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10.04 06:00
탑골공원 담장 매달렸다가 기왓장 파손
징역 1년6개월·집행유예 2년 확정
법원 "국가지정문화유산 경솔하게 손상"
[땅집고] 술에 취해 사적지인 서울 탑골공원 담장에 매달려 문화유산을 훼손한 2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다.
탑골공원은 서울 도심에 있는 대표적인 근대 역사문화 공간이다. 1991년 사적으로 지정된 국가지정문화유산으로, 공원 안에는 원각사지 십층석탑과 대원각사비 등 문화유산이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이영선)는 지난 7월 3일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가 판결에 항소하지 않으면서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A씨는 지난 3월 18일 오후 7시17분쯤 일행에게 턱걸이 동작을 보여주겠다며 탑골공원 담벼락을 양손으로 잡고 매달린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담장 위 기왓장이 바닥으로 떨어져 부서졌다. 당시 A씨는 술에 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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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국가지정문화유산은 우리 역사와 전통의 산물로서 문화의 고유성과 겨레의 정체성, 국민 생활의 변화를 나타내는 문화적 유산”이라며 “원형으로 보존해 계승해야 한다”고 밝혔다.이어 “그럼에도 피고인은 술에 취해 경솔하게 국가지정문화유산을 손상했다”고 지적했다. 장난이나 과시 목적으로 한 행동이라도 지정문화유산을 실제로 훼손했다면 가볍게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한 점을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했다. 처음부터 문화유산을 훼손하려 한 것이 아니라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점과 손상 범위가 크지 않았던 점도 고려했다.
A씨가 행정청의 명령에 따라 파손된 부분을 원상복구한 점도 양형에 반영됐다. 한 차례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것 외에는 별다른 범죄 전력이 없고, 지인들이 선처를 탄원하는 등 사회적 유대관계가 분명한 점도 유리한 사정으로 인정됐다.
◇ 잇단 문화유산 훼손에 골치…제주선 출입금지 외국인 등반객에 벌금형 선고도
문화유산 보호구역에 무단으로 들어가거나 시설물을 훼손해 처벌받는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제주에서는 출입이 금지된 산방산 정상까지 무단으로 올라간 등반객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제주지법 형사1단독 오소현 부장판사는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등반객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이 등반객은 2023년 6월 11일 오전 5시36분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산방산 출입제한구역에 들어가 정상까지 오른 혐의를 받는다. 산방산은 국가지정문화유산으로 보호받고 있다. 등반객은 산행 이후 등산·아웃도어용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록 플랫폼에 자신의 이동 기록을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지만 1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며, 이후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유산을 훼손하거나 출입제한구역에 무단으로 들어가는 행위는 단순한 장난이나 개인적인 도전으로 끝나지 않는다. 고의성이 크지 않더라도 문화유산에 실제 손상이 발생하거나 보호구역 관리 질서를 침해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 pkram@chosun.com