 약 500채의 물량이 분양된다. 현 시점에서 추정한 은마아파트 분양가는 20억원이 훨씬 넘을 전망이며, 입주 시점인 2034년에는 시세가 40억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 시점에서 보더라도 시세차익은 최소한 20억원이 넘는다. 그런데 현재의 금융 규제에서는 분양대금 20억원의 대부분을 자기 돈으로 내야 한다. 웬만한 현금 부자가 아니고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새 은마아파트의 시세차익은 현금 부자 500명에게만 혜택이 집중된다.
◇은마리츠를 설립하면 1만명이 새 은마아파트 집주인이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주택기금이 대주주인 ‘은마리츠’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 은마리츠는 우선 국민주택기금이 대주주가 되고 청약 가입자와 기관투자자가 지분을 투자한다. 그리고 이 리츠는 공공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관리한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공공리츠와 동일한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은마리츠에서 사업성 높은 서울 도심 내 재건축·재개발 단지에서 나오는 일반 분양 물량의 일정 비율을 우선적으로 통매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택법 개정이 필요하다.
물론 기존 청약 대기자를 위해 일반 분양물량의 일부는 남겨 놓는다. 그리고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은마리츠에 일반분양 물량을 분양가보다 싸게 팔 경우에는 재건축 부담금을 감면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게 된다.
은마리츠에서 매입한 아파트는 4~8년간 시세 이하로 임대한 후 시장에 시세 수준으로 매각한다. 은마리츠는 청약 가입자 대상으로 공모 형태로 모집하고, 매각 차익과 임대 수익을 지분비율에 따라 배분한다. 분양 시점 4년 후부터 8년간 임대하고, 입주 4년 후 매각가격은(200채) 30억원, 8년 후는(300채) 40억원으로 가정했을 경우(개인 투자자의 전체 지분은 10%), 은마리츠 지분 1억원 매입 시, 임대 수입은 8년간 매년 306만원이 된다. 자본이득은 분양 시점 12년 후 매각 차익으로 2억원이 발생한다. 따라서 분양 시점부터 매각 시점까지 12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12%에 이른다. 청약 가입자가 구입할 수 있는 은마리츠 지분 한도를 제한하면 그 혜택이 다수에게 돌아갈 수 있다. 1억원으로 한도를 정하면 은마 1채당 20명(분양가 20억원 ÷ 1억원 = 20명)이 집주인이 되며, 500채 기준으로는 1만명(500채 × 1채당 20명)이 새 은마아파트 주인이 된다. 그리고 1천만원으로 지분 한도를 낮추면 그 10배인 10만명이 새 은마아파트 집주인이 될 수 있다.
◇향후 5년간 10만명이 서울 신축 아파트 집주인이 될 수 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향후 5년간(2026~2030년) 서울에서 재건축·재개발 대상 단지는 총 111곳으로 대략 13만호가 공급되는데, 이 중 약 1만호가 비조합원에게 일반 분양될 전망이다. 이 일반 분양 물량에 대해서 은마리츠와 동일한 방식으로 공공리츠를 설립할 수 있다. 일반 분양 아파트 한 채 분양가격을 10억원으로 가정하고 10명에게 1억원씩 지분을 매각하면 향후 5년간 10만명이 서울 도심 내 신축 아파트의 집주인이 될 수 있다. 만약 지분 한도를 1천만원으로 낮추면 100만명이 서울에 있는 새 아파트 집주인이 될 수 있다.
집값 양극화 시대에서는 ‘은마리츠’가 새로운 부동산 투자 해법이다. 은마리츠를 통해 ‘1인 1 집주인’ 시대에서 ‘1집 100 집주인’ 시대로 전환해야 한다. /글=권혁진 대한건설협회 부회장
※필자 권혁진은 최근 출간된 ‘집값의 법칙’의 저자로 국토교통부 핵심 부서에서 주택정책을 직접 진두지휘했던 '정책 전문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